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세요.

나에게 부드러워지는 법

by 감격

필라테스를 할 때도,
명상을 할 때도,
지금 새로 시작한 운동에서도
나는 여전히 힘을 잘 빼지 못한다.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은데
어깨는 어느새 올라가 있고
힘을 주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이 무리가 간다.

그리고 이내 숨은 금방 짧아져 버린다.


예전엔 그게 단순히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몸에 들어간 힘은, 마음에 들어간 힘이 먼저라는 걸.


잘하고 싶고,
실수하고 싶지 않고,
낯선 공간에서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
항상 몸보다 먼저 반응한다.

그러니 트레이너는 어깨를 보지만,
나는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힘을 빼세요”라는 말은
결국 이렇게 들린다.

“조금 내려놔도 괜찮아요.”

그 말은 자세보다 훨씬 깊은 곳을 건드린다.

힘을 빼려면 근육이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감각이 필요하다.

내가 넘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는 믿음,
오늘의 나로 충분하다는 믿음.

나는 아직 그 지점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여전히 어설프고, 자꾸만 힘도 들어가고,
숨도 쉽게 가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는 이 모든 과정이 조금 즐겁다.

왜냐하면 힘을 빼는 연습은
운동을 잘하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나에게 부드럽게 살아보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힘을 주는 데에는 의지가 필요하지만
힘을 빼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아주 느리게나마
그 용기를 배우는 중이다.


오늘도 나는
힘을 완전히 빼지 못한 채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서
내 마음이 조금씩 말랑해지는 걸 느낀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지금의 나는, 그만큼 자라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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