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30일차

Vilalba ~ Parga(A Pobra de Parga)

by 감뚱

Camino del Norte 823km Day-30

Vilalba 빌랄바 ~ Parga(A Pobra de Parga) 빠르가(아 뽀브라 데 빠르가) : 31km, 획득고도 468m

북쪽길 30일차 램블러.jpg 북쪽길 30일차 램블러 기록

오늘은 앱에서 제공된 거리는 실제와 차이가 남을 실감한 날이다. 앱에서는 빌랄바에서 바몬데까지 18.3km, 바몬데에서 이곳 빠르가까지 7km라고 소개 했지만 실행 도상거리는 30.7km였고 고도를 고려한 실 거리는 훨씬 길었을 것이다. 꽤 늦은 시간인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어느덧 30일차가 되었다. 걷기 시작한지 한달이 되는 날이다. 매일 쉬지않고 걸었음에도 매일 장거리를 걷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일 매일 또 같은 정도의 힘듦이다. 생각치 못했던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면 멘탈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멘탈이 흔들리면 육체는 따라간다. 장거리의 도보 여행이고 매일 걷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예측할 수 있는 정도의 힘듦이어서 그런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도보여행도 이러할진데, 더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 말고 정말 대단한 일이지 싶다.


해가 점점 짧아지는게 느껴진다. 오늘은 좀 늦게 8시에 출발하는데 아직 길은 많이 어둡다.

P1132247.JPG 알베르게 옆 소방서 발향의 가로등.

빌랄바의 중심부 도로가 아닌 옆으로 난 골목으로 길이 이끈다. 태권도장이 보인다.한국과 7시간 이상 시차가 나는 이곳에서 '태권'이라 적혀있는 한글을 보니 괜시리 참으로 반갑다. 골목길도 왠지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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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바의 태권도장. 반가웠다.

마을 중심에 우뚝솟은 종탑두개를 가진 성마리아 성당옆을 지난다. 오전미사가 없었거나 이미 끝났나 보다. 대문이 굳게 잠겨있다. 뭐 하지만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애써 생각을 강요해본다. ^^;;

20221007_081918.jpg Igrexa de Santa María de Vilalba

성당에서 좀 떨어진 곳에 8각형인지 6각형인지 애매한 탑이 하나 보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국립 파라도르 호텔로 사용되고 있는 'Castillo de Andrade' 성의 일부라고 한다. 파라도르 호텔은 스페인의 오래된 건축물을 활용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 도시마다 거의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거의 4성급이었던것 같고 10만원 내외라 부부가 같이 순례길에 나서면 가끔 이용하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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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마리아 성당과 파라도르 호텔의 탑

빌랄바 중심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이런 시골길이 시작된다. 한번에 이길을 다걷는 순례자도 있지만, 주말에만 끊어서 걷는 스페인 자국민도 있고,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도 있는 듯 하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팀들을 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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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가 시작되는 10월 즈음부터 갈리시아 지방은 아침 안개가 기본값인듯 싶다. 언제부터인지 아침엔 계속 안개를 만난다. 나무가 우거진 길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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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밑을 지나며 뭔가 기하학적으로 멋진 구도의 사진이 나올것 같아 찍었는데 왜찍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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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을 깔아 놓은 길은 거의 보기 힘들다. 공을 많이 들여야하는 길 타입이라서 순례길에서도 가끔 짧은 구간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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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이 진짜 많다. 나무야 뭐 한국도 많긴하지만 평원처럼 넓은 들판에 나무숲과 풀밭을 함께 보는건 지루하지가 않다. 물많은 갈리시아엔 작은 강도 많다. 이곳의 물색은 검게 보이는데 아마도 강 바닥의 나뭇잎이 썩은체 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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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타나는 농가와 그 사이로 난 길, 그리고 순례자의 조합은 딱 이상적인 순례길의 모습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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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십자상,오레오,농가의 어우러진 모습은 이곳 갈리시아에서 볼 수 있는 조합이다. 아스투리아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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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부터 계속 마주치는 4인조 스페인 순례자들. 이들은 아마 알베르게가 아닌 뻰시온 같은 곳을 이용하나 보다. 한번도 알베르게에서 마주친 적이 없다. 순례를 하는 방법은 스페인어를 잘 할 수록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호박과는 좀 다르게 생신 호박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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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흥미로운것은 농가주택을 포함해서 주로 2층 이상이 많은 점이다. 땅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단층이 아닌, 건축이 더 어려울 수 있는 2층 이상으로 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나의 생각은 난방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처럼 구들 혹은 보일러로 바닥 난방을 하는 방식이 아니고 난로로 난방할 경우 단층의 수평적 넓은 공간보다는 수직적 난방이 더 효율적이라서 그럴것이라는 근거없는 추론을 해본다. 아니면... 뭘까 잦은 비로 인해 지붕이 넓은 것 보다는 지붕이 좁을 형태가 더 유리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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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바에서 5km 좀 넘겨 꽤 오르막인 곳 정상즈음에서 뒤돌아 보니 헉! 빌랄바의 높은 건물 상층부만 안개의 바닷속 섬처럼 떠 있는 듯 보인다. 카메라 렌즈에 이슬이 맺히는 바람에 선명하게 찍지 못한게 많이 아쉽다. 200mm 이상의 망원 렌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1132277.JPG 멀리 섬처럼 떠 있는 빌랄바
20221007_091614.jpg 동양화 같은 빌랄바 풍경


P1132281.JPG 숲의 윗부분만 보이는 것도 멋지네.

순례자의 뒷모습. 길과 참 잘 어울린다. 가끔 사진에 찍힌 순례자를 알베르게에서 만나면 이메일 주소를 묻고 사진을 보내줬다. 나도 뒷모습이 찍히고 싶지만, 난 날 찍을 수 없다. 뒷모습의 사진을 받는 기쁨을 그들에게 전달하고 난 합법적으로 사진을 얻는다. 물론 도촬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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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습하니 버섯도 참 많이 볼 수 있다. 버섯에 대해 잘 알면 반찬거리가 해결될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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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흙길, 자갈 깔린 길, 작은 돌이 촘촘히 정성들여 박힌 길1시간 안쪽에 참 다양한 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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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길은 고속도로와 만났고 그곳에서 다시 안개바다의 빌랄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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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아름다운 성당 공동묘지를 만났는데, 예사롭지 않다. 여태 만난 작은 동네의 성당,공동묘지 중 건축미가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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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rexa de San Xoán de Alba

걷기에 좋은 포근한 흙길이 긴 커브를 그리며 앞 모습을 내어주지 않지만 그 길 속의 순례자가 길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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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순례자

장식으로 만들어 놓은 오레오 색상이 좀 깬다.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칠해놓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게 목적이었다면 성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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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 위에 누군가 빨간색 물통 쓰레기를 올려 놓았다. 이 빨간 물통은 이정표의 한 부분인가 아니면 그냥 쓰레기인가? 빨간색이 초록,파랑,노랑 속에서 유독 눈에 띄인다. 쓰레기일지 아닐지는 각자의 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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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터널처럼 보이는 순례길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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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다르지만 하나로 이어지는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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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te de Saa - Insua (Vilalba)

언덕을 횡으로 지나 올라가는 길 한가운데 커다란 누렁이 한마리가 길막을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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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하품하며 늘어져 쉬고 있는 너야말로 견생 승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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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2324.JPG Capela do Carmio

Baamonde 마을로 가는 길에 꽃을 사랑하는 집주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꽃으로 포장한 시골집을 지난다.

P1132327.JPG 시골 집 감성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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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mida de Santo Adrián

한적한 시골길 끝에 고속도로 밑으로 지나는 통로 끝에 순례자의 모습이 극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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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amonde'에 들어선다. 이곳에는 공립알베르게도 있으나 너무 이른 도착이기도 하고 이미 예약해 놓은 Parga까지 가야 했기에 식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배도 고프고.

P1132335.JPG Baamonde 초입

로터리에 위치한 Café-Bar A Rotonda에 들어가 쁠라토 콤비나도 plato combinado와 맥주를 주문했다. 말도 잘 안통하는 가운데 귀여운 점원이 열심히 들어주어서 주문을 마치긴했다. 로모, 우에보, 빠따따스 달라고 했는데 뭐 원하는대로 나오긴 했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배를 채워야했기에 남김없이 먹었다. 그나마 8유로 였으니 이 정도면 만족. 서비스 안주인 올리브는 짭짤하긴 한데 솔직히 뭔맛인지... 짭짤한 미원에 절인맛? 잘 모르겠다. ㅋ

20221007_140355.jpg 한접시에 원하는 음식을 같이 주는 것을 쁠라토 꼼비나도 plato combinado라고 한다.

동네 높은 곳에 자리한 바아몬데 산티아고 성당이 멋스럽다.

P1132337.JPG Igrexa de Santiago de Baamonde

차도를 벗어나 숲속 길로 접어드는데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사실 순례길 내내 사람 구경하려면 큰 동네나 알베르게나 가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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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시아 들어오면서 부추처럼 생긴 풀에서 보라색 꽃이 피어난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바닥에서 자라 딱히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 구간 중 숲속 길에 잘 보존된 'Capela do Santo Alberte en San Breixo' 유적 근처 풀밭에 무더기로 피어 있어 성당 구경을 하는 김에 바닥에 앉아 이 꽃들을 담아 보았다. 표준 줌렌즈 1개로 잘 담을 수 없는게 좀 아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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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구경할만 했지만 외진곳에 있는 성당유적인 'Capela do Santo Alberte en San Breixo'은 뭐랄까 좀 신비로왔다고나 할까? 성당 옆으로는 느리게 흐르는 'Parga 빠르가'강과 강변의 하이킹을 위한 소로가 있지만 그 길을 걷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하비에르를 이 성당에서 만났다.

P1132355.JPG Capela do Santo Alberte en San Brei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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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넘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길을 찾아 걷는데, 그론세 앱에 따르면 이곳에서 길이 오피셜 로드와 대안 길로 나뉘게 된다. 혹시 이글을 보고 이길을 가게 된다면 mapy.cz 맵을 참고하지 말고 노란 화살표를 찾아 걷는 것을 우선으로 하길 바란다. 지도를 읽는 나의 착각은 강을 따라 나있는 mapy.cz의 노란색 하이킹길을 쫓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좀 많이 돌아가는 코스였다. 1시간 정도는 손해 본 듯 하다.그래도 강을 따라 나있는 매우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어서 나름 좋았다. 다만 혼자서 어두울 때 걷는다면 귀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

P1132363.JPG 이런길과 강변의 아주 좁은 소로를 따라 걷는 기분이 좋다.
P1132364.JPG 가차 터널 위를 지나며

사람이 살 것 같지 않던 강변에 꽤 괜찮은 주택이 있었다. 재미나게 생긴 직접 만든 듯한 배도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어린아이가 있는 집인듯 하다. 학교까지 참 멀것 같다. 스페인의 시골에선 학교에 가기 위해 스쿨버스와 자가용을 모두 이용한다. 큰길로만 스쿨버스가 다니므로 집에서 큰길까지는 개인차량을 이용해 연계하는 것을 몇번 보았다. 학교 다니기 만만치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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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옆에 붙은 좁은 길로 걷는다. 가끔 길을 표시하는 표식이 바위나 나무에 그려져 있기도 하다. 난 길을 잘못들었기 때문에 까미노 화살표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지도상에 오늘 목적지까지 그 길이 이어져 있기에 따라서 걸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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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았을 것 같은 상태의 자연이 신기하고 또 약간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인기척 없이 새소리와 물튀는 소리만 종종 들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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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처럼 보이는 곳으로 이어지는 다리도 건너니 유원지처럼 가꾸어진 수변 시설들이 나타났고 난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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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옆의 길을 벗어나 차도로 올라온 후 표지판을 보니 'Parga 빠르가'다. 길을 잘못들어 힘들었지만 돌아온 숲속 길은 참 좋았다. 일단 사람사는 마을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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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2379.JPG Parga 강

오늘의 숙소인 'Parga Natura Alojamiento'는 빠르가 강을 건너 이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되짚어 내려와야 하는 길을 힘들게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공동묘지와 성당이 아름답다.

P1132381.JPG Iglesia de San Esteban de Parga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 하고 침대 배정받고, 짐정리에 샤워, 빨래까지 하니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먼저 도착한 하비에르와 한컷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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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숙소는 20유로에 예약했는데, 침대는 좀 삐걱대지만 나머지 시설은 깨끗하고 편리해서 좋았다.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 피우는 연초 한대는 정말 좋았다.

20221007_185318.jpg 테라스
20221007_185331.jpg 테라스 의자에 먹이 받아 먹으러 날라온 새 한마리

식당이 있는 마을로 다시 내려가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 그냥 숙소에저 제공하는 저녁을 12유로에 신청했다. 하지만 맛은 있는데 고기를 안주는 서운함. 아...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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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게트,와인,샐러드,콩조림,플란 구성의 12유로짜리 저녁은 왠지 많이 서운했다. 고기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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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내부

저녁식사 후 다른 순례자들과는 대화를 할 수 없으므로 후식까지 빨리 먹고 마르지 않은 빨래를 걷어 침대에 널어 놓고 내일을 위해 일찍 일과를 마친다. 배정받은 침대가 2층이라 불편하겠군...


[오늘의 지출]

힘든 하루였다.


오전 까페콘레체 1.2유로

점심 : 맥주 한잔과 콤비 플라타 8유로

알베르게 및 저녁식사 : 20+12유로

총 41.2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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