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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Jan 23. 2019

군대, HRD & Risk Taking

현재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면 현상은 유지되는가? 현상유지 편향의 함정

요즘에 만난 몇몇 기업의 HRDer들이 공통적으로 군대 얘기를 꺼냈다.

내가 만났던 분들은 군대 경험이 없는 여성분들이었지만.     


“우리 기업의 교육 방식은 딱 군대의 집체 교육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민망한 미소와 함께 이런 얘기를 하셨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현재 그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에 관해 더 물어볼 것도 없다.

나는 병역특례를 했기에 실제 부대에 있던 건 훈련소 한 달이었지만, 그 기간만으로도 군에서의 교육이 어떤지는 대략 경험했다.

물론 이게 거의 20년이 다 돼가는 경험이어서, 지금은 그래도 좀 바뀌었으리라 기대는 하고 싶으나.....

여하튼 내가 경험한 군대 교육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바둑판식 의자에 비좁게, 각을 잡고 앉아서 TV에 틀어놓은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형태였다.

그 순간 나는 사람보다는 공장식 양계장의 닭과 같았다.

그 교육을 회상하면 내용은 전혀 생각이 안 난다.

육체적 고통(비좁고, 냄새나고, 움직이지 못하고) & 정신적 고통(단순하고 지루한 정신 수양 내용을 참고 들어야 하는)만 되살아나서 불쾌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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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업 HRDer얘기로 돌아가서.

최근 만난 기업, HRDer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현재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국내 톱이지만, 엄청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위기의식 ->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 -> 변화의 중심은 사람 ->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 -> 혹시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다면?”     


대략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나를 컨택했다.

그러나 이 뒤에는 불안감 하나가 더 붙어있다.     


“혹시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다면? -> 괜히 바꿨다가 나(HRDer)만 망하는 거 아닌가?”     


충분히 공감하는 고민이다.

우리 문화가 잠자코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변화를 시도하면 중간도 못 가는 경우가 많아서,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를 HRDer조차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마주 앉아 이야기 하는 내(김상균 교수)게 어마어마한 인지도나 후광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머릿속에 사다리를 그려보세요. 그 사다리에는 10개의 발받침이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10번째 발받침에 올라선 상태이고, 가장 형편없는 교육은 1번째 발받침에 올라선 상태라고 가정해보세요. 현재 귀사의 교육 프로그램은 몇 번째 발받침에 올라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대화 초기에 나타난 민망한 미소를 다시 보이며 보통 3~4번째 정도를 얘기하신다.

나 혼자 맘대로 짐작하건대 1~2라고 얘기하기는 자존심이 상하고, 5~6이라고 얘기하기는 양심에 걸렸을 테다.     

“꼭 게이미피케이션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새로운 방법, 새로운 교육 기법을 접목하면서 9~10번째 발받침을 기대하고 계셔서 결정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최소한 5~6이상은 될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보다는 한결 좋아지는 것이니 작은 부분부터 해보시면 어떨까요?”     


대략 이렇게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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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가 썩 마음에 안 들어도 통상은 그대로 머물고 싶어 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Default Bias)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누군가 변화, 혁신을 얘기하면 현재보다 압도적으로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 

변화, 혁신에는 잠재적 리스크가 있으니, 성공 시의 기댓값은 매우 높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것은 “과연 현재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면 현상은 유지되는가?”이다.

조직의 경쟁력, 문화, 성과는 후퇴 중인데, 현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 대학들이 대부분 그렇다.

큰 변화, 혁신 없이 대학 시스템을 수 십 년 이상 이어오면서, 꾸준히 후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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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기업 HRDer얘기로 돌아가서.     


“걱정되시면 우선 함께 일하시는 HRDer분들 15~25명 정도가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를 체험해보고 고민해보세요.”     


내가 드리는 조언이다.

스스로 경험해서 느끼고 생각해보면 된다.

스스로 경험했는데도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겠다면,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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