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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Jul 22.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은의길 14일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까르까보소~알데아누에바 델 까미노

*Via del la Plata 은의 길 14일 차 

  Carcaboso ~ Aldeanueva del Camino

  까르까보소 ~ 알데아누에바 델 까미노

  운행거리 : 39km, 운행시간 : 9시간 50분, 획득고도 617m, 최고점 573m

은의 길 14일 차, 램블러 기록

매우 힘든 날이었다.

로만로드의 2천 년 전 도시유적을 본 것이 육체적 힘듦을 정신적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산이 점점 많아지는 지역으로 변했으나 길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냥터와 사냥터를 잇는 사유지를 계속 통과하고 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의 많은 부분이 사냥터였다니... 그래서 총소리가 종종 난 거구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38km 정도 걸어야 해서 새벽 출발이다. 에밀리오 형도 같이 걷는다. 마을 날머리에서 돌 십자가 3형제를 만난 후 이후로 2시간 이상 주변을 확인할 수 없는 어두운 길을 걸었다.

 

까르까보소 날머리의 돌 십자가

8시 30분 정도 돼야 주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밝기가 된다. 출발 이후 사람 사는 곳을 거의 보지 못했다. 에밀리오 형과 어두운 길을 걸을 수 있어 그나마 좀 나았다. 발에 물집이 두 개나 생긴 에밀리오형은 참 잘 걷는다. 한참 걷다 보면 멀리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출발한다.  

씩씩한 에밀리오 형 ^^

마드리드에 거주하고 있는 에밀리오 형은 맥주를 엄청 즐긴다. 틈만 나면 맥주 하나씩. 그런데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항상 뭔가 먹을 걸 준비했다가 알베르게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알뜰하다. 

날이 완전히 밝고 나서 에밀리오 형에게 기다리지 말고 가라고 손짓 발짓 구글 번역짓으로 먼저 보낸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평화로움의 끝 곧 고기가 될 소.

오늘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4시간 가까이 되어가는 18km 지점에서 까빠라의 로마 도시 유적을 만났다. 은의 길에서 만나는 2번째 로마 도시 유적이다. 세비야 근처에서 만났던 유적보다는 좀 작아 보였지만 홍예문이 멀리서도 수천 년 전의 위용을 드러낸다. 비록 성곽은 모두 무너져 내렸지만 말이다. 

Ciudad Romana de Cáparra

이 아치형의 지붕이 어떻게 하중을 견디는지 배웠지만 참 훌륭한 기술이다. 잠시 간식을 하고 로마 유적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집터들을 발굴해 놓았고 아직도 진행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아치모양의 성문? 은 남쪽과 북쪽으로 뚫려 있지만, 동쪽과 서쪽으로도 연결된다. 사방이 뚫려 있는 구조인데 이 문에서 양쪽으로 성곽을 쌓는 형태의 복원도는 봤지만 집터들만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성곽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복원도?  원형 경기장도 보인다.

이 거리 표지석은 로마병정의 천보에 맞춰 하나씩 세워졌다고 하는데. 남아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천보마다 하나씩 발견되는 것은 아니었다. 로마제국 멸망 후 뽑아다가 다른 용도로 사용한 듯. 

로마 도시 유적을 뒤로하고 다시 걷는다. 어제 묶었던 까르까보소의 오른쪽(동쪽)에는 플라센시아라고 하는 도시가 있는데 이곳엔 대성당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곳이고, 은의 길을 걷는 사람 중에는 이곳에서 머물러 가기도 한다고. 대성당 구경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굳이 길을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은 이런 길과 풀밭이 받은 지역을 주로 지난다. 뭐 거기서 거기지만.

도토리 주워 먹다 인기척에 놀라 멀리 달아난 이베리코 돼지.

자주 만나기 어려운 은의 길 안내 표지석에 근처의 유적을 설명해 놓았다. 

에밀리오 형을 먼저 보낸 이후 오늘 처음 만난 순례객.

구름 안에 UFO가 있을지도...

멀리 산중턱에 마을이 있지만 저곳은 아니겠지 설마. 

비가 내리면 참 골 때릴 것 같은 징검다리.

중간에 커플 순례객을 만났다. 이 친구들은 숙소에서 만나게 된다. 

오늘의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길은 도로견으로 길을 안내했다. 

마을 초입에 로만로드 표지석이라는데... 이거 고인돌 아냐?

알데아누에보 델 까미노 마을의 풍경.

천보도 안되는 거리에 거리 표시석이 두개나 서 있다. 아마도 한개는 옮겨온듯.

동네 중심부로 가는 마을 길에서 로마 거리 표시석을 두 개나 만났다. 2천 년 전에 돌에 새겨진 당시의 폰트를 보며 2천 년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우리나라에서 2천 년 된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는 접하지 못했는데. 신라시대 비석이라고 해도 2천 년까지 된 건 아니니 참으로 대단하다. 돌에 남기는 기록이란.

마을 중심으로 작은 내가 하나 흐르고 있다. 

시청 건물인데 뭔가 소박해. 

오늘의 숙소인 La Casa De Mi Abuela Albergue Turístico에 도착하니 에밀리오 형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 나에게 자판기에서 맥주 한 캔을 뽑아 건네준다. 맛있게 마셔준다. 

2층의 방에 올라가니 창가의 2층 자리를 지정해 준다. 아래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좀 나이 많은 아줌마가 있는데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지난밤에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을 잘 못 잤다. 너 시끄럽지 않지? 뭐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는데, 그게 그렇게 불편하면 그냥 독실을 쓰지... 순례객은 아닌 관광객인 듯하다. 대강 대꾸하고 장 보러 나간다. 

다인실 숙소, 다른 방도 있는데 열어보진 못했다. 

에밀리오 형과 마트로 장 보러 나왔는데 문연 곳은 작은 가게라 살게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빵과 통조림, 과일 몇 개 사서 알베르게 부엌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젊은 외국인 커플은 뭔가 냄새를 풍기며 음식을 준비하는데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오늘은 빨래하는데 힘들 것 같아 오랜만에 세탁기에 빨래를 돌렸다.

뽀송하게 건조까지 된 빨래를 정리하고 일찍 침대에 오른다. 



[오늘의 지출]

알베르게 13

세탁과 건조 4.5

저녁 및 내일 음료  12.5

딱 30유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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