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커밍
며칠 전부터 몸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일찍 자도 피곤하고,
눈을 뜨는 순간부터 머리는 멍하고 무거운 몸은
이유도 없이 아프기만 했다.
잠을 드는 순간에도 끙끙 앓도록 몸이 다 아팠다.
마치 두들겨 맞은 것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있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데
계속 불편한 상태가 계속되니 마음까지 무거워졌다.
컨디션도 떨어지면서 무기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매번 그 무게는 달랐다.
특히 깊었던 무기력을 이겨낸지 얼마 되지 않은 지라,
스스로가 더 밉게 느껴질 상황이었다.
사실 막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버릇은 여전해서인지,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몸은 쉬고 싶은데 마음은 계속 계획만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오늘은 운동을 가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지금도 해야 할 과제는 밀려있고,
진척시켜야 할 프로젝트가 눈앞에 있다.
게다가 집안도 엉망이다.
오늘 하루를 잘 정리하지 못하면
모든 게 틀어질지 모른다는 조급함의 소리가 들렸다.
물론 내 몸은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대에 누워 불안한 마음에
집어든 스마트 폰을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무의식처럼 SNS와 쇼츠를 넘겼다.
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럴 바에, 차라리 영화를 보자,
긴 흐름을 보는 게 나에게 더 힘이 되잖아.
안되면 노래 한곡을 진득하게 들어봐'
내 안의 다른 내가 말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쇼츠같은 자극이 아닌 길고 느린 몰입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든 순간,
내 안에 진심이 튀어나왔다.
'오늘 하루는 푹 쉬자. 잘 먹고 푹 쉬자.
딱 하나만 하자. 아직 하루를 다 버린 건 아니야'
오전부터 처음 입에 댄 빵은
식단도 망가뜨렸다.
뻔히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절제하지 못했다.
몸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러는 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자꾸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간의 나를 돌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간식으로 야채 스무디를 먹고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나를 달래줄 뜨끈한 국밥을 먹었다.
나는 작년과 올해에 이어,
조금씩 나를 돌보는 법을 연습해 왔다.
예전이었더라면 무조건 나를 다그치고 몰아붙이거나
끝 없는 자책의 굴레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하고 나를 알아차림으로써
조금 늦게라도 괜찮은 하루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천천히 가자.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
이것이 비커밍 시리즈를 쓰겠다고 결심한 이유였다.
이런 날의 내 모습까지도 기록하고 싶었다.
잘 지내는 모습, 이겨낸 날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날, 주저앉은 날,
그 와중에도 나를 바라보려고 애쓴 순간들도 버리기 싫었다.
브런치의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의미다.
'기록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아서'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금은 나에게 보여주는 글이 너무나 필요했다.
"나는 오늘도 나를 놓지 않았어"
그 사실 하나를 확인하기 위한 글이다.
얼마 전, 끝나지 않을 듯한 무기력의 시간을 지나왔다.
정신없이 바쁜 일을 끝내니 아무런 흥미가 없어졌다.
모든 게 무의미했었다.
하지만 하루에 하나만 해내자며 작게 시작했던 습관들이
조금씩 나를 일상으로 데려왔다.
오늘은 다시 그 지점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무너지고 자책했고 도망치기보다
무너지는 이 순간의 나를 알아차리고 기록했다.
그리고 이렇게 오늘의 브런치 글을 올린다.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치열하고 작은 마음이다.
'오늘도 내 삶의 하루야"
"오늘은 천천히 가자, 괜찮아"
"잘 먹고 푹 쉬자"
이런 이렇게 작은 말들이 나를 구했다.
무기력한 하루도 이해받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엉망이 아니다.
회복을 위한 쉼표일 뿐이다.
나는 오늘 흔들렸지만,
나를 혼자 두지는 않았다.
� 오늘의 비커밍 질문
당신은 무기력한 날,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하루를, 이해할 수 있는 하루로 바꾸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 미니 저널링 가이드
오늘 하루 중 가장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때 내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그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떤 감정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