바다를 낀 아름다운 북쪽길
아스뚜리아스 지방의 큰 도시는 오비에도 Oviedo와 히혼 Gijón 이 있다. 주도의 역할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오비에도가 그 역할을 하고 있고, 히혼은 현대적인 느낌의 해변 휴양 도시의 느낌이 많다. 북쪽길은 오비에도를 거쳐서 갈 순 있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오비에도는 최초의 순례길인 쁘리미띠보 길의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쁘리미띠보 길이 하나의 독립된 코스라서 북쪽길을 반쯤 걷다 말고 이 길로 새롭게 시작하는 방식은 왠지... 깔끔하지 않다. 한 번만 걷고 말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서쪽으로는 갈리시아와 접하고 있고 남쪽으로는 까스띠야 이 레온과 동쪽으로는 깐따브리아와 붙어 있다. 북쪽길 과정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글로 하는 설명으로는 그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진을 아무리 열심히 찍어 나중에 본들 그 당시의 감동에는 닿지 않기 때문에 사진으로 보는 이 길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Asturias 아스뚜리아스는 남쪽으로는 깐따브리아 산맥과 북쪽으로는 비스케이만과 접하고 있어 푸른 초원과 울창한 삼림, 아름다운 해안이 함께하는 지역이다. 아스뚜리아스에 진입하면 이제 북쪽길은 절반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몸도 마음도 길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는 시점이 된다.
북쪽길은 비야비씨오사 Villaviciosa를 지나며 히혼 Gijón 방향으로 계속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 북쪽길이고 오비에도 Oviedo로 접어들면 최초의 순례길인 쁘리미띠보 길로 향하게 된다.
보통 북쪽길은 아스뚜리아스의 서쪽 끝 리바데오 Ribadeo에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야비씨오사에서 오비에도를 거쳐 루고를 지나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향하는 쁘리미띠보 길을 선택한다.
아스뚜리아스 지방은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였다.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거의 지배하고 있을 때 아스뚜리아스 왕국은 가톨릭(기독교) 세력의 저항 중심지였다. 당시 이슬람에 대한 의미 있는 승리를 처음 한 곳이 오비에도의 꼬바동가라고 하는 장소인데 이 전투를 기점으로 스페인 국토 회복 운동인 레꽁끼스따 Reconquista(재정복)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아직 가톨릭 유적이 많기도 하고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서 로마로 불리며 로마의 한 역사를 담당했던 스페인은 이 즈음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스페인의 역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지역은 또 산비탈에 만들어진 사과 과수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역시 시드라(사과로 만든 탄산주酒)로 유명한 지역답다. 시드라를 만드는 커다란 통을 볼 수도 있다. 솔직히 시드라의 맛은 좀 거칠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먹어본 게 식당에서 파는 저렴해 보이는 2종류뿐이라 그게 다라고 할 순 없겠다. 맛이 없는데 유명하고 오랜 기간 전통이 유지될 순 없겠지.
개인적으로 아스뚜리아스는 북쪽길 순례의 하이라이트 같은 곳이다. 많은 순례자들이 차를 타고 점프를 하는 히혼의 공장지대를 지나기도 낡고 오래된 잊혀 가는 인적 드문 동네를 지나기도 하지만 언덕을 한참 오른 후 펼쳐진 바닷가의 도시, 양쪽으로 절벽과 절벽 사이에 펼쳐진 광활한 해변, 숨겨진 듯 푹 꺼진 지역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동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난생 처음으로 자동차 경주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룬에서 출발했던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지나며 일부는 쁘리미띠보로 빠져나가 걷는 동안 만날 수 있는 순례자는 다섯손가락으로 꼽는 수준이 된다.
북쪽길은 이제 중반을 넘어 순례자는 점점 아쉬움이 커져 가는 시기에 접어든다. 이젠 걸은 길보다 걸을 길이 점점 더 짧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