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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Jul 26. 2023

[교육적인 게임 추천] 원숭이 섬으로의 귀환

#청소년추천게임 #문제해결력 #끈기

문제의 해결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얼마 전, '세차요정 밋돌세' 채널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됐다. 내가 검색한 적은 없으니 아마 알고리즘 추천으로 우연히 눌렀을 것이다. 의뢰받은 상상 이상으로 더러운 차를 거의 새 차처럼 깨끗하게 만든다. 무료로.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들 때의 쾌감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그걸 일부로 찾아볼 정도는 아니다. 그냥 세차만 하고 끝났다면 이렇게 다시 기억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콘텐츠의 핵심은 영상이 거의 끝나가는 후반부에 나온다. 밋돌세는 자기 경험담을 소개하며 이런 일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예전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일을 떠안게 되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상사가 와서 대신 다 처리해 줬었고 덕분에 이후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구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고 그때는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줘야 하기에, 자신의 세차를 잘하는 재능을 기부하여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더러워진 차를 닦아주는 일을 한다고 소개한다. 차주들이 차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더러워지게 방치한 데는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이제 밋돌세 덕분에 다시 깨끗하게 됐으니 앞으로는 차 관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하며 끝난다. (차와 사회를 연결 짓고 해석하는 내용이 더 있긴 한데 여기서는 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알아가고, 그러면서 그 선을 넓혀 나가는 일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추상적인 의미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정에서 아동·청소년 자녀를 교육할 때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딱 한 가지가 바로 이것이다. 적절하고 안전한 경계선을 제시하는 일이다. 여기서의 방점은 통제가 아닌 자유에 있다. 경계선의 위치는 자녀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넓게 잡아야 한다. 실제로 가끔 너무 제멋대로 나가서 통제가 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자신을 통제해 나갈 것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신뢰 없이는 어떤 교육도 불가능하다. 연습이 충분이 된다면 아이는 자유로우면서도 선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아이를 더욱 신뢰하여 더 많은 자유를 주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가끔 선을 넘어 문제가 생길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엄하게 대응해야 하나, 상황과 아이 상태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연습이 안된 청소년에게 지나친 자유를 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밋돌세의 행위가 굉장히 교육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차의 관리상태가 상식 선에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다) 사람에게 다시 한번 지켜야 하는 선을 상기시키는 일을 한 것이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당사자에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선을 넘어버린 시점에는 경각심이라도 있었겠지만 시간이 오래되면 선이 희미해지게 된다. 밋돌세는 그 선을 다시 드러나게 했다. 과연 밋돌세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그 이후에는 정말 관리를 잘하면서 차를 타고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다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경험한다고 모두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면 지구는 이미 유토피아였을 것이다. 만약 다시 차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아직 이 선은 지키지 못하는구나'가 보다 분명해지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서 시작하기에, 이 또한 한 걸음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수학을 잘 하기 어려운 이유


청소년 시기에 '문제', '해결'이란 단어는 아마도 수학에서 가장 많이 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수학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대다수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한 채 괴로워했던 수학문제들은 대를 이어 자녀들 또한 괴롭히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 수학 때문제 괴로웠었다. 20대가 되고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나니,  내가 왜 수학을 못하고 힘들어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수학을 잘하려면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을 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입시 수학의 고수들이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 '문제를 잘 읽어야 한다', '해답을 보지 말아야 한다' 이 두 가지다. 

('문제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을 풀어서 얘기하면, 구하는 것과 주어진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배운 것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전략을 수립한다는 의미다.) 내가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풀리지 않는 문제와 마주하는 일이었다. 문제가 쉽게 금방 풀리면 그것은 예제지 문제가 아니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여전히 모르는 문제에 금방 백기를 들고 해답지를 열어 풀이과정을 봤다. 내가 배운 것을 떠올리며 이리저리 부딪히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걸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잘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수학을 잘하지 못한 원인을 전부 나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줄세우기 평가를 해야만 하는 입시 시스템 탓도 크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했다. 더 잘하는 사람을 변별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어려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얘기한 경계선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다. 교육적인 성취를 위해서는 청소년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약간 더 어려운 수준으로 선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 선이 너무 멀리 나가버린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범위와 수준의 문제 맞닥뜨리게 되면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구분조차 어려워진다. 좋은 강사는 학생의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약간 더 어려운 문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현재의 입시 구조에서는 당연히 맞춤형 수업이어야 한다. 이는 공교육에서는 하기 어렵기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경제력과 입시 결과가 비례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입시 시스템이 몇 년 안에 바뀌기는 어렵다. 안타깝지만 맞춤형 교육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넘어가게 된다.



문제해결력과 끈기를 기르기 좋은 게임 : 원숭이 섬 시리즈


그렇다고 어렸을 때부터 수학실력을 기르기 위해 아이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부모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해결력과 끈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어려워지는 난이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개 어려워 지는 시점에 수학에 질려버려서 수포자가 된다. 그렇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수학 잘해서 좋은 대학 가기 이전에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게 있다. 나는 누구인지,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등등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는 아니니 넘어가겠다)


이미 앞에서 정답이 나왔다. 문제해결력과 끈기를 기르는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반복해서 시도하면서 결국 해내는 성취를 경험해야 한다. 꼭 교과 문제를 푸는 상황이 아니어도 된다. 오히려 성취가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일상의 소재가 더 좋다. 계속 넘어지다가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탈 수 있게 된 순간, 2단 줄넘기를 연속으로 할 수 있게 된 순간은 얼마나 짜릿했나. 무엇을 해야 할까를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문제해결력과 끈기를 기를 수 있는 과정이면 된다.


문제해결력과 끈기를 기르기에 아주 딱 맞는 게임이 있다. '원숭이 섬으로의 귀환'이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검색해 보시길 바란다.) 게임 '원숭이 섬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고 22년만의 후속작이다. 어린 시절, 원숭이 섬 시리즈 3편인 '원숭이 섬의 저주'를 매우 재밌게 했었다. 20여 년이 지나고 우연히 후속작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고, 고민 없이 바로 구입했다. 세월이 꽤나 흘렀지만 게임 캐릭터들과 메커니즘은 그대로였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밴처'라는 장르가 말해주듯 마우스를 움직여서 클릭만 하면 될 정도로 간단한 조작이다. 나는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계속해서 퍼즐을 풀어나가야 한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서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이다.

'해적들을 속여 배에 승선할 방법 찾기'

'동료들을 설득해서 목적지를 바꾸기'

할 일 목록이 곧 주어진 문제다. 대화 또는 도구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결코 쉽지 않지만 게임 자체적으로 힌트를 받을 수 있기에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어드벤처 게임이면 다 문제해결력과 끈기를 기를 수 있는 것 아니냐?" 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게임이 교육적일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장르 때문만이 아니다. 우선 모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면서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연출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물론 전체이용가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흥미롭게 할 수 있다. 창의적이면서도 근거가 있는 문제해결 방법 또한 돋보인다.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문제를 푸는 재미도 쏠쏠하다. 막 한다고 되는 것은 절대 아니고 머리를 써야 하기에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도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적인 효과를 크게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문제해결력과 끈기를 쌓기 가장 좋은 내 실력보다 조금 어려운 정도의 난이도라는 점이다.  앞에서 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난이도 자체가 높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구분조차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게임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다. 자유롭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경계선이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문제해결력에 따라서 문제를 푸는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인 상황이라면 누구든 하나하나 시도해 가면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쉽지는 않다. 계속해서 실패하고 막히는 순간이 온다. 마치 수학 풀 때 느끼던,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는데 풀 수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 막막함과 좌절감이란...) 이 상황에서는 끈기에 따라 적절하게 힌트를 이용하면 된다. 어드벤처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힌트를 보지 않고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정말 답답해서 게임이 싫어지기 직전에 힌트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다.


교육적인 효과를 얘기했지만, 게임의 정체성은 놀이에 있다. 재밌으면서도 교육적이기에 특별한 게임으로 이렇게 추천을 하고 있지만, 너무 교육적인면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함께 즐겨도 좋을 것이다. 특별한 조작이 필요 없기에 같이 얘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 참 좋은 게임이다. 그러다 보면 보호자와 자녀가 자연스럽게 협력을 하게 된다. 즐거우면서 관계도 좋아지는 게다가 교육적인 1석 3조의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소재 흔치 않다. 이게 바로 좋은 게임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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