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혼산 재방송 보다가 기안84가 할머니랑 김밥 까먹는 얘기하길래
불현듯 떠오른 단무지 김밥
때는 90년대 후반 당시 내나이 10살,
부모님의 헤어짐으로 타지역에서 할머니가 계신 부산으로 전학 와 학교에서 첫 소풍을 갔다
소풍 장소야 부산 진구 인근 초등학교는 당연히 어린이대공원이었지
굴러다니는 낙엽만 봐도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새로 사귄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점심시간이 되어 친한 친구 몇몇과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고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열었는데
친구들 김밥과 달리 내 김밥 안에는 단무지만 들어 있었다
굉장히 창피했던 기억이 있고 친구들 무리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진 기억이 안 나지만
그 김밥을 화장실에서 다 먹고 나온 기억은 난다
당시 어린이대공원 공중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그 이후부터 소풍 가는 날이면 할머니에게 돈을 받아 갔고
소풍 가는 날이 같은 학교 다니는 사촌 형이랑 겹치는 날에는 고모가 싸준 김밥을 가져갈 수 있어 좋았다
언제까진 상처였는데 나이가 들고 자녀가 태어나니
단무지만 넣고 김밥 싼 할머니 마음은 어땠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서툰 솜씨지만 오늘은 김밥을 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