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길, 눈으로 걷는 순례길 2

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2편

by 감뚱

06. 2-2 엑스뜨레마두라 지방 알아보기


엑스뜨레마두라는 스페인 서부, 포르투갈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방입니다. 이곳을 관통하는 순례길은 가톨릭 성인의 추앙을 위한 단순한 종교적 여정을 넘어, 2,000년 전 로마인들이 닦아놓은 길을 그대로 밟고 느낄 수 있는 역사체험 여행의 구간이기도 합니다.

엑스트레마두라 지방 표시.png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 지역

엑스뜨레마두라 구간은 극강의 고독한 구간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진에 담기는 내용 또한 비교적 단순합니다. 길, 하늘, 그리고 가축이 중심이 됩니다. 스페인 지방의 사람 냄새나는 사진은 메리다 같은 도시가 아니라면 담기 쉽지 않습니다. 그저 흔적과 느낌을 더 많이 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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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은의 길. 내 그림자를 가장 자주 본다.
P1143373.JPG 끝도 안 보이는 포도밭을 사이를 지나는 순례자 부부
P1143379.JPG 노란색 화살표가 없다면 이 길을 걸을 이유가 있을까?
P1143383.JPG 포도나무를 심어 놓은지 얼마 안 된 곳은 밑동과 뿌리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 관을 끼워놨다.


P1143453.JPG 붉은색 황톳길이 인상적이다.
P1143462.JPG 지금은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초원 중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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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나기 힘든 길에 동물 친구들은 더 없이 반갑다.
P1143586.JPG 올리브 나무를 새로 짐은 농장. 멀리 구릉지에는 도토리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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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 들이 매양이다.

스페인 남서부와 포르투갈에 걸쳐 형성된 '데에사 Dehesa'로 불리는 독특한 농림축 복합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자연 숲이 아니라, 인간이 수백 년 동안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참나무(도토리나무) 숲과 초원, 그리고 가축방목이 결합된 형태로 다양한 생물의 생태계가 매우 보존이 잘 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유명해진 이베리코 돼지는 데에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천연 코르크는 지역 경제를 위한 주요한 수입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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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농토와 가축이 자연스럽게 오랜기간에 걸쳐 형성된 데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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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에사의 대표적인 축산물 이베리코 돼지
P1153852.JPG 양 떼가 넓은 암반 위에 모여있는 모습이 성경에 나오는 목자와 양이 연상 되었습니다.
P1153902.JPG 이렇게 초지 중간에 물이 담겨있는 작은 저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로마의 유산을 특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길 자체가 유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로마 시대의 이정표인 '밀리아리오(Miliario)'가 길에 놓인 모습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시간의 흐름을 간접체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 메리다의 로마 유적과 카파라의 아치를 통해 2천 년 전 로마제국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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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로 들어가는 입구의 로마 다리
P1143571.JPG 메리다의 수도교
P1143615.JPG 메리다에 수도교를 통해 물을 공급하던 근교의 저수지 또한 로마시대 만들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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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거리 표지석 밀리아리오는 1로마 마일마다 세워졌다고 합니다.


스페인 역사를 통해 이슬람과 가톨릭(기독교) 세력이 끊임없이 충돌하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엑스뜨레마두라라는 이름 자체가 두로 강 너머의 땅이라는 뜻으로 가톨릭 세력의 국토 회복운동 기간 내내 이슬람 세력과 치열하게 공방 하는 최전선이었고, 이 때문에 이곳의 도시들은 요새처럼 견고하다고 합니다.

P1143275.JPG 안달루씨아와 엑스트레마두라 사이 마을의 Castillo de El Real de la Jara
P1143282.JPG 엑스레마두라로 들어서면 바로 만나는 Castillo de las Torres (Ruinas)
P1143399.JPG 사프라 Zafra의 궁전과 성 Palacio de los Duques de Feria(페리아 공작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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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세레스 Cáceres 구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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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스떼오 Galisteo 성곽 마을. 성곽안쪽으로 구도심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엑스뜨레마두라 지역은 고대 로마의 유산이 남아 있는 은의 길의 핵심 구간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유가 있는 순례자라면 메리다, 까세레스, 쁠라센시아에서 하루씩 머물며 2천 년 전부터 중세,근세에 이르는 역사의 숨결 더 가까이 오래 느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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