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 몸과 친해지기로 했다.

70일의 변화, 그리고 진짜 시작

by 감격

내 몸이 싫어졌다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도록 변함이 없었다.

팬데믹 이후 야금야금 불어난 살은 어느 순간 선을 세게 넘었다.

그때부터 나는 알 수 없는 불편함과 함께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점점 내 몸이 미워졌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거울 앞에 서는 것조차 꺼려졌다.

야식을 즐기지도 않고, 술도 거의 안 하는 나였고, 간식도 어쩌다 먹는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몸무게는 매번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하루 한 끼를 먹어도 몸무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히 몇 개월 전부터는 이상할 만큼 빠르게 오르는 인생 최고 숫자에 감정적으로도 무력해지고 말았다.


결국,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 두통으로 커피를 끊은 상태이니

"나를 미워하지 않기 위한 다이어트"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70일간의 변화


나는 이미 커피는 물론 가당 음료는 마시지 않았고, 라면도 중지한 상태였다.

먼저 밀가루를 끊는 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늘리는 식단을 했다.

최대한 가공되지 않은 재료 위주로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다.

부족한 부분은 단백질 쉐이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운동은 과감히 내려놓았다.

이전에 10개월 간 필라테스도 해보고 다른 것도 시도해 봤지만

이번엔 애쓰는 것을 과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식단 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홈트를 하거나 스텝퍼를 했지만 그마저도 무릎 통증으로 지속하기 어려웠다.

조금 속상했던 점이 있다면

가족들이 내가 먹지 못하는 것을 먹을 때 혼자 물을 들이키는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엄청나게 잘하는 성과'보다 '포기하지 않는 시도'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70여 일간,

6킬로 감량, 복부는 10cm 감소, 내장 지방 레벨은 3단계 감소했다.

단순히 수치로 보면 대단한 성과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제야 겨우, 작년의 내 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전에는 어쩔 수 없이 먹었고,

귀찮아서 아무거나 대충 먹었다.

"'이 정도면 편하게 배 채우는 거지"라며 스스로를 방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려는 태도 자체가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



결심의 계기


이전에는 나는 다이어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저 평범한, 잘 먹고 적당히 건강한 보통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리자 몸은 그대로 무너졌다.

먹든 먹지 않든 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이 계속되었다.


이번 다이어트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남편이었다.

결혼 전 마른 체형이던 남편은 결혼 후 보기 좋게 살이 올랐다.

하지만 좋았던 것도 잠시,

팬데믹 이후 날이 갈수록 건강상 수치가 나빠졌음에도 남편은 늘 안일하게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잔소리하는 나와 수차례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나는 결론지었다.


"내가 먼저 변해야겠구나"

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보여야 한다는 생각,

그게 어쩌면 70일이라는 시간을 버티게 해 준 진짜 원동력이었다.



다이어트는 나와의 관계 회복이다


아마 앞으로도 오르락내리락 내 몸무게는 나를 시험할 것이다.

하지만 그 흔들림 또한 결국 과정이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70일의 가장 반가운 성과는

남편과 함께 연휴 이후부터 하루 30분이라도 뛰기로 한 약속이다.

비록 시작도 전에 새벽명상, 출장, 무릎통증 같은 변수가 수두룩하지만

남편이 나의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며

스스로 '뛸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 믿는다..


우리는 앞으로도 하루 이틀하다 말 일이 아니라 오래 유지할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삶은 함께여야 하니까


10월에는 안 마셨던 술도 한 잔, 빵도 한 입 베어물 예정이다.

남편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나는 작게, 천천히 내 몸을 바꿔나갈 것이다.

우리는 흔히 다이어트를 실패하면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고 자책한다.

하지만 그 실패는 지속할 수 없는 방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운동을 벌 받듯이 하며 채찍질하거나,

극단적인 식이 요법을 하거나 하는 방식은 결국 몸과 나를 멀어지게 한다.


몸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필요한 것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달에 1Kg씩만 줄이면 1년 후엔 다른 내가 되어있을 거라 믿는다.


변화가 크면 어떻고, 또 작으면 어떨까.

나의 걸음걸이에 맞춰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시작점에 서있는 것 같다.


다이어트는 나에게 주는 벌이 아니라,

나와 다시 친해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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