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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21.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6일차

La Caridad ~ Ribadeo 

Camino del Norte 823km Day-26

La Caridad 라 까리닫 ~ Ribadeo 리바데오 : 26km, 획득고도 386m

북쪽길 26일차 램블러 기록

오늘은 리바데오까지 가는 날이다. 리바데오는 갈리시아가 시작되는 도시이자 상당히 규모가 큰 도시라 현지유심인 보다폰에 들를 계획이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어두울 때 길을 나선다. 아직 깜깜한 아침, 자고 있을 다른 순례자들 눈치를 보며 조용하고 빠르게 짐을 밖으로 옮긴 후 출발 준비를 한다. 

아직 어두운 알베르게 아침

알베르게가 마을 초입에 있어서 중심부와 좀 떨어져 있기에 10여분 걸어 마을 중심의 성당을 지나 부지런하게 걷는다. 리바데오에 일찍들어가 할일이 좀 있기에... 

Parroquia de San Miguel de La Caridad

길은 산 펠라요 마을로 이어진다. 아침이라 아직 빛이 부족하지만 길이 가진 원래의  아름다움을 감출순 없다. 자연광으로 찍을 수 있는 첫번째 성당. 산 펠라요의 성당. 여기 도착전에 헤드렌턴이 내 뒤통수를 때렸는데, 아주 젊은 학생?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참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난 왜 이렇게 느린걸까? 할아버지는 고사하고 할머니 보다도 느리다. ㅠㅠ

산 펠라요 마을

북쪽길의 마을들은 일단 좀 세련? 예뻐보인다. 프랑스 길은 와 오래된것 같아! 이런 느낌인데 말이다.

Iglesia de Valdepares

발데파레스의 성당 종탑 꼭대기의 십자가에 앉은 까마귀 한마리가 서양 공포물에 등장하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은 길가에 개도 고양이도 자유롭다. 고양이는 사람에게 덤벼들지 않지만 개는 종종 덤비는 놈들이 있다. 가끔 길에 나와있는 놈들은 대부분 얌전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데 길 앞에 시커멓게 큰놈이 컹컹 두번 짖는다. 잠시 쫄았는데 가만히 서서 내가 다가오길 기다린다. 서서히 다가가니 녀석이 냄새 맡으러 와서 킁킁댄다. 아우 개냄새... 그만 가라 했더니 제 볼일을 본다. 

스페인의 개들 중 길에 나와있는 애들은 보통 순하다. 짖는 개새끼들은 거의 통제되어 있다.  

얼마간 조용한 숲길을 걷는데 길은 'Río Porcía 뽀르씨아 강'으로 이어진다. 강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좁은 물길을 건너는 오래된 다리와 그 다리 옆의 주택이 조용하니 매우 평화롭다.

옥수수밭이 광활하게 펼쳐진 해변 방향 길로 방향을 잡는다. 굳이 돌아가는 길일 택할 이유는 없지만 도로보다는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걷다 해변을 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 선택했는데 쫌 힘들다. 

아스투리아스는 옥수수밭이 참 많다.그래서 옥수수 재배에 대한 생각을 좀 해봤다. 일단 여긴 옥수수 열매를 따로 수확하지 않는다. 기계로 옥수수밭을 지나며 옥수수 전체를 흡입해 사방 1cm의 칩으로 만들어 버린다. 콤바인보다 큰 기계가 스윽 밭을 쓸고 지나가면 그자리의 옥수수는 칩이 되어 버린다. 옥수수 칩은 바로 옆이나 기계에 연결된 수송 트레일러에 옮겨진다. 열매 수확을 따로 하지 않고 이렇게 다 베어버린 옥수수 둥치만 남은 밭에 떨어진 것들만 몇개 줍더라. 오늘 아침에 봤음. 기계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칩을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힘은 동일했다. 

다자란 옥수수는 어떻게 수확하는지 궁금했는데 궁금증이 다 풀렸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이 많은 옥수수를 어떻게 재배했겠어, 인구도 적은 스페인에서 말이지.

이 파쇄 된 옥수수는 아래 사진처럼 비닐에 덮혀 숙성? 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말,염소 등에게 먹이고 있었다. 

옥수수밭 사이로 'Parroquia de Santa María de Campos y Salave' 성당이 살짝 보이다 가까워지며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옥수수 얘기하다 잠깐 샛지만, 옥수수 얘기를 계속하자면, 옥수수를 수확(칩을 만든다)한다. 수확한 옥수수를 보관 숙성한다. 소 여물로 먹인다. 소를 사람이 먹는다. 수확한 옥수수 밭에는 소의 변을 기반으로 한 퇴비를 뿌린다. 다음번에는 밀을 재배한다.밀 알곡은 사람이 빵을 만들어 먹고, 나머지는 소가 먹는다. 소는 또 사람이 먹는다. 철저히 인간 중심의 농업인 것이다. 농업의 탄생이 원래 그런 목적이었으니.

Parroquia de Santa María de Campos y Salave

옥수수밭을 지나면 마을이 또 나온다. 스페인의 마을 빈도와 인구 빈도는 애매하게 적절하다 싶다. 전반적으로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상태로 유지되는 듯 하다. 사실 여기도 농촌인구는 계속 줄지 싶다. 

마을을 지나 조금 걷자 갑자기 툭 튀어나온 해변은 'Playa de Represas'. 해변앞으로 올망졸망한 작은 암초들이 서있고 왼쪽에는 해식동굴을 품은 절벽이 장관이다. 상당히 멋지다. 

해변 마을에 위치한 'Cafe MODERNO'에서 잠시 휴식. 

'Tapia de Casariego' 마을 중심부 성당에 타일이 예뻐서. 비르헨 델 까르멘-타피아 데 까사리에고 ...음. 무슨 뜻인지 모름. 까르멘의 동정녀...??? 성모마리아를 상징하는 듯도 하고...

'Playa de Represas'에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앞선 순례자 2명(독일 여성)이 언덕 높은 부분을 막 넘어서는 사진을 급하게 찍었다. 도보여행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참좋다. 

갈리시아와 접하고 있는 마을이라서 그런지 오레오의 형태는 이미 갈리시아 지방의 형태로 바뀌었다. 

농로와 차도가 이어지는 길은 연속적인 오르막과 내리막이라서 걷고 있는 나는 몹시 힘들다. 발바닥 감각은 계속 정상이 아니고.

창고라고 생각되는 부분의 벽에는 돌을 쌓아 지을 때 빛이 들어오는 구멍을 예술적으로 남겨놓았다. 이 구멍의 용도가 빛이 들어오는 것과 환기를 위한 것일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정확하지 않다. 

얇은 판석으로 지붕을 이었고, 그 끝에는 돌을 올려 고정해 바람등에 날리지 않도록 해 놓은듯 보이는 장식도 보인다. 얇은 판석은 갈리시아 지방에서 주택의 지붕 용도와 토지의 경계를 나누는 경계석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농가 주택 담장에 심겨진 예쁜 꽃들
사이즈나 형태는 갈리시아의 방식인데, 아래층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것은 아스트리아스 방식의 오레오. 많이 보이진 않는다. 

'Villamil 비야밀'이라는 작은 동네를 통과하는데 콩밭을 볼 수 있었다. 가지런하게 지주대를 박고, 그 지주대에 의지해 콩이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역시 콩밭도 상당한 규모로 경작을 하고 있다. 

이 마을의 집들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집이 많은 듯 깨끗한 집들이 많았다. 오레오의 형태도 아스투리아스의 방식도 갈리시아의 방식도 아닌 융합된 형태가 많이 보였다.

깨끗하게 지어진 주택과 갈리시아와 아스투리아스 방식을 짬뽕한듯 보이는 오레오.

'비야밀' 마을을 지나면 멀리 연노랑색의 작은 교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교회건물에 다다르면 바로 해안 절벽 아래로 넓은 모래사장을 가진 해수욕장을 볼 수 있는데 'Playa de Penarronda 뻬나르론다 비치'라고 한다. 육지쪽으로 폭 들어간 만 형태의 모래사장 해변이 매우 아름답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모래사장이 너무 멋지게 어울어지고 있었다. 

Playa de Penarronda
크아.... 정말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
건너편에서 바라본 작은 성당
갤럭시 S21 울트라로 촬영한 Playa de Penarronda


실컷 'Playa de Penarronda' 구경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최근에 새로지은 전통형태의 집들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오레오는 이 마을 일대에서만 이런 형태를 하고 있다. 

아스투리아스의 마지막 마을 'Figueras 피게라스'를 통과하면 리바데오로 가는 고속도로의 교량구간을 통과하게 된다. 

다리 건너기 전에 있는 공원

피게라스 마을 끝 리바데오로 넘어가기 전 공원에서 빠블로를 만났고 빠블로와 서로 사진 한장씩 찍어주었다. 빠블로는 다리 건너면 바로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묵는 다고 했고, 나는 유심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 우선 시내로 들어간다고 했다. 그를 앞세우고 난 뒤 따랐다.  

피게라스에서 리바데오로 이어지는 길은 바다 위에 놓여진 고속도로 교량이다. 교량의 양쪽끝으로 폭이 상당히 좁은 인도를 통해 강이자 바다인 이곳을 건너야하는데 높이가 매우 높아서 꽤 무섭다. 인도와 차도는 철조망으로 나뉘어져 넘어갈 수 없게 되어 있고, 다리는 차량 통행이 꽤 많았고, 차량이 지날 때 마다 흔들렸다. 

보이는 물은 강이 아니고 바다다.
다리에서 내륙쪽을 바라보며
라바데오의 구 도심 중심부. 중심부에 보이는 인상적인 건물은 'Torre dos Moreno'
다리가 흔들 거린다. 다리 이름은 'Puente Dos Santos'
Puente Dos Santos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다리다. 바다를 내려다 보면 무섭다. 

리바데오 시내구간은 꽤 길고 번화했다. 많은 식당과 상점이 즐비했고, 필요로하는 유심판매처인 보다폰은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았다. 공립알베르게는 도시 초입의 건너온 다리 근처에 있으므로 구글맵을 열어 그론세 앱에서 사설 알베르게인 'Albergue Viruxe' 를 찾았다. 2층의 일반 주택인데 1층을 알베르게로 쓰고 있었다. 알베르게 주인은 예약했냐고 물었고 난 안했다고 하니 자리가 없다고 했다. 당황한 내가 벗어놓은 등산화를 신고 있는데 다시 들어오라고 하더니 침대를 하나 내어준다. 참 희한하다. 없다던 침대가 어떻게 생긴것인지.불쌍해서 내어준것인지... 내가 머무르는 방에는 2층 침대가 1개와 싱글베드가 놓여 있는대 싱글베드엔 다른 순례자가 다른쪽 1층은 내가 차지했다. 왜 침대가 없다고 한것인지 모르겠으나 다행이었다. 12유로에 겟! 

빨래,샤워 후 유심구매 및 시내 구경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보다폰 가게에서 15유로에 4주 20기가의 유심을 사서 꽂았다. 유심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여권이나 여권을 찍어 놓은 사진이 있어야 한다. 유심은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다. 유심 장착 후 구 도심을 돌았다. 갈리시아의 도시라 그런지 뿔뻬리아가 많았다. 맛있어 보이는 집들도 있었는데 혼자 들어가서 먹는게 좀 애매하기도 하고 오픈전이기도 해서 그냥 디아에서 장을 봤다. 돌아오는 길에 바르에 들러 맥주를 시켰더니 타파스를 2개나 준다. 맥주 2잔과 타파스 4개를 먹으니 저녁을 먹은 것과 진배없었고 게다가 가격은 4.8유로 밖에 안했다. 뭐지? 횡재한 기분이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간단히 컵라면 하나를 추가로 먹었다. 

Igrexa de Santa María do Campo

현재 미사를 집전하는 성당은 'Igrexa de Santa María do Campo'인데 뭐 딱히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Igrexa da Orden Terceira'는 작지만 더 아름다웠다. 

Igrexa da Orden Terceira

리바데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물은 'Torre dos Moreno'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1917년에 인도 스타일로 지은 건물이고 당시로써는 혁신적으로 철과 콘크리트를 사용해 지었다고 하는데, 왜 인도 스타일이라는 것인지는 좀 이해가지 않았지만 붉은 색으로 반짝이는 지붕이 매우 아름다웠다. 도시의 멀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다. 

오늘은 경치도 매우 좋았고, 숙소에도 일찍 도착했고, 유심도 해결해 기분이 가벼운 26일차가 되었다. 



[오늘의 지출]

첫 콜라와 또르띠아 4유로

두번째 콜라 2.4유로

맥주 2잔 4.8유로

장보기 12유로

유심 15유로

알베르게 12유로

51유로 지출. 오늘은 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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