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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글 Jul 30. 2024

출판 제의를 받았어요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작은 아이와 놀고 있었다. 폰에서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렸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출판사였다. 한 달 전부터 출판사에 투고 중이었다. 메일을 보낸다고 내 원고를 모든 출판사에서 선택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려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을 아는 건지 되돌아온 답변은 모두 '출판 제의 거절'을 말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메일을 보냈다.

어떤 출판사는 친절하게 '저희 출판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는 메일을 읽고 만다. 아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거절 메일에도 나의 도전은 이어졌다. 출판을 하고 싶어서다. 이번 메일도 그러려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거절 메일이라도 그 내용의 시작은 정중하다. 이번 메일도 친절한 멘트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또 거절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출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출판사와 인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한 달을 기다리던 '출판 제의' 메일을 받았는데, , 그 순간 생각이 없어지고 머리가 하얘졌다. 이게 현실인가. 남의 글에서만 읽던 출판 제의 메일을 나도 받을 줄이야.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


"00아, 출판사에서 엄마 책을 만들어준대."

"정말이요. 우와, 너무 축하드려요."


딸이 나를 안아주었다. 한껏 기뻐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SNS에서 출판 제의를 받았다는 글을 읽으면서 그저 부럽기만 했다.


'나에게는 언제 이런 날이 올까.'


상상으로만 보았던 오늘을 드디어 맞이했다. 이제 작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글짓기 시 대회에서 상을 받는 순간 생각했다.


'나중에 작가가 되어야지.'


그런데, 이제 그 꿈에 한 발을 내딛게 되었다. 꿈을 꾸면 이룬다고 누가 그랬던가.


"제 원고를 좋게 봐주시고, 이렇게 채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출판사 대표님에게 감사의 메일을 썼다. 그런데, 그 순간 방정맞게 눈물이 왜 나는 건지. 내 눈이 뜨거웠다. 누가 볼까 무서워 고개를 돌려 안방으로 들어왔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나를 격려했다.


'그동안 애썼어.'






"안녕하세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네. 제 원고를 채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퇴근시간이 지난 후 컴퓨터를 켜고 영상통화를 연결했다. 오늘은 출판사 대표님과 원격으로 미팅을 하기로 했다. 출판사와의 미팅이 처음이라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검색해 봤다. 주로 원고를 쓰게 된 의도, 계약과 관련된 이야기, 그 외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시간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학창 시절 이후 모르는 분과 미팅하는 것이 처음이라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었다. 깊은 심호흡을 10번 이상 한 것 같다.


하지만, 영상 통화가 되면서 출판사 대표님과 얼굴을 대하는 순간 두근거림이 가라앉았다. 대화는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었다. 원고에서 궁금한 내용을 미리 메모해 두셨는지, 대표님은 이런저런 질문을 거침없이 내게 던지셨다.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하나하나 대답했다. 인세 비율에 대한 것도 이야기가 오갔다. 이렇게 진행된 출판사 대표님과의 미팅은 40분 정도 걸려서 끝이 났다.


"계약서 파일을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살펴보시고, 서명해서 보내주시면 되십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검토 후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미팅을 끝내니 더 마음이 두근거렸다. 정말 출판을 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뭔가 잘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고를 완성해서 보냈기 때문에 퇴고의 시간이 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출판까지 이어지려면 6개월 이상은 걸린다. 그러니, 빠르면 내년 초가 될 듯하다. 보낸 원고는 편집을 거쳐서 1차 탈바꿈을 한 이후 다시 되돌려 받을 것이다. 그 원고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


원고를 보낸 지가 한 달 정도 되었고, 그 이후에는 다시 본 적이 없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지만, 그때만큼은 혼신의 힘을 다해 수정했기 때문인지 한동안은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목차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원고를 받게 되면 또 열심히 수정해야 한다. 출판 제의를 받기 전과는 나에게 주어지는 그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다.  


계약서는 '전자서명'을 해서 보냈다. 이름을 포함한 개인 정보까지 보내고 나니 정말 출판을 하는구나 실감이 났다. 그러면서 '글을 잘 써야겠다.'라는 책임감이 같이 생겼다.


누가 그랬다. 강의는 한 번 하고 나면 그만이지만, 책은 출판하면 계속 남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다르다고. 맞는 말이다. 글을 쓸 때의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서 다시 힘을 내는 글을 쓰고 싶었다. 아니, 책을 만들고 싶다.


그동안 이 순간을 위해 꾸준히 글을 적어온 나 자신을 이 순간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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