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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20.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25일차

Luarca  ~ La Caridad 

Camino del Norte 823km Day-25

Luarca 루아르까 ~ La Caridad 라 까리닫 : 29km, 획득고도 558m

북쪽길 25일차 램블러 기록

Luarca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였기 때문에 아침 일출의 모습은 어떨까? 보고 갈까도 싶었지만 오늘 가야하는 곳까지 제법 먼 30km 정도라 어둠속을 다시 나선다. 사과만 하나 베어먹고, 알베르게를 나와 외곽지대로 나가며 오르막을 오른다. 평탄면 아래로 도시가 만들어졌으니 그만큼 올라가야한다. 평지만 걷고 싶은데... 현실은 바램과는 늘 다르다. 빠르진 않지만 천천히 언덕을 다 오르니 도시는 아직 잠속에 빠져 있다. 

화려하지 않은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큰카메라로 야경을 찍어본다. 30초 촬영에 노이즈 감소를 위한 자체 프로세싱까지 한컷 찍는데 1분은 걸리는 것 같다. ㅋ

동이 터 온다. 하지만 기대했던 일출의 화려한 색감은 어렵겠다. 

보라색처럼 보이는 동트는 하늘빛이 아름답다. 

파스텔톤의 보랏빛 하늘도 은근한 아름다움이 있다. 

해가 점점 올라오면선 그냥 평범한 아침 풍경이 이어진다. 농가와 농가를 잇는 길은 옥수수가 더 많이 보인다.

아스투리아스는 옥수수밭이 광활한대 옥수수를 따는게 아니라 기계로 옥수수 전체를 칩으로 부셔버려 트레일러에 바로 옮겨 담는다. 사료로 만드는 모양이다. 우린 옥수수 열매를 참 좋아라 먹는데, 이곳에선 다 베버린 바닥에 떨어진 옥수수를 줍는 정도다.

갈리시아에 가까워지며 지붕의 소재가 달라지고 있다. 일반 기와가 아니라 얇게 켠 돌로 지붕을 이었다. 프랑스 길에서도 많이 보았던 방식이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암석 생산량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과 분리되지 않은 주거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계속 걷는다. 만나는 순례객들이 비야비시오사 이후로 좀 줄어든것 같기도 하다. 일부 순례자들은 프리미티보 길로 넘어갔나 싶다. 길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계속 만나는 인연들도 있다.오늘은 안토니오,마르따 노인부부와 파블로를 만났다

Iglesia Caserio Rellon 이글레시아 까세리오 레욘. 좀 이쁜 작은 성당.

멀리서 화재가 난듯 연기가 구름에 연결되는 보기 힘든 장면을 만났다. 올해 스페인의 여름은 산불(들불)이 굉장히 많이 발생했고 지금도 발생중이라고 한다. 

오레오의 모양은 아스투리아스의 그것이지만 지붕의 소재는 갈리시아에서 많이 쓰이는 얇은 판석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리시아가 가까워 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길에서 보이는 풍경 중 나무의 모습이 뭐랄까 좀 이국적이다. 이런 흙길이 순례자의 발건강에는 더 좋다. 하지만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많은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나마 포장되지 않은 길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감사할뿐.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며 세워진 고가도로가 아찔한 높이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속도로 덕에 기존의 차도는 차량통행이 적어 차도를 이용하는 스포츠 레져활동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자전거가 대부분인데 솔로 라이더도 있고 단체 라이더도 자주 보인다. 

고속도로 밑의 구도로를 따라 걷다 다시 언덕방향의 흙길로 들어섰는데 집 정원에 장식된 미니 오레오와 작은 조형물을 여러개 정성들여 만들어 놓았다.  보는 재미가 있다. 

15km 4시간 정도 걸었는데 뭘 먹을 곳이 없다. 바르가 있을 것 같은 마을을 종종 지나지만 없었다. 

작은 동네들을 잇는 농토 사이의 길을 한참 걸은 끝에 Villapedre라는 마을에서 드디어 바르를 발견했다. 까페 꼰 레체와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가 반갑다. 3유로의 저렴한 가격은 더욱.

Café Bar Restaurante Villapedre

꽤 오랜시간 걸었기에 충분히 쉬어준다. 담배도 피우면서 잠시 여유를 즐긴다. 

Parroquia de Santiago de Villapedre

이렇게 조용하고,평온한 길을 무심하게 걷다보면 비슷한듯 다른 길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렇게 한적한 시골마을에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무료할것 같다는 도회지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치열함이 있을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삶이란게 그리 녹록치 않을테니 말이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종탑이 삐죽하게 높은 성당에 이른다. 삐녜라의 성인 살바도르의 성당이라고 적혀있다.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낮동안 열어 놓으면 순례자들이 쉬어가기도 하고 기도도하고 그럴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관리의 문제란게 또 그렇지 않을테니.딱히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성당이다.

기찻길 위로 만들어진 다리(길)을 지나면 살바도르 성당에 도달한다.
Parroquia de San Salvador de Piñera

길을 알려주는 조개 문양으로 길을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걸을 수 있는데, 이 조개의 방향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방향을 안내한다. 선들이 한군데로 모이는 방향이 정 방향이지만, 이게 늘 옳진않다.ㅋ

Parroquia de San Salvador de Piñera

마을 외곽에 차도를 따라 걷다보면 오래되어 보이는 공립학교 건물을 만나는데, 현재는 알베르게로 쓰이고 있었다. 남자아이(niño 니뇨)들과 여자아이(niña 니냐)들은 각각 다른 교실을 사용했었나 보다. 상당히 유교적이었던듯...ㅋ. 한국은 그래도 초등학교는 남녀 합반이었는데. 스페인에서 만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니.

옥수수의 바다를 지난다. 미국의 옥수수밭에는 잘못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이곳은 그정도까지는 아닌것 같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규모의 옥수수 밭이다. 

"판매"라고 써 놓은 옛날 성당 건물을 지나는데 이런거 사서 수리 후 숙소든 뭐든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 

가격은 어느 정도나 할까 궁금했다.

5시간 넘게 걸어 제법 큰 동네인 나비아에 도착한다. 역시 큰 강을 낀 바닷가의 양쪽으로 도시가 형성된 곳이다. 

나비아의 입구 풍경이 좋다. 민트라고 해야하나? 첫 집의 벽 색상이 튀지 않지만 눈에 잘 들어온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이런 도시 풍경이 뙇!!!

마을 중심부의 꽤 큰 바르에 들어가 콜라와 와인 한잔 시켰는데 빠예야 타파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맛있다.

가게 이름이 'Sidrería La Villa 시드레리아 라 비야'인데 시드레리아는 시드라를 파는 가게라는 의미이다. 

시드라는 사과로 만든 탄산주(술)을 말하고, 아스투리아스는 시드라로 유명한 지역이다. 

참고로 리브로 libro는 책이고 리브레리아 librería 는 서점, 플로르 flor는 꽃이고 플로레리아 florería는 꽃집이라는 뜻이다. 명사뒤에  ~ría가 붙으면 명사를 판매하는 집이라는 의미가 된다. 

Sidrería La Villa
저 멀리 강끝은 바다로 연결된다.

다리를 건너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언덕을 오른다. 꽤 힘들게. 언덕위에서 뒤를 돌아보니 나비아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비아 풍경

다시 인적드문 시골의 흙길이 이어지다 만나는 마을에는 작은 예배당이 있다. 'Capilla de Santa Ana 까피야 데 싼타 아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작은 성당이다. 

Capilla de Santa Ana

조용하고 심심하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길은 '또르쎄'로 이어진다. 해변을 배후로 두고 있는 마을인듯 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보인다.

오레오의 모양이 갈리시아 양식으로 변하고 있다. 아래의 오레오는 갈리시아의 그것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갈리시아 해안 지방의 부자느낌의 주택이 아름답게 서있다.
고냥이는 졸리워

시골길은 'Cartavio' 마을로 이어진다. 

멀리서부터 옥수수밭 뒤로 보이던 교회당이 점점 가까워 진다.   '까르따비오의 성 마리아 교회'다

Parroquia Santa María de Cartavio

까르따비오를 빠져나오면서 도로를 따라 오늘의 최종 목적지 마을인 'La Caridad 라 까리닫'으로 향한다. 차량도 사람도 없는 길이 외로워 보인다. 

30km를 걷고서야 오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알베르게는 열려있었지만 관리자는 없었다. 단층의 지은지 오래되지않은 건물이었는데, 철제의 2층 침대가 빼곡이 들어 앉았지만 20명 정도의 정원이고 다 차지 않아서 여유있게 이용할 수 있었다. 침대의 시트와 베개 시트를 씌우고 씻고 빨래하고 빨래는 앞집 담의 철조망에 널었다. 햇볕이 좋아서 금방 마르겠다. 나중에 도착한 독일 아줌마 둘도 옆에다 나란히 빨래를 널었다. 

관리자는 7시 30분에 온다고 하니 빠블로와 하비에르 이렇게 3명이 저녁을 먹으러 동네에 나갔는데, 메뉴 델 디아를 파는 곳이 없었다. 작지 않은 동네에 바르는 오픈했지만 식사를 할 수 없었고, 축제를 하는지 아이들을 위한 탈것등의 놀거리가 좁은 광장에 가득찼다.  스페인 순례자 2명과 같이 나왔는데 저녁을 먹을 수 없었다. 뿔뽀등의 해산물을 먹으러 나왔지만, 식당 점원과 얘기하던 빠블로와 하비에르는 고개를 저었다. 슈퍼마켓도 열지 않아 할 수없이 자판기에서 몇가지 음료와 스낵을 사서 돌아왔다. 

알베르게의 벤치에 앉아

각자 가진 먹을 거리를 모두 꺼내 놓으니 제법 많다. 바게트며, 멸치 통조림이며, 치즈에 살치촌까지 한끼 해결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스페인 순례자의 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한끼였다. 

라 깔리닫 공립 알베르게
진수 성찬이다. 왼쪽이 빠블로, 오른쪽은 하비에르

[오늘의 지출]

오늘 첫 간식 3

두번째 간식 콜라와 와인 한잔. 빠에야 조금 서비스

3.8

알베르게 7

장보기는 아직...실패.

메뉴 델 디아를 오랜 만에 먹어보려다 안팔아서 실패.

2.4유로로 자판기 간식사서 스페인 형들과 저녁 만찬. ㅋㅋㅋ

16.2유로 사용.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렇듯이 경비는 적게 사용할 수 있다.

가난한 자에게도 길을 내어준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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