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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엄마는 우릴 버리려고 했나

by 감동글

7~8살 때쯤 어느 쌀쌀했던 날로 기억한다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서 아침에 집을 나섰고

낯선 놀이터에 와서는 엄마가 동생이랑 잠시만 놀고 있음 금방 온다며 어디론가 갔다

놀이터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볼 때 주말이었을 것이다


시계도 없고 모르는 동네라 돌아다닐 수도 없고 놀이터에서 계속 놀기만 했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해가 어둑해질 무렵 엄마가 데리러 왔다


24살즈음 옛 연인과의 이별 후유증이 극에 달할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남에게 기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집에는 출가할 때 지은 죄가 있어 가지 못하고 무슨 생각인지 엄마를 찾아보기로 했다


참 무식하게 찾아 헤맸다

그러던 중 외할머니에게 연락이 왔고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 봤다

어릴 때는 외할머니 집이 으리으리하게 컸는데 단칸방에 혼자 계셨다

십년도 더 지나 불쑥 나타난 낯선 청년을 그래도 손주라고 밥도 차려 주시고 반가워하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엄마 아빠가 이혼한 계기는 아빠가 바람이 나서 였다고 하셨다

친할머니는 늘 엄마가 나쁜 사람이라고 했는데 의외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지만 내색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외할머니가 집 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주었다

수화기 넘어 들리는 담담한 엄마목소리에 괜히 찾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조금 혼란스러웠다


며칠 뒤 만난 엄마도 애틋할 줄 알았는데 어색했다

그 이후 몇 차례 왕래가 있었고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가끔 왜 전화번호 기억을 안 했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있다

결혼할 때 그래도 결혼한다고 말은 해주고 싶어서

다시 찾아볼까 하고 몇 번 생각만 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학창 시절 때 몇 번 엄마가 학교에 찾아온 적이 있다

집으로 가끔 전화가 올때면 바로 끊어버리기도 하고

어릴 때는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인 줄만 알고 피해버렸는데

자녀를 낳고 엄마와 헤어질 당시 나이쯤 되고 보니


그때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다고

하루만이라도 같이 있고 싶다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그리고 그날 엄마는 우릴 버리려고 했던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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