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뚱 Apr 2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7일차

Ribadeo ~ Lourenzá(Vilanova)

Camino del Norte 823km Day-27

Ribadeo 리바데오 ~ Lourenzá 로우렌사(Vilanova 빌라노바) : 28km, 획득고도 779m

북쪽길 27일차 램블러 기록

오늘 목적지인 빌라노바에는 다행히 알베르게가 5개 정도 있어서 예약 걱정없이 출발한다. 

하지만 길이가 짧지 않아 7시쯤 출발. 알베르게는 순례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기 때문에 랜턴으로 화살표를 찾고 지도 앱으로 현재 위치를 비교해가면서 도심을 빠져 나간다.  이슬 혹은 안개가 가득차 습기 가득한 어두운 숲길의 차도를 따라 가는 길은 뭐랄까 약간은 두렵고 또 약간은 설레기도 하는 길이다. 밝아지기 전에 보았던 딱 한대의 차량 불빛이 안개속에서 보일때 좀 멋지기도. 길은 오르막으로 산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업 앤 다운으로 지루할 틈이 없지만 힘이 든다. 내 배낭보다 큰 배낭을 지고서 나보다 빠른 할배,할매들 존경스럽다.

안개낀 날씨라 쨍한 풀색 나무색 하늘색을 볼 수 없지만 나름 분위기 있고, 햇볕이 없어 걷기 좋다. 

작고 소박한 예배당을 만난다. 칠한지 얼마 안된듯 하다. 인적드문 곳 예배당은 왜 만들어졌을지.

Capela do Carme 까펠라 도 까르메

환해지고 만난 첫번째 마을의 언덕 정상에 문을 연 'Restaurante A Pena-Vilela'를 만나 까페 콘 레체 그란데와 파운드케익 비슷한거. 3유로. 맛은...아침 공복을 달래기엔 충분하다. 

desayuno 아침, bocadillo 바케트로 만든 샌드위치, menu del dia 정식(오늘의 메뉴)

안개는 한동안 계속되며 산 사이를 부유하고 있다. 

갈리시아에 들어오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남을 거리를 알려주는 동일한 형태의 표시석이 매우 자주 나타난다. 덕분에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고, 거리가 줄어드는 즐거움과 반대로 거리가 줄어들어 생기는 아쉬움, 양가의 감정이 들고, 힘들 때는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은 거리에 대해 화를 내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갈리시아 들러오며 많이 보이는 얇른 돌을 쌓아 올린 주택. 산티아고 방향 표식이 타일로 만들어져 잘 보이게 부착되었다. 누군가 사는 것 같지는 않고 가끔 별장처럼 이용하거나 창고로 사용하는 듯 하다. 

이름 모를 동네의 성당. 급한 내리막끝의 동네.급하게 내려 왔으니 또 올라가야...

Santuario da Nosa Señora das Virtudes. 산투아리오 다 노사 쎄뇨라 다스 비르투데스. 앞과 뒤의 모습
내부를 볼 수 없어 구글 리뷰에서 퍼온 이미지, 제단이 아름답다. 16세기 건축물이라고 한다.

마을끝에 오래된 주택에 안내석이 있는데 동네에서 배출한 꽤 유명한 어떤인물의 집 같은데... 자세한 것은 직접 가서 확인해보길 권한다. ㅋ

이제 갈리시아를 포함하는 북쪽길은 우기에 접어 들어 비가 오거나 안개가 많은 습한 날씨를 많이 보일 것이고,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렇게 안개가 산을 따라 흐르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을 듯 싶다. 어려서 TV에서 봤던 동물의 왕국 비온 날의 풍경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오르막이 참 힘든걸 보니 꽤 높이 올리는 듯 하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저 내리막 뒤의 오르막은 지레 걱정을 갖게 한다. 안개 걷힌 순례길은 참 아름답다. 참 좋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빽빽이 심겨진 산길에선 유칼립투스 특유의 냄새가 난다. 나쁘진 않지만 또 막 향기롭지는 않은 요상한 향이다. 

경치가 좋으면 높낮이가 있고 높낮이가 있으면 힘이드네. 경치가 좋을 수록 힘이 더 드네.

까스뜨로와 하비에르를 만나 성당 앞 벤치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 동네 성당들은 모양이 좀 비슷하다. 스페인 갈리시아 시골 양식이라고 판단된다.ㅋㅋㅋ 까스뜨로에게 말아피는 담배를 하나 얻어 피우고 카멜 필터 담배를 하나 권한다. 성당 앞 벤치의 그늘이 시원하니 좋다. 

Igrexa de San Xoan Degolado de Vilamartín Pequeno.

길이 이어진 다음 마을은 긴 언덕이 있는 산을 넘어가는 중간에 있다.아... 더운데... 또 언덕이네.

동네 성당의 이름을 찾아 적었지만 뭔가 역사적 의미를 찾진 못했다. 여행에도 많은 공부를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겠지만... 뭐 꼭 의미가 있어야 의미 있는건 아니니까.

Capela da Nosa Señora do Carme

유칼립투스 숲이 참 많다. 북쪽길 산림 전체의 50% 이상이 유칼립투스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곤단 Gondan의 공립 알베르게... 쎄라도(닫았음).  조용하고 좋아 보이는데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쉽다. 북쪽길의 알베르게들은 운영상의 문제 때문인지 아직 순례자들이 많은 시기인데도 닫은 곳이 종종 있다. 

좀 더 걷다 만난 작은 동네 수스토 길 옆에 서있는 깨끗한 알베르게인 'Albergue de peregrinos de San Xusto'도 쎄라도. 닫은 공립 알베가 많으니 더 많이 걸어야 한다.

Albergue de peregrinos de San Xusto

언덕을 오르다 만난 작은 마을에 레스토랑(레스타우란떼) 'Bar A Curva'가 열려 있다. 냉큼 들어가 오랜만에 메뉴 델 디아를 주문해 본다. 첫번째 접시는 감자,초리소,소시지,피망등으로 만든 차가운 샐러드. 두번째 접시는 뽀요 포카차(치킨까스류) 부드러운 뽀요를 원했던건데. 포카차라니... 뻑뻑해서 목이 맨다.ㅠㅠ 케찹이라도 달래 볼 걸. 후식으론 까페 솔로(에스프레소). 12유로면 뭐 나쁘진 않네.샐러드가 특히 맘에 들었다. 

저 건너산 정상에서 내려왔다 다시 한참을 올라가는 중.

언덕을 따라 오르는 길 중턱쯤의 공동묘지와 성당.

Igrexa de San Xusto de Cabarcos

마지막일 것이라는 암시를 주며 긴 언덕을 천천히 오른다. 와... 그래도 경치는 좋네.

갈리시아에 들어오면 길 관리가 비교적 잘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배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 지역이 비가 많이 내리는 지방에다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는 갈리시아 지역이라 그런지 특별히 더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종종 물구덩이를 만나기도 하는데 북쪽길에서는 아직 물구덩이를 통과하지 않았다. 

길 옆 배수로와 나란히 놓이 길의 가장자리 돌. 

내리막 숲길에 발길이 가볍다. 숲 끝에 드디어 로우렌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안내석 뒤로 로우렌소 마을이 보인다. 

마을 입구 쯤에서 소박한 경당에 인사하고

Ermida da Santa Cruz

묽이 엄청 맑은 시냇물을 건넌다. 지도의 명칭으로는 'Río Grande 리오 그란데/큰 강'이지만 보다시피 또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맑은 물에 저렇게 많은 수초가 물속에서 춤추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마을 입구의 알베르게를 지나쳐 반대쪽 끝자락에 있는 공립알베르게로 향하는데 동네의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알베르게는 조용하고 새로지어 산뜻하고 깨끗했다. 관리자는 오후 7시쯤 온다고 적혀있어 우선 침대를 잡고 샤워,빨래 한다. 빨래를 양지 바른곳에 널고나서 보니 빨랫줄 뒤로 성당 꼭대기가 보인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은 알베르게다. 

알베르게에서 바라본 동네와 성당 모습

San Salvador Monastery

알베르게 키친 벽면엔 세계각국의 언어로 환영의 인사가 적혀있는데 오랜만에 보는 한글이 반갑다. 

깔끔한 알베르게 부엌

담배도 떨어졌고, 먹을 것도 사야해서 동내 중심지 구경에 나선다. 시청과 붙어 있는 성당 'Igrexa de Vilanova de Lourenzá 이글레사 데 빌라노바 데 로우렌사(한국식으로 하면 로우렌사구 빌라노바동의 성당 정도의 의미)'는 상당히 크고 공들여 지어진듯 보였다. 스페인의 고 건축물들은 처음엔 작은 건물 하나에서 이후 시대가 지나면서 증축하는 형태가 매우 많다. 아마 이 성당도 그런식으로 증축되며 확장된것으로 보이고, 지금은 시청으로 사용되는 부분도 성당건물의 한부분이었다. 

성당의 조각부분들이 꽤 섬세하고 아름답다.

1906 맥주와 조개 통조림을 섞은 라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다. 조개는 해감이 덜 된것인지 많이 지분거린다. 에이... 맛은 있는데 말이지.

알베르게 바로 옆에는 간이 천막 생활을 하는 사람이 가꿔놓은 조악하지만 나름 정성을 들인 정원이 있어 잠깐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이탈리아 할아버지 4인조 그룹은 오늘도 즐겁고 시끄럽게 저녁을 해먹었다. 노인네들 힘도 좋다. 

Albergue de peregrinos de Lourenzá

저녁도 일찍 먹고 일찍 침대로 기어 들어간다. 


[오늘의 지출]

첫 간식 3

점심 메뉴 12

알베르게  8

맥주와 음료수와 담배 8

모두 31유로. 선방했다.


내일은 아바딘까지 대략 오늘과 비슷한 거리.

대신 예약해서 천천히 걸어도 좋다. ^^


작가의 이전글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6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