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속마음을 말하지 못할까?

외로움이 말해주는 것들

by 감격

내 얘기를 온전히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문득,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꺼내기 어렵다고 느꼈다.

남편에게조차, 마음속 말을 꺼내는 순간 날이 서버린다.

그가 내 마음을 몰라줄 때면, 섭섭함이 한 겹 더 얹힌다.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또렷해졌다.


나는 분명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지만,

정작 누구와도 깊이 이어지지 못한다는 외로움,

이 마음은 내가 잘못 살았다는 뜻일까?



깊은 외로움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와이스는 외로움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함께 할 사람 자체가 없을 때 느끼는 '사회적 외로움'.

다른 하나는

누군가 곁에 있어도 마음이 깊이 닿지 않을 때 생기는 '정서적 외로움'.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도,

종종 이 두 번째 외로움 속에서 더욱 깊이 고립되곤 한다.

진짜 마음을 꺼내놓을 곳이 없어서 외로운 것이다.



나는 왜 깊은 사이를 만들지 못할까?


결혼 전 한창 어린 시절에는 드라마 속에서처럼

질투도 계산도 없는 친구가 생기길 바란 적도 있다.

가령,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봐 줄 그런 친구를.

그러나 그 바람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과거의 여러 경험들이 초래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내가 먼저 다가가도

상대가 그 진심을 받을 여유가 없거나

때로는 내가 받아들일 에너지가 없어 타이밍이 어긋났었다.


서로 간의 친밀함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진심의 질'로 쌓인다.

그런데 진심은 꺼내는 데도, 받아주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친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관계 맺기"다.



외로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심리학자 수잔 데이비드는 감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보내는 정직한 신호다.

외로움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감정 중 하나다"


다른 감정도 마찬가지지만,

문득 진하게 찾아온 외로움은 내 마음의 욕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신호였다.

어쩌면 외로움이란 결국,

"나 지금 누구에게도 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라는 말이 아닐까.

어쩌면 나 자신에게조차 말이다.



시작은 결국 나부터


가끔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것 자체가 버겁다.

마음을 나눌 기회가 생겨도, 여러 이유로 머뭇거리게 된다.


이럴 때는 억지로 관계를 만들려 애쓰기보다

내 안의 '나'와 친해지는 연습이 먼저 필요하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듯,

한 줄로 적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그런데 말할 곳이 없어서 지금 좀 외롭다.

그래도 잘 버텼다. 수고했어."


단순한 일기나 독백이 아니다.

내가 나를 알아봐 주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와 나 사이의 작은 관계 맺기이자 다정한 연결의 시도다.



아주 작은 연결의 힘


관계는 의외로 큰 사건보다는 작은 연결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어땠어?"라는 사소한 한마디가

마음의 경계를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정말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것은

지금 내 마음이 문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가이다.


그럼에도 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입었거나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가?


"내가 잘못 살아왔나 봐"라며 자책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단순히 진심을 나눌 친밀한 관계가 없다고 해서

우리의 존재가 하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을 원한다.

그리고 그 연결은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말할 친구가 없다고 느낀다면,

내가 나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