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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25.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8일차

Lourenzá ~  Abadín

Camino del Norte 823km Day-28

Lourenzá 로우렌사 ~ Abadín 아바딘 : 26km, 획득고도 966m

북쪽길 28일차 기록. 램블러

 알베르게를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좁은 계단은 알베르게 뒷쪽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계단을 다 오르자 완전히 깜깜한 숲길로 연결된다. 부유하는 안개인지 이슬인지 구분가지 않는 수분이 공간을 꽉채우고 있음을 랜턴 빛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비가 내리지 않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안개 혹은 이슬들이 나뭇잎에 맺혀 흘러 내리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린다. 안개와 비가 완전히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어두운 길을 걸을 때는 음악을 틀어놓으면 뭐랄까 좀 편안한 기분이다. 

지난 밤에는 대략 잘 잔것 같다. 걷다가 졸리진 않았으므로.

동이 완전히 트고 나서도 안개가 짙어 볼 수 있는것이 별로 없었다. 긴 오르막을 오르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운 주변을 볼 수 있었다.이제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은 어제로 끝났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남서진하는 길은 다시 많은 산들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순례길은 알베르게를 나와 시내쪽으로 좀 가다 뒤로 돌아 오르막을 올라 숲길로 연결된다.완전 깜깜한 길이다.  

첫 번째 마을에 도착할 즈음 동이 터온다. 길위에 바르가 오픈했음을 알렸지만 바르가 어디있는지 찾을 수 없다. 고가도로 밑을 통과해 마을의 오르막을 오르면서 보니 도로쪽에 좀 거리가 있는 곳에 오픈한 바르가 있었지만 되돌아가야 하므로 그냥 통과한다. 뭐 특별히 배가 고픈것도 아니므로. 

 Capela de Guadalupe

리바데오를 떠나고 나서는 북쪽길이 전반적으로 그랬지만 더욱더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되는 느낌이다.산인지 농경지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길을 따라 걷는 길에 마을과는 좀 떨어져 조성된 하얀색 벽의 공동묘지 옆을 지난다. 포장된 도로도 없는 곳에 공동묘지라니. 공동묘지를 포함하여 앞쪽으로 펼쳐지는 경치는 흐르는 안개 때문에 더욱 멋지다.  

많이 시골이라 그런것인지 산책하는 주민들도 안보이지만 길은 참 아름답다. 

이렇게 나무로 만들어진 터널 느낌이 나는 길을 종종 볼 수 있다. 

작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에는 세개로 구획된듯 보이는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까펠라 데 산 뻬드로가 자리하고 있는데, 종탑의 모양이야 뭐 그냥 시골의 작은 성당에서 흔히 보이는 형태이지만 건물의 모양은 단순하지만 독특하다. 그리고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오면서 자주 볼 수 있는 판석을 기와대신 얹은 지붕을 볼 수 있다.  

오래된데다 관리도 부실한 듯한 Capela de San Pedro

산과 산사이에는 사람의 길이 있지만, 이 길이 있기도 전에는 운무가 흐르는 길만이 있었을 것이다.  운무가 마치 강처럼 흐른다. 흐른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바람을 따르는지 알 수 없지만 운무는 흐르고 흘러 형태가 바뀐다. 시시각각 모양이 바뀌는게 정말 장관이다. 갈리시아에 들어서며 매일 아침엔 안개와 함께하는 이길은 매일 묘한 설렘을 갖게 만든다.

마을 초입에 높게 세워진 오레오는 실사용을 위해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장식을 위한 구조물의 하나로 보인다. 전혀 실용성있는 크기도 아니고 상시 접근할 수 있는 연결된 계단이나 사다리도 없다. 

이렇게 높은 오레오는 보기 드물다. 

언덕길을 내려서는 길에 건너편 산지의 6부 능선쯤에 성당처럼 생긴 건물과 작은 마을이 그림처럼 앉아있어 열심히 사진에 담아 보고자 노력했지만 실제 보는 것과 같은 감동은 덜하다. 

Capela de San Paio

까뻴라 데 산 빠이오는 구글지도에 해당 사진이 없었는데, 내가 찍은 3장의 사진을 올림으로써 최초의 등록자가 되었다. ㅋㅋㅋ. 현재 위치에서 진행방향 내리막길 끝에는 차도가 있고 그 건너편 산자락 중간에 있는 마을의 성당처럼 보이는 건물이 멋지다. 

건너편 마을의 Capela de San Xoán
왼쪽 사진 Capela de San Paio, 오른쪽 사진 Capela de San Xoán

차도를 따라 잠시 걸으니 '몬도녜도 대성당'이 있는 '몬도녜도'가 맞아준다. 'Mondoñedo' 표지석은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도록 매우 정성들여 잘 만들어져 순례자들을 중심부로 인도한다. 표지석에는 몬도녜도라는  동네 이름과 'Camino de Santiago do Norte/북쪽길'이라는 글과 북쪽길의 시작에서부터 현재 위치까지 음각으로 이베리아 반도 북쪽 지도위에 표시를 해 놓았다. 

순례길에서 만난 가장 멋진 표지석.

몬도녜도는 대성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과 달리 지역적으로는 큰 도시였던것 같다. 번접하고 큰 도시의 느낌 보다는 잘 관리된 구도심과 새롭게 만들어진 주택단지들이 함께 있는 조용하고 작은 도시 같은 느낌이다. 몬도녜도 대성당을 포함해 교회관련 건축물들이 많이 보여 더욱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종탑이 멋진 성당을 지나 몬도녜도 대성당에 도착했다. 

Igrexa Parroquial de Santiago. Igrexa Nova

몬도녜도 대성당(까떼드랄,catedral)은 다른 지역의 대성당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모습이다. 리뷰를 찾아보니 성당의 낮은 높이와 완벽한 건축 비율로 인해 무릎을 꿇은 대성당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물론 이 표현은 스페인어를 구글 번역기로 돌린것이라 그 의미가 정확하지 않겠지만, 대략 어떤의도로 쓴 표현인지는 충분히 느껴졌다. 하루쯤 묶어 갔어야 했을 마을이다. 

몬도녜도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에 고딕과 바로크를 세부적으로 적용했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장미창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성당은 지금도 사용중이며, 입장료를 받는다. 별도의 박물관도 있다. 다음에 북쪽길을 다시 온다면 꼭 하루 머물다 갈 것이다. 

정문과 장미창
종탑
대성당 광장에서 바라본 정면 모습
대성당과 광장과 상가주택

대성당 광장과 성당이 바로 앞으로 잘보이는 바르에 앉아 케잌과 라떼 한잔하며 잠시 여유로운 여행자가 되어 본다.

케익은 맛있었다.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길을 재촉해야 했다. 원래 몬도녜도를 포함하는 이 지역의 순례길 안내 코스는 20km가 안되는 좀 짧은 코스 3구간(3일 구간)으로 추천하고 있었는데, 왜 때문에 난 3일 코스를 이틀로 진행하고 있었다. 잘못되었다고 할 순 없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많이 모자란 판단이었다. 어쨌든 갈길의 길이에 비해 획득고도가 높아 부지런히 걸었다. 몬도녜도를 빠져나가는 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인데다 해가 쨍쨍나기 시작해 쉽지 않다. 몬도녜도에서 순례길은 온전한 산길로 가는 방식과 도로와 마을을 따라 가는 방식인데 산길로 가는 길이 더 직선적이라 짧다. 그래서 길을 찾아 봤는데 결국 못찾아 도로를 따라 굽이 굽이 걷는 긴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Fonte Vella 16세기에 지어진 샘
얼마 오르지 않은 지점에서도 몬도녜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몬도녜도를 출발해 오르막길로 12km 정도를 걸을 후에야 정상부의 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고 힘든 오르막의 길이었지만 중간 중간 아름다운 풍광은 지쳐가는 도보 순례자에겐 강렬한 자극제가 되어 순간 순간 고통을 잊게 만들어 주기에 계속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Capela de San Vicente de Trigás

길고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풍력 발전기가 있는 곳까지 올라야 다음 마을로 넘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산 정상부의 풍력발전기와 용도를 알 수 없는 건축물

지나가는 사람보기가 힘들다. 꽤 많던 순례자 중 1팀만 만났다. 다들 어느 길로 간것일까?

날 추월해가는 여자팀(여자 2명이서 다니는 팀을 여럿봤다). 나보다 다 빨라.
예쁘지만 힘든 길
갈림길에는 이렇게 친절한 거리,방향 표지석이 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오르막의 끝에 도달했다. 지나온 길이 참 까마득히 멀다. 

정상부에서 셀카 한장 찍었지만 참... 안쓰럽게 생겼다. ㅠㅠ

평지에 가까운 길들이 다시 이어진다. 

초지에 방목된 풀뜯는 소들은 일부러 만들어 놓은 풍경인듯 싶게 평화롭다. 

차량없는 차도에 나무 그늘밑에 철푸덕 앉아 얼려온 맥주를 꺼내 시원하게 마시는데, 아... 춥다. 10월 초반을 지난 갈리시아는 햇볕이 몹시 따갑지만 그늘에만 들어오면 서늘하다 못해 춥다. 얼린 맥주는 오바였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창고?

편안한 내리막 길 앞으로 오늘 목적지 아바딘이 눈에 들어왔다.

아바딘 바로 전 마을인 곤탄의 Capela da Virxe de Fátima

뒤를 돌아보면 이런 풍경? 마음이 평안해진다. ^^

아바딘에 예약한 숙소는 매우 깔끔하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췄고, 특히 마트가 가까워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빨래를 널었는데 비가 뿌려 좀 곤란했다. 

4인실 알베르게
침대 머리맡의 액자같은 선반 공간과 콘센트
'Albergue Xabarin de Abadin' 은 시설,규모 모두 좋은 사설 알베르게로 주인장도 친절했다.

알베르게의 주인공은 이태리 할아방 4인조 였다. 스페인 젊은 처자 2명까지 급조된 팀은 부엌을 독점하며 많은 음식을 만드는 가운데 난 간단하게 물만 끓여 스페인 컵라면으로 한끼 해결했다. 시끄럽기 그지 없는 이태리 할배들은 팬케익같은 음식을 나눠주었고, 같이 노래부르고 재미도 없은 율동을 강요했다.심지어 한국말 인사까지 시키며 동영상을 찍었다. 이렇게 세계인임을 느끼며 또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 했다. 



[오늘의 지출]

오전 몬도녜도에서 간식 : 5유로

오후 곤탄에서 콜라 : 1.8유로

아바딘에서 장보기 : 10유로

알베르게 : 17유로


총 33유로 사용. 나쁘지 않아...ㅋ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지만 10유로 내외로 장을 보면 과일과 천연쥬스를 포함해 간식을 준비할 수 있고 이 것들을 틈틈히 먹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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