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이 만드는 재미 #가족추천게임 #지식
퀴즈 좋아하세요?
누구나 퀴즈는 재밌어한다. 근거로 삼을만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지금까지 퀴즈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 없다.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했었다. 대부분 청소년이 대상이었지만 어린이, 청년, 중장년(관리자)에게도 했던 경험이 있다. 강의와 워크숍의 첫 시작은 아이스브레이킹이다. 목적과 상황에 맞춰 기획이 달라질 수 있지만 가장 무난한 방법은 퀴즈다. 강의에서는 주로 OX나 4지선다의 퀴즈를 하고 워크숍에서는 '2개의 진실, 1개의 거짓' 같은 대화형 프로그램을 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퀴즈 프로그램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쇼 중 하나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1998년 영국에서 시작된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전 세계 160여 개 국가에 포맷이 수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 되는 퀴즈쇼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한국은 이 프로그램이 실패한 몇 개 안 되는 국가다. 2013년 tvN에서 '퀴즈쇼 밀리어네어'라는 이름으로 파일럿 편성 됐었으나 2화 만에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퀴즈 프로그램이 왜 잘 안될까? 생각해 볼 만한 주제지만 오늘은 패스)
퀴즈쇼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 질문 답변과 퀴즈는 구분된다. 질문과 답변에 시스템(규칙)이 더해졌을 때 퀴즈가 된다. 재미를 완성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시청자들은 상금을 받지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퀴즈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얘기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퀴즈를 좋아하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퀴즈쇼 시스템이 재미를 더했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본 시스템]
- 총 15문제로 4지선다이다.
- 단계가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오른다.
- 1~5단계에서 탈락하면 상금 없음, 6~10단계에서 탈락하면 $1,000, 11~14단계에서 탈락하면 $32,000, 15단계까지 맞춰야 $1,000,000를 획득한다.
- 총 4개의 찬스가 있다.
① 50:50 - 오답보기 2개를 지워 2지선다가 된다.
② 전화 찬스 -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답을 들을 수 있다.(제한시간 있음)
③ 관객 찬스 - 관객들의 투표결과를 보고 보기를 고를 수 있다.
④ 문제 바꾸기 - 같은 단계의 다른 문제로 바꾼다
* 국가마다 그리고 방송 개편할 때마다 기본 시스템을 조금 바꾼 경우도 있다.
시스템(규칙)이 재미를 더했다고 주장했는데, 기본 시스템만 보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그랬다. (아마도 20세기말에는 신선하지 않았을까?) $ 1,000,000 가 가장 눈길을 끌었지, 퀴즈쇼의 시스템이 흥미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퀴즈를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검색하던 중 이 퀴즈쇼가 게임으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문판이었지만 공부할 겸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해 봤다. 직접 해보니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찬스 시스템이 만드는 변화
게임에는 퀴즈쇼에 실제로 나왔던 문제들을 참고하여 8,000여 개의 문제가 준비되어 있다. 퀴즈쇼만큼은 아니겠지만 게임도 어렵다. (미국의 경우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백만 달러의 상금을 받아간 사람은 14명밖에 없다) 15문제를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다 푸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에 찬스를 잘 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내 기준으로 초반 1~3단계를 제외하면 확실히 아는 문제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찬스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찬스 쓸까? 아냐 벌써 쓰면 안 돼'
'이 정도는 찬스를 쓰지 않고 맞춰야 높은 단계를 갈 수 있어'
이런 생각을 반복하다가 문제를 틀리고 찬스를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할 때가 많았다.
게임은 어느 정도의 운이 작용해야 재밌어진다. 퀴즈 자체는 실력이 아주 중요한 게임이지만 찬스의 존재는 운이 개입할 여지를 만든다. (물론 출제되는 퀴즈 중에 내가 아는 문제가 많이 나오는 운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천차만별이기에 이 점은 논외로 하자) 만약 오로지 실력만으로 해야 한다면 수차례 플레이 하다가 도저히 클리어할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느끼게 되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찬스가 있기에, 운이 따르길 기원하며 실패하더라도 게임을(퀴즈쇼를) 반복적으로 플레이(시청) 하게 된다.
이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점은 찬스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찬스가 무조건 정답으로 연결된다면 너무 운 요소가 커지게 되면서 재미가 반감됐을 것 같다. 관객, 지인 찬스를 썼는데 틀린 답을 알려줘서 탈락하게 되면 정말 당황스럽지만 찬스 상황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설계한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95%의 익숙함과 5%의 새로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특히 놀이의 경우, 이미 자신이 재밌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굳이 애써서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다. 게임은 특히 그런 것 같다.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는 많은 게임들은 이미 사람들이 익숙하고 선호하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득 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본 게임기획 관련 책(무슨 책인지 까먹어서.. 찾으면 업데이트 하겠습니다)에서 "성공하는 게임들은 95%는 익숙함을 기반으로 5%의 정도의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내용을 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다.
<베리드 스타즈>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중 하나일 수 있었는데, '트위터(작중 페이터)'를 스토리 전개에 이용하면서 신선한 게임이 됐다.
<다잉라이트>는 좀비를 소재로 흔한 RPG에 '1인칭 파크루'를 도입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하데스>는 마니아들만 하는 로그라이크 장르에 '성장의 여지'를 두면서 대중적인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도 그렇다. 흔한 퀴즈 풀기에 '찬스'를 넣으면서 무지막지한 난이도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게(보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됐다.
% 게임의 경우 매력적인 시스템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게이머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신세계
TV쇼를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도전자와 함께 퀴즈를 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면 굳이 돈 주고 게임을 사서 할 필요는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관객석에서 시청하는 것과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20년 동안 3,400여 회 방영하면서 수천 명이 도전했는데 겨우 14명만 성공한 퀴즈쇼다.(미국 기준) 난이도가 어마어마하게 높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는 난이도를 조절을 가능하게 해 놨다. Normal과 Easy(주니어용)를 고를 수도 있고, 문제 출제 분야를 고를 수도 있다. 적절하게 도전적인 난이도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
추가로 게임은 최대 9명까지 돌아가면서 푸는 모드도 있어서 친구, 가족과 함께 하기도 좋다.
실제 게임 플레이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