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어긋난 마음의 방향이
부딪힌 흔적이다.

상처

by 감격

초등학교 3학년, 도서관을 향하던 그 길은 언제나 위태로웠다.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모호해 사람과 차가 뒤섞이던 곳이었다.


앞서가는 동생을 따라잡으려던 순간,

옆에 있던 친구가 내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동생이 가는 길이 아닌, 자신이 가고 싶은 길로 가자는 재촉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균형을 잃고 넘어졌고,

묵직한 타이어가 내 오른쪽 발을 넘어섰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너무 놀란 운전자는 하얗게 질려 멈춰 섰고,

혼날 것이 두려웠던 나는 오히려 괜찮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결국 운전자는 떠났고 나는 절뚝거리며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 도착했고

등에 업혀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뼈는 무사하다는 진단을 받고 붕대를 감았다.

다행히 치료는 어렵지 않았고

지금은 희미한 흉터만이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상처는 때로 악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을 고집하는 마음들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친구는 그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을 뿐이지만,

그 재촉이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지금,

나는 아이의 살결에 난 작은 긁힘에도 가슴에 피멍이 드는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이들에게 입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에는 눈을 감고 살았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믿지만,

정작 내 안에서 나를 향해 휘두르던 부정적인 말들은

필터 없이 아이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왜 이럴까"

"내 인생은 왜 이모양일까"

스스로를 피고름 나게 긁어대던 자책의 언어들은,

독이 되어 내 곁을 지키던 아이들에게 전이되었다.


내 안에서 해결되지 못한 상처는

타인에게 전이되는 '서툰 폭력'이 된 것이다.

친구가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나를 끌어당겼을 때 내가 넘어졌듯,

나 역시 나의 불안과 자책이라는 길로 아이들을 억지로 끌어당기며

그들을 넘어뜨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상처는 이미 지난 일이지만,

그 흉터를 대하는 태도는 현재의 선택이다.

내가 단어와 문장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내가 뱉는 말이 누군가에게 '다른 길로 가자'는 강압적인 끌림이 되지 않기를,

혹은 나 자신을 해치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사를 하고 좋은 말을 의식적으로 채워 넣는 한 달이 되어보려고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행위가 아니다.

거칠어진 내 마음의 결을 다듬고 날 선 언어들을 정화하여

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온전한 나'로 서기 위한

치열한 수행이다.


상처는 나를 무너뜨리는 형벌이 아니라,

내가 더 이상 그 방향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다

어긋난 마음의 방향이 부딪힌 그 흔적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나의 언어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닌 쉼표가 되길 바란다.



<이 편이 남기는 정리>

상처는 방향이 다른 마음들이 부딪힌 자리이며,

이를 치유하는 법은 타인을 내 길로 끌어당기지 않는 '존중의 언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편이 남기는 질문>

당신이 오늘 습관처럼 뱉은 말 중에,

혹시 당신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을 아픈 길로 끌어당기고 있는 말은 없나요?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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