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커밍
"엄마, 오늘은 진짜 행운의 날이야!"
아이의 말은 그날 하루를 완벽히 설명했다.
올해 생일을 맞은 우리 아이는 하루 종일 들뜬 얼굴로 이 말을 반복했다.
학교에서 발표를 했는데 투표를 통해 받는 스티커를 무려 두 번이나 연속으로 받았고,
점심에는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미리 약속했던 생일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누나랑 나눠 먹었어. 배부르니까 이제 그만 먹어도 돼.”
“엄마, 누나 생일은 언제야? 그리고 엄마 생일도 기억할래.”
그 짧은 말속에 기쁨과 여유, 그리고 사랑이 다 담겨 있었다.
아이의 생일을 준비하며 나는 분명히 분주했지만,
그 아이의 웃음과 말투, 누나를 챙기려는 마음을 바라보는 순간마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울컥했다.
아이의 기쁨은 그저 그 아이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내가 미처 누리지 못한 무언가를 대신 누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축하받고 싶은 마음’을 툭 건드리는 듯했다.
아이는 생일을 기다려왔다.
카운트다운을 하며 몇 번이고 “얼마 남았지?”를 묻고,
생일 파티 계획을 세우고,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를 적고,
다음 날 학교에 입고 갈 옷을 미리 골랐다.
그 과정을 옆에서 함께 하며 나는 처음엔 마냥 미소 지었다.
‘아, 아이들은 이렇게 생일을 준비하는구나.’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상한 감정이 차올랐다.
나는 언제 내 생일을 이렇게 기대했던가?
내가 내 생일을 셈하며 기다린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다.
어릴 땐 엄마가 준비해 준 조촐한 미역국이 전부였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냥 그런 날’이거나
‘괜히 마음 쓰이는 날’로 변해갔다.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나도 괜히 아무 일 없는 척하며 하루를 넘기곤 했다.
그래서일까.
아이의 생일을 준비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생일을, 이렇게 마음껏 누려본 적이 있었을까?’
아이의 생일은 단순히 ‘축하’의 날을 넘어서
온전히 그 존재를 인정받는 날이다.
태어난 것을, 살아 있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 자라날 가능성을 함께 축복하는 날.
그날의 아이는 정말로 빛나보였다.
자기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눈빛,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 행운의 확신,
그리고 그 안에서도 타인을 기억하고 함께 나누려는 여유.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같이 기뻤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찌릿했다.
그 빛남을, 나는 내 안에서도 본 적이 있었나?
혹시 나는, 나를 그렇게 빛나게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누구보다 아이의 생일을 기쁘게 보내고 있으면서도
내 안에서는 아주 오래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건 부러움일까, 상실일까, 아니면 나에 대한 미안함일까.
나는 오랜 시간
‘축하받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고,
파티를 열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건 정말 괜찮아서였을까?
아니면 스스로를 괜찮다고 설득한 것뿐이었을까.
아이의 환한 얼굴을 보며
나는 ‘그 설득’이 얼마나 오래되고 굳어진 껍질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사실은 나도,
누군가에게 환하게 웃으며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그 말이 무너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하루를 준비해보고 싶었고,
기뻐하는 나를 스스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아이의 생일을 기점으로,
나는 조금 달라진 시선을 가지게 됐다.
내가 아이에게 해주는 모든 축하와 배려는
어쩌면 언젠가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일이었다는 것.
그러니까 이제는,
그 마음을 거슬러 올라가
조금은 나 자신에게도 닿게 하고 싶다.
오늘처럼 아이가 빛나는 날,
나도 함께 웃고 기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아이가 나의 삶을 다시 비춰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빛 안에서, 나의 오래된 슬픔도 조용히 마주했다.
아이의 생일은 끝났지만
나의 기쁨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다시, 그리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기억하게 해주는 날.
그게 바로 아이의 생일이 내게도 특별한 이유다.
� 오늘의 비커밍 질문
나는 내 생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누군가를 축하하며 내 안에서 움직인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 미니 저널링 가이드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을 떠올려 그날의 감정을 써보기
축하받고 싶었던 순간과 그렇지 못했던 이유를 적어보기
지금 내 생일을 다시 디자인한다면, 하고 싶은 일 3가지 적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