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지만, 기쁘지 않았다.

내일, 비커밍

by 감격

가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어제도 그랬다.

등교로 바쁜 아이들을 챙기고

무심코 밴드 알림을 눌렀다.

아이 수학 스터디의 단톡방.

대체로 잘 읽지 않고 넘기는 채팅방인데

이상하게 한 메시지에서 눈이 멈췄다.


"이 문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내가 궁금해하던 문제이기도 하고

이미 누군가 짤막한 답을 달아두기도 했지만

질문자는

"음.. 그런가요?"라며 갸우뚱하고 있었다.

화면 캡처 2025-04-04 135154.jpg

그 한 줄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내가 설명해 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이건 나도 궁금했던 거라 잘할 수 있어'

'내가 답변하면 끄덕거릴 거야'

'덕분에 잘 알겠다고 하면 나는 정말 뿌듯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단숨에 몰입했다.


좀 더 명확한 내용을 찾고,

정리했고 최대한 쉽게 설명을 풀었다.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어도

학업에서 손을 뗀 지 오래라 더 명확하고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몇 번이나 다시 지우고 고쳐 썼다.

그 과정은 두근거렸다.


오, 이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느낌!


내가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정리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이 느낌말이다.

그리고 그 상대가 내 글을 읽고 끄덕이는 상상을 하는 것.

그 상상이 나를 설레게 했다.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기대.

내 지식이 쓸모 있다는 확신,

그리고 몰입속에서 살아있다는 감각이

온몸을 휘감았다.


두근거리며 전송 버튼을 눌렀지만,

기다림은 길었다.

답변을 올리고 한참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처음 몇 분은 읽었을지, 그냥 넘어갔는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자꾸 다시 화면을 켜고 끄기를 반복했다.


혼자 설레며 두근거리던 내 행동이

불안과 함께 가라앉았다.

마치 누군가와 통화하려고 신호음을 듣다가

끊긴 것처럼 마음이 툭 떨어졌다.


나는 혼잣말을 했다.

" 또 나 혼자 들떴네, 아는척한다고 생각했으려나"

그리고 톡방의 화면을 지웠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일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누군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리를 들으면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

'아! 이 방법이 있는걸!'

혼자서 오오, 하면서 몰입하게 된다.

그 질문자가 감탄할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나에게 에너지가 된다.

화면 캡처 2025-04-04 135308.jpg

물론 현실은 다르다.

반응이 오지 않을 때도 있고,

이미 상황이 끝나버린 뒤이기도 하다.

내 마음과 상대의 시간은 종종 그렇게 어긋난다.


그리고 이내 나는 씁쓸해진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한 거야.

뭔가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사실 엄청 기대했네'

그런 내 모습에 자책을 하기도 한다.


두 시간쯤 지나고 그 질문을 올렸던 엄마가 댓글을 남겼다.


"아이가 학교에서 오면 보여줄게요.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했던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쁘지 않았다.

물론 싫지 않았다. 댓글이 고마웠다.

그런데 마음 어딘가 이미 그 감정을 지나친 기분이다.


감사 인사를 받았지만,

내 안의 기쁨은 찰나였고

그저 '아, 그렇구나'하는 조용한 감정뿐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기다린 것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었다.

아마 진짜 원한 것은 실시간의 연결이었다는 것을.


내가 진심으로 건넨 말에

상대가 '지금' 반응해 주는 그 생생한 연결감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는다.

누구도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움직여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실망했고,

또 그 실망을 나 스스로에게 돌려왔다.


비커밍으로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몰입했다는 것,

내가 진심이었다는 것,

이렇게 나를 바라보았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바로 온 반응은 아니지만,

나를 가장 먼저 알아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본다.


결과는 강요할 수 없는 상대의 반응일 뿐,

나는 기쁘게 몰입했고, 그것으로 충분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몰입이었어.





� 오늘의 비커밍 질문

Q. 나는 왜 그렇게 두근거렸을까?
Q. 나는 지금, 어떤 연결을 바라고 있을까?


✍️ 미니 저널링 가이드

오늘 나도 모르게 몰입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몰입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요?

반응이 없더라도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써보세요.
(예: “나는 진심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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