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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Jan 22. 2019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에 관한 짧은 잡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재밌게 시청한 게이미피케이션 연구자의 잡설

주의: 이 글에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봤다. 총 16회 중 실시간 시청도 몇 번은 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다보니 드라마에 등장하는 AR, 게임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게임적 측면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봤다.     


Q1. 드라마에 등장한 “넥스트”라는 게임은 어떤 분류에 해당할까?

RPG, 액션어드벤처, LARP, 대체현실게임 정도가 떠오른다.

넥스트에서 플레이어는 현실 & 게임의 경계를 혼동한다. 어디까지가 매직써클인지 혼란을 겪는다. 대체현실게임이 추구하는 기본적 접근과 닮아있다. 아쉬운 점은 게임의 내러티브를 통한 매직써클의 붕괴가 아니라 제이원 렌즈 & 증강현실(엄밀하게 드라마 속 게임 넥스트가 증강현실이라고 보기도 좀 애매하다고 생각한다)의 기술적 완성도에 기반한 매직써클의 붕괴라는 점이다.

나는 게임의 근본이 내러티브, 규칙이라고 생각하기에, 기술만 가지고 밀어붙인 넥스트가 좀 아쉽다.     


Q2. 드라마에 등장한 “넥스트”라는 게임은 구현 가능한가?

드라마에 묘사된 수준의 렌즈 & AR을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는 착용형태의 AR렌즈가 아니라 BCI를 통한 접근이 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넥스트에서 플레이어들이 실제 가상의 검을 부딪히면서 칼싸움을 하는데, 센서/포스피드백 슈트를 안 입고 그런 칼싸움을 하려면, 렌즈는 가능성이 1도 없다.)  

가트너 하이프 싸이클을 보면 MR, AR이 5~10년 정도의 시간 내에 안정화되리라 예상하고 있으나, 드라마처럼 실제 공간과 이질감 없이 3차원적으로 완벽하게 실시간 매핑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본다.      

가트너 하이프 싸이클에서 예상하는 5~10년 후 MR, AR은 제이원의 렌즈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의 기능, 성능에 대한 안정화이다.     


주인공의 실종을 게임 속 인던으로 처리해버린 부분에서는 머리가 멍해졌다. 이 드라마는 기술에 기반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리포터식 판타지를 보여줬다. 그런 설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광고 문구부터 증강현실 드라마를 표방했는데 중요한 설정을 판타지로 덮어버려서 당황스럽기는 했다.

게임 속 인던이 현실에 인던을 만든다는 충격적 설정. 당연히 이런 것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성을 논할 가치도 없다.


곁가지로 좀 빠지자면, 제이원의 렌즈를 보면서 2012년 8월에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떠올랐다. Eran May-raz & Daniel Lazo가 이스라엘의 디자인 학교(Bezaleal Academy of Arts)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영상이다. 사이트 시스템즈라고 명명된 이 영상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일반화된 미래에 우리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고 있다.     

왼쪽 위의 사진은 슈퍼맨이라는 운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 속 남자는 콘택트렌즈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있다. 이 남자가 슈퍼맨 운동을 하면서 보고 있는 모습은 오른쪽 위의 사진과 같다. 하늘을 날면서, 하늘 위에 있는 링을 통과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 단순히 슈퍼맨 운동을 하는 경우 보다 강하게 동기를 부여받는다. 왼쪽 아래 사진은 요리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게임처럼 나타난다. 렌즈의 안내를 따라서 요리를 잘 만들면 포인트를 받고, 레벨업을 하는 구조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이성과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다. 사진을 보면 데이트 역시 게임화가 되어있다. 이성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적절한 퀘스트와 관련 정보가 렌즈에 제공된다. 퀘스트를 성공하면 포인트로 표시된 이성의 호감도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 영상을 매우 흥미롭게 봤다. Eran May-raz & Daniel Lazo가 꿈꾼 렌즈도 흥미로웠지만, 그런 렌즈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를 게임적 관점에서 매우 현실감있게 그렸기 때문이었다.     


Q3. “넥스트”라는 게임에서 아쉬운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로만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가 참 아쉽다. 내러티브가 정말 없다. 특별한 이유 없이 조선 시대 무사, 테러리스트, 탈영병 등과 싸우고, 포인트를 모아서, 레벨업만 하는 구조이다.     

전투, 포인트, 레벨업, 특템의 구조는 게임에서 많이 등장하는 방식이지만, 넥스트 정도의 미래 게임이 목적성, 등장인물 간의 관계, 개연성 등이 전혀 없이 그저 싸우기만 하는 구조로 묘사된 것은 아쉽다. 플레이어가 왜 전사가 되었고, 무엇과 싸우는 것이며,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가 없다. RPG게임을 잘 모르는 부모들은 자녀가 즐기는 RPG게임을 끝없는 칼싸움 게임 정도로 오해하는데, 넥스트의 설정도 딱 그렇다.

마지막회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길드 전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그저 패싸움일 뿐이다.

실제로 이런 기술, 게임이 등장한다고 가정해도, 그런 반복형 칼싸움의 열기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 게임 유저를 매우 단순하게 바라본 것같아서 섭섭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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