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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Jul 23. 2023

88일 2060km 스페인
도보 순례길 은의길 15일차

사진으로 적는 순례기 : 알데아누에바 델 까미노~라 깔사다 데 베하르

*Via del la Plata 은의 길 15일 차 

  Aldeanueva del Camino ~ La Calzada de Béjar

  알데아누에바 델 까미노 ~ 라 깔사다 데 베하

  운행거리 : 22km, 운행시간 : 6시간 40분, 획득고도 556m, 최고점 934m


오늘은 길이가 22km 정도로 짧아서 쉬어가는 정도의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발 934m까지 올라가는 길고 높은 언덕이 두개나 되어 만만치 않았다. 50일을 넘게 걸었기에 걷기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힘들다. 

Parroquia de San Servando

알데아누에바 델 까미노를 빠져나가는 길에 동네 성당을 지난다. 어제 봤으면 좋았을 것을.

초반에는 제법 큰 도로를 따라 걷는다.지나온 길을 돌아 보자 동이 트기 시작한다. 

스페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렙솔,repsol 주유소와 아침일찍 문을 열고 화물차 운전자를 맞이하는 식당을 지나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을 오른다. *렙솔에서 유심 구입이나 연장도 가능하다. 10월 말의 아침인데도 날이 별로 춥지 않다. 게다가 아직 중부지역인 엑스트레스마두라 지역이라 그런지 날씨가 쾌청해서 걷기 좋다. 

진행방향 왼쪽으로 큰 저수지(호수)가 있는 오르막 길을 따라 걷는데 차량 통행이 많지는 않아 경치를 구경하며 걸을만 하다. 

호수변을 지나면 Baños de Montemayor 라는 명칭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날 수 있다. 

Ermita del Humilladero

마을 들머리에 작고 예쁜 예배당 유적을 지나, 도로 변에서 만난 길 고양이 새끼가 너무 예쁘다.  여기 고양이 들은 왜 다 그리 예쁜지.

Auditorio Municipal Santa Catalina 산타 까탈리나 공립 강당?

길은 마을 중심부로 안내되고 있는데, 평지 마을이 아니라 사면에 세워진 동네라 언덕을 계속 올라간다. 

이 로만 로드의 표지석 모양으로 만든 거리 표시판은 은의 길을 안내하는 표시석으로 만든지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 산띠아고까지 569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마을의 조그마한 중앙광장에 있는 바르 'Bar Carlos'에 들러 다른 순례객이 시켜 먹는 것을 보고 토스타다(토스트)와 까페 꼰 레체를 시켰는데, 빵사이에 끼워 먹는 하몽의 질이 제법 좋아 보인다. 특히 잼처럼 발라먹는 토마도 퓨레는 신선한 산미와 함께 감칠맛이 제법 좋다. 오랜만에 괜찮은 아침식사로 기분이 좋다. 

바르 까를로스는 이 동네 맛집인듯 하다. 이 길을 지난다면 꼭 들러보길 권한다.  

3.9유로짜리 아침. 왠지 횡재한 기분이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마을의 골목을 따라 오르막을 계속 오른다. 

종탑의 상부 구조가 독특하게 아름다운 성당의 이름은 Parroquia Santa María de la Asunción 이라고 적혀 있다. 드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마을 날머리에서 도로 옆으로 별도로 보행자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경사가 만만치 않다. 

마을을 빠져나와 길 정상부에 오르자 지나온 저수지와 마을이 한눈에 들어 온다.

힘들게 오른 길의 정상부에서 보는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정상부를 지나면서 이제 엑스트레마두라 지방의 끝이자 까스띠야 이 레온주의 시작을 알린다. 

길이 내리막으로 바뀌면서 도로길을 빠져나와 숲속의 조용한 길로 이어진다. 정말 정말 한적하고 고요한 동네다. 

사람대신 동물이 여행자를 맞는다. 

도로 건너 산밑의 마을 이름은 Puerto de Béjar인데, 이 동네의 해발고도가 900m가 넘는데 왜 동네 이름에 항구puerto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 

Puerto de Béjar 베하르의 항구라는 이름의 동네. 

그림같은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시골마을에 부자 농가 주택같은 느낌.

초원의 사자가 아니라 고양이. 이런 풍경을 본 경험이 없다. 넓고 넓은 초지에 흰 고양이라니.

그리고 이 구간에서는 천보마다 세웠다는 거리 표지석인 miliario(밀리아리오)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원형을 유지한 밀리아리오를 제법 자주 볼 수 있다.

Puente de la Malena와 cuerpo de hombre river

정말 아름다운 길이라서 그런것인지 내리막이라서 그런 것인지 발걸음이 편안하다. 

돌담에 별도의 출입문을 두지 않고 긴 댓돌을 계단처럼 밟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특별한 단풍을 볼 순 없지만, 집 벽을 꽐 채운 담쟁이 넝쿨의 색상이 단풍처럼 아름답다. 

누군지 모를 순례자. 만나서 인사를 나눈적이 없는 듯.

드디어 오늘의 숙박지 La Calzada de Béjar에 도착.

마을 어귀의 Albergue Alba Soraya에서 하루 묵어 간다. 

이 곳에서 묵는 순례자가 열명 남짓되는 것 같다. 

짐 풀고, 씻고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러 마을 중심의 식당을 찾아 나선다. 

식당에서 12유로짜리 메누 델 디아를 시켜 배를 채운다. 맛을 즐기기엔 좀 부족한 식사다. 다만 야채 수프 맛은 꽤 좋았다. 

이곳도 돼지 껍데기를 술안주로 먹고 있었다. 그냥 짭짤 씹는 맛에 맥주 안주로 먹을만 했다. 

[오늘의 지출]

아점 3.9

알베르게 13

점저 12

29유로... 메누 별론데 12유로나 받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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