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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29.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북쪽길 32일차

Sobrado ~ Arzua ~ A Calle

Camino del Norte 823km Day-32

Sobrado 소브라도 ~ A Calle 아 까예 : 32km, 획득고도 532m

북쪽길 32일차 램블러 기록

어제 저녁 블루투스 접이식 휴대용 자판의 작동 불가로 어렵게 일정을 정리하고 자판은 휴지통으로...

32일차가 시작되었다. 좀 늦게 짐을 싸 8시쯤 나선다. 배가 고파 수도원앞 오픈한 바르에서 까페 꼰 레체와 타르트 한조각을 한참이나 기다렸다 받아 먹었다. 타르트는 남겼다. 맛이 없어서... 5유로나 냈는데.


날이 이미 밝아지기 시작해서 처음으로 랜턴을 꺼내지도 않고 걷는다. 안개가 성하다. 

안개 때문에 카메라 렌즈에도 뿌옇게 이슬이 달린다. 닦기 귀찮네. 오늘도 역시나 조용한 시골 동네다. 

오늘은 드디어 북쪽길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40km 쯤 남겨놓는 Arzua에서 프랑스 길과 만나게 된다. 아마도 순례자들을 많이 볼 수 있겠지.

터널 같은 나무 숲길이 점점 많아지는 느낌.

외진 농가 진짜 커다란 밤나무 아래 트랙터가 그림처럼 놓여있다. 농부 치고는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분인가 보다. 굳이 이렇게 트랙터를 놓아야 할 이유는 예술적인 이유밖에 없어 보여서 한컷.

시골의 일상이 풍경이 되고 그 풍경이 그림이 되는 장면

스페인은 거의 집마다 자기 집의 이름을 현판에 붙여 두거나 타일에 새기거나, 부조로 만들어 놓거나 한다. 말하자면 옛날 우리나라의 문패 같은 것인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양이 제각각이라 주인의 예술성을 알 수 있다. '까사 까사노바 1번' 이라고 적인 문패를 찍어본다. 이유는 까사노바라서...ㅋ

북쪽길 후반부에 알베르게에서 자주 만났던 스페인 처자 커플 중 하나. 진짜 잘걸어. 아직 어려서 그러겠지

가끔은 차도옆으로 또 흙길로 조용한 길이 이어진다. 

Cafe Bar Carreira에서 콜라 한병과 화장실. 화장실 창이 액자 같아 한컷.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매우 귀찮지만, 뭐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아 우의는 생략한다. 

Cafe Bar Carreira 화장실 창으로 바라본 풍경

갈림길을 오른쪽으로 순례자를 안내한다. 어제 잘못든 보이밀 방향으로 안내한다. 

보이밀은 작은 동네였고, 이곳은 빠르가에서 소르라도를 거치지 않고 올 때 만나는 길이었다. 

보이밀의 성 미겔 성당과 마을 공동 묘지.정면은 예전 것을 그대로 살렸고, 뒷부분은 개축한듯 하다. 

Igrexa de San Miguel de Boimil

주홍색 호박을 예술적으로 배치한 집주인 뭐냐... 스페인 농부들은 예술 센스가 많은 듯.

비슷한 구도 완전히 다른 느낌. 오늘쪽 사진이 극적이지...
Igrexa de Santa María de Sendelle 마침 마을의 누군가 돌아가셨나 보다. 장례식이 끝났는지 동네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수확하기 전 옥수수밭과 수확 후의 옥수수밭. 수확하는 방법이 다른 스페인

오늘은 유난히 앞으로 순례자들이 많이 보인다. 모델이 되어 주는 그분들에게 마음의 감사를 전한다.

길이 너무 예쁘다. 

북쪽길의 마지막 까미노 표지석을 기념으로 남긴다. ^^ 3만 9천키로가 남은 것이 아니라 39.155km 남음.

이곳에서는 소수점을 '.'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는다.  

드디어 프랑스 길과 만나는 Arzua 중심부에 들어왔다. Bar를 찾아 잠시 쉬어 간다. 스페인에서 처음 맛보는 펩시콜라.

아르수아의 골몰길에는 까미노 표식이 많아서 길을 잃을 이유가 없다. 번잡한 곳에서 조차.

아르수아를 빠져나오면 다시 조용하고 푸른 길이 이어진다. 생각만큼 순례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르수아가 보통 하루 묵어가는 마을이라 그런듯 하다. 

프랑스 길에 접어 들어서도 잦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서 좀 힘들다. 언덕 정상부에서 뒤를 돌아보니 아르수아가 한눈에 들어온다. 

각자의 소원을 담은 장소. 왜 이곳이 이런 의미를 가진 장소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안내판이나 누군가의 이름을 적어 놓은 표시도 없다. 딱히 신령스러운 느낌이 나는 곳도 아니고. 

그론세 앱에서 'A Calle 아 까예' 마을에 알베르게를 안내하고 있어 작고 조용한 동네인 이곳까지 힘들게 발길을 옮겼는데 식당을 겸하고 있는 알베르게에 예약없이 입실 할 수 있었다. 

타기도 많이 탄듯하고 피부는 칙칙하니 탄력없어 보인다.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으니 가능하다고 해서 도착 후 늘 하는 것들을 하고 식당으로 내려가 식사를 요청했다. 퍼스트는 갈리시안 스프, 세컨드는 비프 스테이크,음료는 와인, 후식은 아이스크림으로 뚝딱.

이 집의 하우스 와인은 진하게 입에 착 감기는데 향도 맛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난 와인맛을 모른다.ㅋ 

갈리시안 스프는 우리나라의 시레기국 비슷하다. 희한하게 된장푼 느낌이 나는데, 아마도 콩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비슷한 구수한 맛이 나는 것 같다. 어쨌든 맛있어서 바게트 뜯어 싹싹 국물 한방울 안남기고 먹었다. 

쇠고기 스테이크는 좀 질겼다. 어금니 하나가 좋지 않아 오래 씹어야 했지만 소금간이 적절해서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쇠고기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도 제법 맛있었다. 엄지 척!

오늘 많이 걸었기에 내일 어디까지 갈지 부담스럽지 않다. 이제 30키로 정도 남았고, 알베르게는 군데 군데 많은 프랑스길이기 때문에. 그리고 여차하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들어가면 되니까!

밥먹고 방에 올라왔는데, 스페인 중년 아저씨가 엉망이된 발바닥의 물집을 처지하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좀 웃겼다. 엄청 큰 소리로 "아 악! 으~~~~~~~~~악!" 느낌의 스페인어로 고통을 표현하는 소리 재밌었다. 그 양반은 몹시 아픈듯 했지만...


[오늘의 지출]


아침 5유로

콜라 2번  4유로

알베르게 15유로

저녁 11.5유로

35.5유로 사용.

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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