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1

바다를 낀 아름다운 북쪽길

by 감뚱

3.아스뚜리아스 Asturias 지방

■3-1 아스뚜리아스 지방 대~강 보기

아스뚜리아스 지방의 큰 도시는 오비에도 Oviedo와 히혼 Gijón 이 있다. 주도의 역할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오비에도가 그 역할을 하고 있고, 히혼은 현대적인 느낌의 해변 휴양 도시의 느낌이 많다. 북쪽길은 오비에도를 거쳐서 갈 순 있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오비에도는 최초의 순례길인 쁘리미띠보 길의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쁘리미띠보 길이 하나의 독립된 코스라서 북쪽길을 반쯤 걷다 말고 이 길로 새롭게 시작하는 방식은 왠지... 깔끔하지 않다. 한 번만 걷고 말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아스뚜리아스 지방 지역도.jpg 스페인 전도와 아스뚜리아스 지방

지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서쪽으로는 갈리시아와 접하고 있고 남쪽으로는 까스띠야 이 레온과 동쪽으로는 깐따브리아와 붙어 있다. 북쪽길 과정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글로 하는 설명으로는 그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진을 아무리 열심히 찍어 나중에 본들 그 당시의 감동에는 닿지 않기 때문에 사진으로 보는 이 길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아스뚜리아스 지방 확대도.jpg 아스뚜리아즈 지방 확대도와 북쪽길과 쁘리미티보길의 갈림길 표시

Asturias 아스뚜리아스는 남쪽으로는 깐따브리아 산맥과 북쪽으로는 비스케이만과 접하고 있어 푸른 초원과 울창한 삼림, 아름다운 해안이 함께하는 지역이다. 아스뚜리아스에 진입하면 이제 북쪽길은 절반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몸도 마음도 길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는 시점이 된다.

01131690.jpg 매우 아름다운 해변을 가장 많이 끼고 걷는 구간이 아스뚜리아스 지방. Llanes 야네스 근처 해변
20220923_133751.jpg 아름다운 해변 마을 야네스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북쪽길은 비야비씨오사 Villaviciosa를 지나며 히혼 Gijón 방향으로 계속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 북쪽길이고 오비에도 Oviedo로 접어들면 최초의 순례길인 쁘리미띠보 길로 향하게 된다.

보통 북쪽길은 아스뚜리아스의 서쪽 끝 리바데오 Ribadeo에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야비씨오사에서 오비에도를 거쳐 루고를 지나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향하는 쁘리미띠보 길을 선택한다.

P1131658.JPG 눈 주변이 멍든 듯 검은 순하게 생긴 소들. 초원이 많아 가축을 많이 키우고 있다.
P1131668.JPG 해변 초원 지대의 염소


아스뚜리아스 지방은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였다.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거의 지배하고 있을 때 아스뚜리아스 왕국은 가톨릭(기독교) 세력의 저항 중심지였다. 당시 이슬람에 대한 의미 있는 승리를 처음 한 곳이 오비에도의 꼬바동가라고 하는 장소인데 이 전투를 기점으로 스페인 국토 회복 운동인 레꽁끼스따 Reconquista(재정복)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아직 가톨릭 유적이 많기도 하고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서 로마로 불리며 로마의 한 역사를 담당했던 스페인은 이 즈음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스페인의 역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20220923_142640.jpg 야네스로 가기 위해 산을 넘다 만난 Ermita del Cristo del Camino
20220924_100207.jpg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수도원
20220925_081014.jpg 작은 성당
P1131805.JPG 꼬룬가의 중심 성당인 Iglesia de San Cristóbal

이 지역은 또 산비탈에 만들어진 사과 과수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역시 시드라(사과로 만든 탄산주酒)로 유명한 지역답다. 시드라를 만드는 커다란 통을 볼 수도 있다. 솔직히 시드라의 맛은 좀 거칠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먹어본 게 식당에서 파는 저렴해 보이는 2종류뿐이라 그게 다라고 할 순 없겠다. 맛이 없는데 유명하고 오랜 기간 전통이 유지될 순 없겠지.

20220927_110248.jpg 시드라를 만들던 나무통. 승용차보다 큰 사이즈.
20220928_153205.jpg 아빌레스는 철강산업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스뚜리아스의 사과를 철을 이용한 구조물로 표현해 놓았다.
20220929_114857.jpg 비를 피해 잠시 쉬어가는 까스뜨로. 북쪽길을 걸으며 가장 많이 본 친구
20220930_071106.jpg 어느 날 새벽길을 나서며 별사진 한번 찍어보겠다고... 결과는 실패다.
20221001_153818.jpg 오레오(곡물 저장 창고)는 지역마다 다른 모습인데, 아스뚜리아스 지방의 오레오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 거의 집 수준인 경우도 많다.
20221002_121319.jpg 광활한 옥수수밭이 또 많기도 했다.
P1132022.JPG 옥수수를 하나씩 따는 게 아니라 옥수숫대를 통채로 분쇄해서 옆에 따라오는 수송 트럭에 바로 부어 버린다.
20221003_134058.jpg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이어지는 구간
P1132074.JPG 북쪽길 아스뚜리아스 구간의 서쪽 끝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갈리시아의 첫 도시 리바데오를 볼 수 있다. 길은 이곳에서 갈리시아의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향하며, 바닷길과는 작별한다.

개인적으로 아스뚜리아스는 북쪽길 순례의 하이라이트 같은 곳이다. 많은 순례자들이 차를 타고 점프를 하는 히혼의 공장지대를 지나기도 낡고 오래된 잊혀 가는 인적 드문 동네를 지나기도 하지만 언덕을 한참 오른 후 펼쳐진 바닷가의 도시, 양쪽으로 절벽과 절벽 사이에 펼쳐진 광활한 해변, 숨겨진 듯 푹 꺼진 지역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동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난생 처음으로 자동차 경주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룬에서 출발했던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지나며 일부는 쁘리미띠보로 빠져나가 걷는 동안 만날 수 있는 순례자는 다섯손가락으로 꼽는 수준이 된다.

북쪽길은 이제 중반을 넘어 순례자는 점점 아쉬움이 커져 가는 시기에 접어든다. 이젠 걸은 길보다 걸을 길이 점점 더 짧아지기 때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