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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Dec 24. 2021

메타버스와 게임의 상관관계

게임으로 본 메타버스

메타버스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있다는 회사의 주식은 덩달아 오르면서 관련 펀드도 생겨날 정도다. 새로운 용어여서 그런지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전문가마다 말이 조금씩 다르다. 메타버스의 어원이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라는 점에서 ‘가상 세계’라는 키워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가상 세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게임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메타버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게임 중에서 MMORPG만 메타버스의 범주에 속한다. MMORPG를 잘 모른다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가상 세계인 ‘오아시스’를 떠올려 본다면 메타버스가 어떤 개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

한때 뜨거웠던 VR/AR 붐을 언급하며 메타버스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VR/AR과 메타버스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VR/AR은 기술 자체다. VR의 몰입도는 기존의 어떤 콘텐츠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이 대단한 기술로 뭘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VR/AR을 메타버스와 같은 개념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잘못된 이해다. VR/AR은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가상 세계의 구현을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더 나은 기술이 등장한다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실제로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가상 세계에 접속하는 기기의 대부분은 영화 <매트릭스>의 접속기기에 가깝다. 언젠가 등장해서 VR/AR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메타버스를 위한 하드웨어의 교체라고 할 수 있다. 즉, 하드웨어인 VR/AR와 메타버스는 철저히 분리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는 일종의 철학으로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 시대를 앞당겼을 뿐이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연결된 가상 세계 = 초월 된 세계


상호작용, 연결, 가상 세계라는 키워드는 메타버스의 방향성이자 정체성이다. 흥미로운 점은 메타버스의 중요 키워드 모두 게임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상호작용(interaction)’은 알려진 것처럼 게임이 다른 콘텐츠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게임 속 공간은 처음부터 ‘가상 세계’였다. 여기에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힘으로 게임은 ‘연결’된다. 연결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생겨나 ‘초월 된 세계’가 만들어진다.


‘바츠해방전쟁’은 <리니지2>의 바츠 서버를 장악한 거대 혈맹의 폭거에 모든 연합 전선을 만들어 맞서 벌인 전쟁을 말하는데, 프랑스 혁명과 유사한 전개를 보였다. <월드 오브 크래프트>에서도 버그로 인해 스킬이 바이러스처럼 퍼진 ‘오염된 피 사건’이 벌어졌다. 게임 내의 대도시가 오염되었는데, 유저들은 실제 전염병이 벌어졌을 때와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유저들은 게임 내의 아바타를 본인으로 생각하며 그 세계에 몰입했다. 아바타는 그 세계의 구성원이며, 하나의 인격체로 존재한다. 가상 세계는 허구이면서 현실이다. 그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메타버스 콘텐츠의 특성

대표적인 메타버스인 <제페토>와 <로블록스>에서 유저들이 만든 아이템과 게임은 콘텐츠 자체이며, 수익이 발생한다. 가상 세계의 활동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결된 형태다.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 건 UCC(User Created Contents)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UCC 수익 분배의 힘이다. 당연히 사람이 몰렸고, 콘텐츠의 양은 질로 연결되었다. 메타버스는 콘텐츠를 만드는 툴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보된 형태다. 아직 유튜브만큼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잠재력만큼은 무궁무진하다. UCC와 관련된 메커니즘의 유사성을 생각한다면 향후 메타버스도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전문가들이 콘텐츠 생산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의 크리에이터에 가장 적합한 이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게임 개발자일 확률이 크다. (게임 개발자라고 하면 프로그래머만 떠올리기 쉬운데, 여기서 말하는 게임 개발자는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직군을 말한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로블록스 게임 제작툴)

<제페토>에서 유저들이 생산 가능한 대표적인 아이템은 아바타 꾸미기에 사용되는 의상이나 액세서리다. 제작을 위한 툴까지 있어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지만 보다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면 3D 지식은 필수다. 최근 성행하고 있는 ‘제페토 크리에이터’ 관련 커리큘럼에 빠지지 않는 것도 3D에 관한 내용이다. 이 격차는 그림판과 포토샵의 차이만큼 크다. 유저가 10가지 기능으로 아이템을 만든다면, 전문가는 100가지 기능을 활용해 아이템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게임 의상을 담당해온 아티스트가 만든 의상이라면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아니라 PCC(professional Created Contents)로 부르는 게 맞을 수 있다.


메타버스 게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기획을 게임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까지가 기획이다. 간단한 게임을 만들 때도 고려해야 할 게 많은 전문 영역이다. 무엇보다 기획한 내용을 구현하려면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어야 한다. <로블록스>는 루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루아를 비롯한 파이썬 같은 스크립트 언어를 알아야 한다. 초보자라면 배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한다면 메타버스 게임 제작에 최적화된 생산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게임 기획자’, ‘기획 역량이 있는 프로그래머’다.

 

메타버스 시대의 (일시적인) 주인공 게임 개발자

유튜브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의 허들은 낮다. 영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은 촬영과 편집이 전부다. 반면 메타버스에서 기술은 필수다. <로블록스>에선 개발자가 700만 명이라고 광고하지만,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개발자의 수는 800명에 불과했다. 700만 명이 허수이며, 소수가 만든 게임을 즐겼다는 의미다. 운이 좋게도 게임 개발자들은 메타버스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만 해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되어 고용된 입장에서 벗어나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게임 기획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모두 가능하다.) 게임 개발자가 메타버스의 직접적인 수혜자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영원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버프[1]가 적용된 상태다. 메타버스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의 격차가 사라지는 순간 버프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 

(과거보다 코딩이나 3D 지식을 배우기가 쉬워졌으며, 콘텐츠 제작 툴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1]게임에서 일시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효과를 말한다.



이진희

놈게임스토리 파운더

2021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2019년 ~ 현재  놈게임스토리 / 파운더

강연 : NDC19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스토리 구조의 비밀』

저서 : 『이론과 실전으로 배우는 게임 시나리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의 생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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