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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Jun 27.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은의길 8일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비야프란까 데 로스 바ㄹ로스 ~ 메리다

*Via del la Plata 은의 길 8일차 

  Zafra ~ Merida

  싸프라 ~ 메리다

  운행거리 : 43.7km, 운행시간 : 11시간 8분, 획득고도 311m, 최고점 485m

은의 길 8일차. 램블러 기록

밤새 잠을 못 잤다. 에밀리오형은 참 시끄럽게 보낸다. 축구중계며 뉴스며 볼륨을 줄이지 않는다. 잠들 땐 코 고는 소리가 진짜 천둥이다. 그렇게 잠깐 졸다가 양압기를 착용하고 자는데. 이 양압기도 소음이 있다. 은의 길을 걷고 있는 이 형은 커다란 양압기를 배낭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내가 메리다까지 가겠다니 손사래를 치며 안된단다. 이 아저씨가 날 뭘로 보고.


4시부터 변보고 고양이세수하고 4시 반에 출발하려고 방문을 나섰는데 출입구가 잠겨 있다. 이런 씨불... 이것저것 여기저기... 문이란 문은 다 열어 보지만 열리지 않는다. 랜턴을 켜서 식당 카운터를 살피니 열쇠가 있네? 열쇠를 들고 원래 출입문이 아닌 길 쪽의 창문 같은 문을 여는데 성공하고 열쇠 제자리 문 닫고 길을 나선다 4시 50분쯤?

마을 중심부로 다시 이동해서 걷는데 환하게 불을 켠 곳엔 깨끗해 보이는 호텔이 있다. 이곳에서 묵을 걸...

마을 중앙 광장에는 장식물을 설치해 놨는데 오... 예쁘다. 

마을 중앙부에서 하얀색 성당을 만났다. 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la Coronada(꼬로나다의 동정녀 마리아의 교회)란 이름을 가졌는데 처음 보는 외관이다. 온통 흰색이라니...

실제보다 많이 밝게 찍히는 동쪽하늘. 아직 해가 뜨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일출이 좀 드라마틱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꽝이다. 

실제로는 매우 깜깜하지만 핸드폰과 카메라의 반사식 노출계는 매우 부정확하다. 따라서 눈으로 봤을 땐 그냥 시커먼데, 카메라를 거치면 좀 밝게 나오는 등의 기대하지 못했던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잘 안 보이지만 포도나무의 바다다. 

동이 터오는 길 앞으로 펼쳐진 길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일직선이다. 

인생이 이렇게 일직선의 길만 있다면 참 지루할 것 같다. 

일출이 멋지진 않았지만 나름 오렌지빛 하늘빛이 좀 이쁘다. 

와... 지평선까지 길이 이어지는 이런 모습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지 싶다. 길 양옆으로는 포도밭이다. 이정도 되니까 포도주가 싸겠지?

포도의 바다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비포장 도로를 열심히 걷는다.  

빛 내림이 이뻐서 몇 컷 담아본다. 

마을이 있으려나 보나, 알베르게 겸 식당 안내판이 서있다.  1인 14유로의 숙박비.

보통은 앞에 보이는 마을인 또르레메히아 Torremejía에서 하루 묵지만 난 메리다에 호텔을 잡았다. 흐흐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다. 

식당을 찾아가 메누 델 디아를 주문하니 야채 볶음에 계란프라이와 로모구이. 야채 숲에 가까운 야채 볶음이 생각 외로 맛있었다. 케첩 맛이 나는게...후식으로 맛있는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11유로. 시골치고 싸지 않았지만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30km 가까이 걸은 후 먹는 음식이 맛없을 순 없겠지.

갈래길이 나오는데 주의하지 않으면 엉뚱한 길로 들어가 고생하게 된다. 밥 잘 먹고 길 잘못 들어 20분 정도 손해 봤다. 

메리다까지는 지속적인 내리막길인데도 가끔씩 나타나는 얕은 언덕이 숨 가쁘게 만든다. 메리다까지는 이런 길이 주욱 이어졌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메리다 인 듯하다. 아 이제 보인다 보여...

염소들이 아주 그냥 멋들어지게 생겼다.

드디어 메리다를 가로지르는 과디아나에 도착했다. 강변에 조성된 벤치에서 양말까지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2천 년 전 서로마 제국의 중심이었던 스페인에 만들어진 로마의 도시 '메리다'.  구도심으로 연결된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로마교를 건너 드디어 오늘 예약한 호텔로 발길을 옮긴다.  

차량 통행은 불가하고 사람만 자유롭고 안전하게 오간다. 길이는 800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상당히 길다. 2천 년 전 로마제국의 힘이 어느 정도 컸을지 가늠이 된다. 이 정도의 다리와 길이 필요할 이유는 통치와 관리 때문이었지 민초들의 필요 때문은 아니었겠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메리다 시민들.

알카사르(궁전).

이슬람 세력이 번성했던 곳이라 로마의 유적 + 이슬람 유적 + 스페인 가톨릭 유적이 혼재되어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그게 그거... 

2천 년 전 로마제국의 영광의 흔적을 아직도 이렇게 볼 수 있다니. 놀랍다. 


Temple of Diana 신전. 이태리와 그리스는 못 가봤지만 로마와 아테네의 유적 사진으로 본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 규모는 그렇게 크진 않다. 

고대 로마의 유적 석재를 이슬람 사원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다시 스페인 성당이나 대 저택에 활용되고 다시 대저택을 뜯어내 사용된 석재를 유적 복원에 다시 사용하고. 석재니 가능하지 목재였으면... 돌려 막기가 어려웠을 듯.


Pórtico del Foro Municipal de Augusta Emérita

2천 년 전에 세워진 신전. 신전 기둥 뒤에 벽감이 있다.

벽감 안의 동상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와 관련된 인물과 신화 속 인물들아 배치되어 있다고.

구글 지도를 검색해 중식당을 찾았다. 몇 군데 있는 것 같은데 그중 가까운 곳을 골라 갔다. 북경주루라는 식당인데 9.5유로에 3가지 음식을 제공했다. 콜라와 아이스크림 후식까지.

마트에 들러 맥주와 과일 등을 좀 사고 호텔에 들어와 후식을 과하게 즐겼다. 내일은 푹 잘 수 있으므로.

37유로의 호텔은 깨끗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을 깨끗하게 리모델링해서 호텔로 사용하고 있는데 안내 데스크의 붉은색 원피스의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저녁 식사까지 하고 호텔에 들어와 걸은 거리를 확인해 보니 48km를 넘게 걸었다. 

우와... 내 인생에서 하루동안 가장 많이 걸은 날이었다. 


[오늘의 지출]


호스탈 37

점심 11

저녁 9.5

마트 11 맥주 생주스 귤 산딸기 스키틀즈 물 등...

총 68유로... 과소비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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