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무기가 되는 예민함

by 감격

예민한 나


살면서 나는 여러 번, 너무 예민하다는 말을 들었다.

몸의 작은 변화도 귀신같이 알아채는 나를 두고,

아로마를 배울 당시에는 아로마 선생님이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음악의 음색 하나에도 쉽게 기분이 움직이고,

말 한마디의 뉘앙스에도 오래 마음이 머물렀다.

하지만 이런 민감함은 대게 칭찬보다 걱정의 말로 돌아왔다.

스트레스에 극도록 취약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스트레스 없는 삶이 존재할까?

특히 현대인의 약 70% 이상이

만성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내 몸은 그 '평균 수준의 스트레스'조차 평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화불량, 만성 위염, 뒷목의 버근함, 밤새 뒤척이는 불면,

심지어 일상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편두통까지..

병원은 의사 선생님은 말한다.


"원인은 스트레스입니다."



예민할 수밖에 없다면


문제는 원인을 알아도 해결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진통제와 소화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한 병원을 다니다가 나아지지 않으면 또 다른 병원을 찾는다.

검사의 끝은 결국 "스트레스"라는 결론이다.

그 말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결국 해결은 내 몫이다.

누구보다 섬세한 이 감각은 나를 피곤하게 만들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누구보다 빨리 몸의 변화,

마음의 징조를 알아차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자.


"나는 예민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무너져야 하나?"가 아니다.

다시 묻자.


"이 예민함이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HSP에 대해서


심리학에서는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을

HSP(Highly Sensitive Person)이라고 정의한다.

HSP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5~30%를 차지하며,

감각처리 민감성이 높고 외부 자극에 깊이 반응하는 특성을 갖는다.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는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하며

HSP의 주요 특징으로

깊은 정보처리, 과자극 받기, 감정 반응의 강도, 미묘한 자극 인식의

4가지를 정리했다.


이들은 외부 자극을 더 많이, 더 깊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소음, 강한 빛, 냄새, 사람들의 감정 변화에도 쉽게 피로를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더 정교하게 감지하고, 더 공감하며,

더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지닌다.


연구에 따르면 HSP의 뇌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활성도가 더 높고,

특히 공포 및 경계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자율신경계가 더 민감하게 작동된다.


쉽게 말해,

나는 태생적으로 자극 레이더를 타고난 셈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작정 무딘 사람이 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내 '레이더'를 관리하며 쓰는 것이다.


나의 민감함을 나만의 탐지기로 삼는 것이다.

위가 불편하면 과부하가 있다는 의미,

뒷목이 뻣뻣하면 과도한 집중을 하고 있다는 알람,

이미 편두통이 오기 전 미세한 기류가 나에게 쉬라고 귀띔을 해준다.



나를 조율하는 방식


이 감지 능력을 무기로 바꾸려면 일상에서도 기술이 필요하다.


1. 자극을 줄이는 환경 만들기

불필요한 알람을 끄고 정리된 공간을 유지한다.

감각을 건드리는 요소들을 최소화하여 뇌의 과부하를 줄이는 것이다.


2. 의도적인 휴식 취하기

하루에 10~15분 감각 안정 시간을 확보한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조용히 산책하면서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도

뇌의 과도한 활성화를 줄일 수 있다.


3. 감각을 다스리기

천연 아로마 오일, 따뜻한 차, 고요한 시간 같은

내가 편안히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4. 자기 인식 훈련하기

내 감정과 몸상태를 점검하면서 감정일기를 쓴다.

나 스스로 내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내가 나열한 방법은 예민한 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게 조율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예민하다는 비난 대신,


"지금 내 몸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라고 질문을 바꾸는 것.

이것이 나를 존재로 인정하고 가능성으로 이끄는 전환점이 된다.



내면의 신호


물론 나는 아직도 종종 무너진다.

하지만 그 무너짐마저도 내 예민함이 나를 살리는 증거라고 믿는다.

이 예민함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 경고도 느끼지 못한 채,

쓰러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뇌과학에서도 몸의 감각인식(Interoception) 능력이

자기 조절력, 회복탄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내면의 신호를 잘 감지할수록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회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예민함은 무조건적인 병이 아니다.

조율되지 않은 예민함이 고통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잔뜩 긴장을 품고 살아가는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예민한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고 깊게,

자신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섬세한 탐지자'다.

이 감각은 돌보고 길들일 자산이다.


부디 스스로에게 다정하길,

당신의 몸은 오늘도 당신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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