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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Jun 23.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은의길 6일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깔디야 데 로스 바ㄹ로스 ~ 싸프라

*Via del la Plata 은의 길 6일차 

  Calzadilla de los Barros ~ Zafra

  깔사디야 데 로스 바르로스 ~ 싸프라

  운행거리 : 18km, 운행시간 : 4시간 20, 획득고도 173m, 최고점 656m

어제 난 알베르게의 큰 방에서 혼자 잠들었다. 간혹 만났던 순례자들은 다른 숙소로 갔나 보다.

스페인 젊은 친구는 이 곳에 먹을 것이 전혀 없다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슈퍼마켓도 없는 마을... 이곳에서 먹는 행위는 프랑스 길에서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다행인것은 어제 바르에서 획득한 보카디요의 맛이 꽤 괜찮았다는 점이다.

외곽의 알베르게 옆에는 오래된 성당이 있었고 마침 미사가 있는지 문을 열어 놓아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보통 한국의 성당과 기본 형태는 유사하지만 제대는 많이 다르다. 예수의 십자상이 전부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상이 있기도 하고 금칠된 듯 화려한 부조와 조각상이 제대를 장식하고 있다.보고만 있어도 성령이 충만해질 것 같은. 하지만 저렇게 화려한 종교 상징을 만드는 인간의 행동과 수고가 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이기도 하다.

저녁에 잠시 개방된 알베르게 바로 앞의 성당을 둘러 보았다.

아침에 다른방에서 보낸 노인 두명이 먼저 떠나고 나는 돌체 구스토 까뻬 라떼 한잔과 설탕 토마토를 만들어 먹고 천천히 길을 나섰다. 7시 40분 쯤 나왔는데 아직 어둡다. 

넓고 쾌적한 알베르게
아직 어두운 마을 중심부를 빠져나가는 길
놓치지 말고 노란화살표를 따라 가야 한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평탄한 길이다. 이런 길이 걷기엔 정말 딱 좋다. 

전후방 1km 내에는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51% 쯤 될것이다. 따라서 방뇨가 자유롭다. 

누렁이 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 가장자리에 연한 청보라? 빛 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한때는 화려함을 뽐냈을 말라 비틀어진 꽃대를 보자니 우리 인생같기도 하다. 

프랑스인 부부는 걸음이 나보다 빠르다. 프랑스 길 2013년, 북쪽길을  2016년에 마치고 지금은 은의 길을 걷는 중이란다.2019년 12월에 한국 방문을 하려고 했으나 코비드 때문에 못갔다며 서로 잘 못하는 영어로 손짓 발짓을 했다. 말을 한게 아니라 서로 표정을 읽었나 보다.

수확 끝낸 포도나무에 남겨진 포도를 프랑스 아저씨가 따서 나에게도 준다. 공범이 된것이다.달긴 하지만  북쪽길에서 먹었던 것 만큼 맛있지는 않다.

새로 심기 시작한 포도나무 과수원은 정말 광활하다. 

저 멀리 산초 페레스 마을이 보인다. 보이지만 참 많이 남은 거리다. 보인다고 바로 도착할 수 없으니 어쩔 땐 더 힘들다. 

마을 입구에 들어온 시각이 11시 쯤. 배가 고파 바르를 찾았는데 문을 연 곳이 없다. 

마을 중심부엔 오래된 성당과 작은 광장과 바르들이 있지만, 문을 연 곳은 없었다. 

오래된 성당이 멋져 보여 일부러 한바퀴 돌며 구경한다. 

보수 공사를 자주해서 그런건지 원래 그런건지 벽을 이루는 석재의 종류가 아주 그냥 제각각이다. 


와이너리가 있는지 포도주 상징물이 서 있길래, 프랑스 누님에게 부탁해서 사진 한장.

목적지 마을인 Zafra가 시야에 가깝고 그 왼편에 미황산 같은 산이 우뚝 서 있다.

동네 규모가 상당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주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싸프라는 꽤 큰 마을인듯하다. 투우 경기장도 있고 오래되고 커다란 성당과 파라도르 호텔도 있다.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이름의 알베르게에 왔는데 고흐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고흐 관련 서적과 포스터 같은게 많이 장식되어있다.

혹시 이 글을 본다면 이 곳에 머루르는건 추천하지 않는다. 10유로에 깨끗한 편이지만 화장실 샤워실이 통합된 한개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 혹은 여유가 좀 있다면 파라도르 호텔을 추천한다.

바로 근처 *오텔(스페인어의 H는 묵음이다)의 식당에서 오랜만에 메뉴 델디아를 먹었다 11유로. 와인도 괜찮았고 파스타 샐러드와 닭 다리 구이, 후식으로 네슬레 아이스크림까지. 꽤 괜찮았다.


별거 안든 마카로니 샐러드 왜 이렇게 맛있는거냐...
닭다리 구이 정말 맛있었다. 

잠시 낮잠을 자고 동네 구경과 마트에 들러 마실것과 비상식량을 좀 샀다. 7.6유로


침대에 누워 있다 창 밖의 색이 심창치 않아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와우!!!

감동의 순간이다. 


[오늘의 지출]

알베르게 10

점심 11

간식 등 7.6

총 29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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