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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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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Oct 25. 2020

로블록스 메타버스의 주인이 된 아이들

로블록스는 마인크래프트와 같이 샌드박스게임에 포함됩니다. 2004년 데이비드 배주키와 에릭 카셀이 설립한 로블록스코퍼레이션이 만든 메타버스입니다. 국내에서는 로블록스보다 마인크래프트 사용자가 더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로블록스가 마인크래프프트를 모방해서 만들어진 메타버스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등장한 시기는 로블록스가 앞섭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여러 블록을 활용해서 레고블록을 만들 듯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그러다보니 거울 세계에서 얘기한대로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건축물, 공간, 물건 등을 마이크래프트로 만드는 이들이 많습니다. 반면에 로블록스에서 사용자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슈팅, 전략, 소통 등 다양한 주제의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처음에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면, 별다른 제약 없이 자신의 세계를 마음대로 만드는 방식인 반면에 로블록스에서는 로벅스(Robux)라는 자체 화폐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현금을 주고 로벅스를 구매하거나, 로블록스 메타버스 안에서 로벅스를 벌어서 사용하면 됩니다. 로벅스를 가지고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고, 다양한 액세서리를 구매하게 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접속할 경우, 그 세계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로벅스가 사용됩니다.

로블록스의 사용자 규모는 2019년에 9천만 명이었고, 2020년에는 1억 1천 5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6~16세 사이의 사용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16세 미만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로블록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그 어떤 기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이 로블록스입니다. 2018년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13세 미만 아이들은 유튜브보다 로블록스에서 2.5배 정도의 시간을 보냈고, 넷플릭스에 비해서 16배 정도의 시간을 로블록스 메타버스에서 보냈습니다. 로블록스에서 아이들은 타인이 만든 세계에서 노는 플레이어 역할, 타인이 놀 공간을 만들어주는 창작자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로블록스에 자신이 상상한 가상 세계 메타버스를 만들어 다른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면서 돈을 버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많게는 한해 1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벌어들이며 자신을 도와줄 직원을 채용하는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소셜미디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세계에서 함께 놀며 친구 설정, 채팅 등으로 메타버스 내의 우정을 쌓아갑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중심인 세상에 어른들이 끼어들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성인 사용자가 어린아이에게 성적인 메시지를 보낸 경우가 몇 차례 있었고,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 이미지를 넣거나, 음란물을 게시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실 세계에는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경찰, 검찰, 법원 등이 존재하지만, 로블록스와 같은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는 그런 공권력을 가진 기관이 없습니다. 물론,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개입해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활동을 하며, 문제 발생 시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두 가지 기준으로 대응이 이뤄집니다. 첫째, 가상 세계 메타버스 내부 규정에 의해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활동하지 못하게 하거나, 계정을 영구히 삭제하는 식으로 조치합니다. 둘째, 가상 세계 메타버스 안에서 생긴 문제가 현실 세계의 법에 저촉될 경우에는 사법기관에 이를 신고하여, 현실 세계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합니다.


앞으로 로블록스 메타버스가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커질지, 그리고 현재 로블록스를 주름잡는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메타버스를 또 다른 세계에서 만들어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로블록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본 어른들은 보통 두 가지 의견을 냅니다. 다른 온라인 게임류에 비해 아이들이 비교적 건전하게 노는듯해서 다행이라는 의견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한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고 서로 대화하면서 노는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프리드리히 본 실러는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인간은 여러 가지 육체적, 물질적 욕망과 이성적, 도덕적 욕망을 동시에 가진 존재인데, 우리에게 잠재된 놀이 충동이 이 둘을 조화시킨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 자유로워지며, 아름다운 존재가 됩니다. 자유와 아름다움을 깨달은 인간만이 참된 목적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철학자 칸트는 놀이가 즐겁고 편한 이유는 아무런 목적이 없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우리 아이들이 목적 없이 편하게 놀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어른들도 함께 목적 없이 놀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인간이 추구해야할 목적을 더 잘 찾아낼 겁니다.


* 이 글은 2020년 12월 플랜비디자인에서 발간 예정인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에 올라타라(가칭)'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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