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마음 챙김으로 다시 시작하는 명상
다시 시작한 명상
2년여 만에 명상을 다시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에도 몇 차례 다시 하려고 시도했던 적은 많았다.
명상앱을 켜거나 명상 유튜브를 듣거나 예전처럼 아로마 호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분주해졌고 잠재우고자 하는 의지는 오래가지 않았다.
눈을 감는 순간, 내 머릿속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제는 오랜 기간 따르는 많은 제자들과 함께하는 진정한 명상가인 오랜 지인을 찾았다.
혼자 앉아서 억지로 조용해지려 하기보다 함께하면서 나를 관찰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항상 눈을 감는 순간 온갖 생각이 쏟아지고 호흡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앞으로 해야 할 미래의 일, 그때 그러지 말걸 하는 과거의 후회,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단지 눈을 감았을 뿐인데, 더 피곤해졌다.
집중은커녕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때,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몇 년 전, 나는 명상 수업을 기획하고 안내하던 사람이었다.
명성 높은 분들 사이에서 귀동냥을 하며 타인의 호흡을 지켜보고,
그들의 마음이 가라앉는 과정을 곁에서 함께하며 배움을 얻던 시절이었다.
그 곁에서 나는 명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쉽게 지칠 수밖에 없는 내가 이해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힘
마음 챙김이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이다.
그런데 나는 그 연습을 하는 순간마다 오히려 마음이 더 산만해졌던 것이다.
명상은 내 안의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면 아래 있던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게 두고,
그것을 바라보는 연습이다. 그냥, 바라보는 것.
알고는 있었지만 습관으로 실천되지 않았으니 쉬울 리 없었다.
나는 노트를 꺼냈다.
명상 선생님이 주신 "데일리 화두"를 필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얕은 호흡에 산만해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처음 며칠은 이 작은 것조차 잘 안되었다.
글씨체는 엉망이었고 필압은 불안정했다.
"왜 이렇게 안 써지지" 애써 정돈하려 하면 할수록 더 흔들렸다.
흐느적거리며 뒤죽박죽인 모양새를 보며 평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애를 쓸수록 더욱 망가지고 있었다.
순간 눈에 들어온 펜 촉,
펜촉이 종이에 맞닿는 그 감각에만 집중해 보기로 했다.
사각, 사각
펜과 종이가 만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손끝의 미세한 진동을 느끼며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그저 내가 하고 있는 행동 하나에만 마음을 두었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글씨체가 달라짐을 느꼈다.
애써 잘 쓰려고 할 때보다 오히려 한 자, 한 줄 점점 더 반듯해졌다.
생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도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의 휘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나는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었다.
그 순간, "아!" 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바로 이거구나!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이 일에만 마음을 둔다는 것이 마음 챙김 아닐까?"
눈을 감고 억지로 고요해지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이 순간 몰입하는 것.
이전에 알던 숨을 쉬는 일, 차를 마시는 일, 걷는 일,
일상의 모든 행위가 글 쓰는 것처럼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떠올린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마음 챙김
새벽 명상에서 선생님이 읊조렸다.
"내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게 하라"
그 문장이 오래 남았다.
나는 글씨를 쓰며,
손끝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내 몸과 마음이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마음 챙김이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머무는 연습이었다.
우리는 종종 마음을 미래나 과거에 두고 산다.
해야 할 일, 지나간 일, 후회, 걱정, 기대 등등..
몸은 이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흩어진 것이다.
그렇게 내면이 분리된 채로 살아가다 보면 점점 더 피로해지고,
이유 모를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두면, 생각의 흐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차를 마시는 순간,
그 따뜻함과 향에 감각을 집중하면 짧은 순간이라도 마음이 휴식을 얻는다.
글씨를 쓰며 펜촉에 감각을 집중하면 정신은 흐름을 따라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렇게 마음이 머무를 곳을 찾으면,
혼란스러웠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정돈된다.
명상은 거창해야만 하는 수행이 아니다.
특별한 공간이나 도구가 필요한 것은 더욱 아니다.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당장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명상이다.
선생님은 호흡이 흐트러지는 나에게,
심호흡을 5번만 하라는 팁을 주셨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가장 쉬우면서 기본의 방법인 셈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여전히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려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손끝을 의식하며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담아본다.
처음에 잘 되지 않아도 매번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짧은 몇 초, 몇 번이 쌓이면 마음의 습관이 달라질 테고
결국 나를 바꾼다.
명상을 안내하던 시절 나는 그저 전달자였는지 모른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에.
하지만 나는 진짜 앎으로의 연습을 하고 있다.
잘하고 못하고, 빠르고 느리고의 문제가 아닌 '있는 그 자체'가 되기 위해.
혹시 너무 생각이 많아 힘들다면,
자꾸 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면,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든 그 하나에만 마음을 두어보기를.
그 작은 연습 하나가,
당신을 다시 숨 쉬게 할지도 모른다.
저는 불완전한 삶의 과정 중에 있습니다.
서툴고 부끄러운 글 속에서도 저만의 중심을 세워가며,
주어진 칸을 하나씩 메워가고 있습니다.
이 귀한 시간이 여러분과의 다정한 사색으로 머물기를,
그리고 오늘 하루가 특별한 맛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글의 끝자락에,
용서와 감사의 마음을 올려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