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받았을 때가 5년 전쯤이었는데 당시 세 들어 살던 집의 임대인이 경매 진행 중이라
각종 우편물이 집으로 날아오던 때였다
주민 센터에서도 압류 걸게 있나? 하고 무심코 뜯어보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내용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가족관계 해체 및 미부양 사유서"
이름부터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나는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
영문도 모른 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조부모님 집에 맡겨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한 살 터울 사촌 형이 바로 옆에 살아 매일 같이 동네에서 놀았고,
또 당시에는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오는 경우가 드물어 친구들도 잘 대해 주었다
공부도 곧잘 했고 항상 학급 위원도 맡았었다
점점 사춘기가 다가오면서
왜 내가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지 알게 되었고 엄마 없는 자식이라며 입 밖으로 꺼내던 친구,
측은하게 바라보던 이웃 어른들도 있었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겉모습부터 알 수밖에 없었을 테다
친동생과 수년 전 술자리서 본인도 충격적인 일들과 말들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사춘기와 함께 나의 10대 시절은 방황과 비행으로 엉망이었다
모든 게 부모님의 이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가족 모두를 외면한 채 독립 아닌 독립을 하게 되었다
잘해주는 열 명의 할머니보다 나쁜 엄마 한 명이 낫다고 엄마가 그리웠던 적도 있다
동생과 달리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미워했다가 어쩔 땐 그리웠다가 이젠 존재의 기억조차도 희미해갈 때쯤
우편물을 받아 보니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잘 살기라도 하지 기초수급자 신청이라니,
연유가 어찌 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엄마의 소식을 들으니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잘 잊고 사는지 알았는데 여전히 묵은 감정의 흔적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짧게나마 주민센터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는 내용을 담아 우편을 보냈다
그리고 내 맘속 엄마의 그리움도 같이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