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메타버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균 Jan 07. 2023

CES 2023, 대충 리뷰

김상균 교수의 불성실 유람기

CES 2023을 이틀간 보고, 느낀 점을 정말 두서없이 적어본다. 강연세션은 빼고, 윤문 안 하고, 구조화도 안 하고, 매우 가벼운 마음으로 적는다. 정신이 몽롱하며, 바쁜데, 맥북으로 대충 적는다는 핑계로...

그리고 당연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다 본 것은 아니며, 본 것 중에서도 여기 안 적은 게 꽤 된다. (책임 회피용 멘트)


#1. 뭉텅이 잡설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국 전시관 & 한국 관람객이 참 많았다. 학생들을 단체로 보낸 대학들도 보였다. 우리는 리드하려고 왔을까? 팔로우하려고 왔을까?


현지인들은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좋아한다.


메타버스,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삶의 질 향상, 친환경 등이 주로 눈에 들어왔다. 물론, 가전쇼답게 가전제품들도 많았으나, 그냥 하이마트 가전제품들 그대로 옮겨놓은 생뚱맞은 부스들도 있었고, 가전제품에 담긴 철학과 기술을 전시를 통해 잘 풀어낸 기업도 있었다. 전자의 기업들은 대체 왜 전시회에...

메타버스 관련 부스가 많았으나, 대부분 단편적 장비, 독립적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다. 거대한 플랫폼, 콘텐츠 창작 & 공유 관련 이야기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물론, 강연세션에서 많이 다뤄졌겠으나, 강연세션은 아무래도 말 위주이고, 참여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으니, 전시로 풀어내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쉽니다.


에듀테크도 꽤 많았는데, 알고 있던 것들에서 크게 발전된 모델은 없어서 별도로 적지는 않았다. 웅진씽크빅에서 미국에서 새로 런칭하는 증강현실 기반 교육 콘텐츠가 있는데 꽤 좋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라...) 게이미피케이션을 잘 접목했다.


친환경, 인공지능은 별도로 언급하기가 애매하다. 그 자체가 독립적 주제가 아니라, 모든 테마에 녹아들어있는 형태였다. 즉, 모든 것이 친환경, 인공지능을 기본으로 품고 가는 트렌드.

전시 공간은 정말 거대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초거대 트럭을 실내에서 봤다! 이 거대한 전시 공간의 구조물들을 며칠간만 사용하고 버린다는 점이 참 아쉽고 무겁게 느껴졌다. 친환경이 주 테마 중 하나였는데, 정작 전시는 친환경적인지...? 당분간은 이런 오프라인 전시를 사람들이 더 좋아할 테니 어쩔 수 없겠으나, 이런 전시 결과물을 메타버스로 디지털 트윈화하는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2030 엑스포(부산?)보다 백여 년 전 프랑스 엑스포 현장이 더 궁금한데, 우리 후손들도 지금 우리가 어떤 기술에 관심 있고, 그런 기술을 어떻게 풀어내고 소통했는지 디지털 트윈을 통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 텍스트, 영상으로는 전달이 잘 안되니까.  우리는 현재를 역사로 기록할 의무가 있다. MICE는 메타버스와의 연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런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 대표 MICE기업도 그렇고.


기념품에 열광하는 이들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지나가다가 소형 스케이트 보드를 주는 데가 있어서 잠시 눈이 멈췄는데, 얼핏 봐도 백 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서있었다. 한 시간 넘게 줄 서야 하는 상황. 나는 역시 가볍게 포기. 젊은 시절에는 게임 아이템 수집하듯 기념품을 모았는데, 이제는 물욕이 없다. 근데, 경기 탓일까? 기념품을 나눠주는 부스가 매우 적어졌다.


내게 길을 물어보는 이들이 몇 있었다. 내가 CTA직원 스타일이거나, 개처럼 길을 잘 찾게 생겼나보다. 참고로 나는 엄청난 길치이다. 똑같은 출퇴근길도 꼭 내비키고 다닌다.


#2. 모든 모빌리티는 지능화

자동차, 배, 비행기 등 모든 모빌리티에서 연결, 지능화가 강조되었다. 광고 문구를 중심으로 살펴보니, 기업들이 쓰는 표현(워딩)에서 편리, 안전 등은 잘 안 보였다. 안 보여서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편리, 안전은 기본이고, 연결과 지능화를 본격적으로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덧붙여서 친환경도 강조. 전기차, 내부 디스플레이 거대화, 차량 간 연결 & 소통, 이동 데이터 통합 활용 등...

개인 탑승용 드론이 보였다! 정말 갖고 싶었다. (앞서 물욕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무게는 성인 두 명이 들어서 옮길 정도이다. 픽업트럭에 싣고 다니면 좋겠는데.

물욕을 비우고 부가티 사진도 한 컷!


#3. 센싱 기술

주행 중인 도로, 정적인 실내 공간, 사물 등을 스캔하는 기술이 많이 보였다. 핵심은 적은 센서, 보편적 센서(예: 스마트폰)로 센싱 정밀도를 높이는 것. 꽤 퀄리티가 높은 전시물들이 많았다.

센싱은 결국 메타버스, 지능화로 직결된다. 센싱한 정보를 공간화 시키면 메타버스가 되고,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 개입을 낮추거나 뺀 상태로 컨트롤이 되면 지능화이다. 지능화의 밑거름은 데이터인데, 센싱 없이는 물리적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


#4. HMD

거인이 빠진 상태여서, 다른 기업의 장비가 일부 보였으나, 여전히 아쉽다. 처음에 몇 개 체험해보고 더 이상 안 했다. AR 기능만 들어있는 유선형 글래스는 그나마 괜찮았다. 실제로 잠시 혼자 어디가려고 택시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서있는 이가 그 글래스를 끼고 열심히 스마트폰을 통해 뭔가 하고 있었다. 매우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요원같은 느낌이...


애플, 삼전에서 뭘 발표할지 기대해본다. 솔직히 기대는 애플에 하고, 삼전에는 소망을 가져본다.


#5. 수면 기술

수면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보였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으나, 정신적으로는 지쳐가는 현대인의 삶. (내 얘기다)

전반적인 의문점은 수면 전, 수면 중 상태를 센싱하는데, 그에 따라 처치가 되느냐이다. 처치 부분에서는 아직 아쉽다. 즉, 센싱은 하는데, 그래서 치료는? 그래도 수면 전/중 상태를 잘 센싱하고 있으니, 발전 가능성은 커 보인다.

양질의 수면을 유도한다는 명상 디바이스를 써봤는데, 머리에 밴드를 쓰고, 그 위에 HMD를 쓰는 구조였다. 장비가 빡빡하고 무겁다. 밴드를 벗고 나니 소중한 내 머리카락이 빠져있다. 체험 후에 후회가... 돌이켜보니 내 앞에 체험한 이는 민머리였다.


이런 장비를 쓰고 명상을 하기는 어렵다. 외부의 시각적 자극을 차단하고, 입체감을 주는 것에 집중한 시스템이다. 내가 선택한 체험 장소는 아름다운 폭포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보다는 그냥 큰 평면 스크린으로 폭포를 보는 방식이 더 좋다. 입체가 아니어도, 외부의 여타 시각 자극이 들어와도 그렇다.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면 유튜브에 올라온 4K 자연 영상을 큰 화면에 올려서 멍때리며 보는데, 효과적이다. 


#6. 게임

게임관련 전시 부스가 적지는 않았는데, 뭔가 초라하고 아쉽다. 맘속에서 지스타와 비교해서 그랬나보다. 게임관련 각종 부가 기기를 전시하고 판매도 일부 했는데, 전자상가 같은 느낌이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소형 오락기가 꽤 탐났다.)

게임 콘텐츠, 기술, 세계관, 고객 경험 등을 잘 보여주는 기업이 없었던...

앱 & 보드게임을 연동한 외국 기업이 있었는데,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다. 그런 플레이 방식이 참 재밌기에 반가웠으나, 상업적으로는 그런 모델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 그 기업의 미래가 걱정되는...

내가 꼼꼼히 살펴보고 체험해보니, 직원이 갑자기 자기소개를 한다. (원래 구석에서 가볍게 체험해보고 빠지려다가 붙잡힌...)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3년간 일했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현재 자기 보스 흉까지. 연락처를 물어봐서 순식간에 명함 교환까지 완료. 


#7. 햅틱

햅틱 장비들이 몇 가지 보였다. 나는 HaptX장비를 체험했다. 신기함 & 아쉬움의 공존.

HMD를 쓰고, 양손에 장갑을 끼고 체험했는데, 촉감이 꽤 정밀하게 느껴졌다. 돌맹이, 구름, 들풀 등을 만지고, 버튼 누르고, 파리채 휘두르고 파리채를 양손으로 휘는 등 HMD쓴 상태로 직원이 옆에서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지시하면 열심히 따라했다.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직원이 안 시켰는데, 꽃잎을 쓰다듬어봤는데, 촉감이 90%정도는 일치한 기분. 근데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60% 정도가 맞다. 시각으로 꽃잎을 만지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기에 뇌에서 관련 촉각으로 매칭시킨 결과이다. 즉, 눈으로 아무것도 안 보면서 손으로만 만졌다면, 내가 쓰다듬는 게 꽃잎인지 돼지털인지 구분 못했을 수도. 물론, 이런 현상을 실제 사물을 만질 때도 나타나지만, 햅틱 장비를 쓸 때 그런 현상이 더 크게 나타는데,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나 당신회사 빅 팬이다. 강의할 때 당신회사 데모 영상 100번은 틀었다. 앞으로 더 발전 부탁한다.”고 수다를 떨었더니 직원이 몹시 좋아한다. 내 말은 진심이었다. 여전히 커다란 박스와 두꺼운 파이프라인이 따라다니는 방식이고, 착용이 쉽지 않아서, B2C로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이런 장비는 산업용으로 발전될 것이다. 물론, 이런 장비를 꼭 엔지니어링 쪽에만 쓸 것은 아니다. 예술, 식음료, 심리 치료 등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거대 디지털 조각상을 HMD로 보고 장갑으로 만져보는 방식, 거대한 크림통을 손으로 휘져으며 새로운 케익을 맛보는  팝업스토어, 사랑했던 가족과 손잡고 쓰다듬는 심리 치료 등 적용이 가능한 분야는 한도 끝도 없다. 왜냐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인간의 오감중 하나가 촉각이니까. 촉각은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해서 그럴 뿐 우리 삶의 많은 경험에 깔려있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면, 반나절만 고무장갑을 이중으로 끼고 살아보면 된다. (이게 이상하면, 삼겹살 먹은 설거지를 뜨거운 물 틀어서 할 때 고무장갑 이중으로 끼고 해보면 된다. 내가 닦는 게 뭔지...)

다른 지역에서 체험한 온도 장갑(국내 기업 작품)은 꽤 괜찮았다. 냉/온 감각이 거의 지연 없이 전환되며 느껴졌다.


#8. 증강현실 화장

여성분들이 주로 체험하는데 내가 강하게 얼쩡거리다가 직원의 권유로 체험. (나는 MBTI에서 대문자 I이지만,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자꾸...)


얼굴을 센싱해서, 얼굴 위에 프로젝션으로 화장을 해주는 방식이다. 그에 따라 진짜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 엄청 하이테크는 아니고, 약간 병맛스럽지만, 결과는 꽤 괜찮았다. 영상 속 내 모습이 괜찮다는 의미는 절대, 절대로 아니다. 내가 재밌어하니까 직원분이 찍어준 것이고, 설명만으로 이해가 안 될 듯해서 영상을 올릴 뿐이니, 영상보고 놀라지 않으시길...

일본기업인데, 잘 다듬으면 좋겠다는 생각.


물리적 공간에 프로젝션해서 증강현실 만다는 접근은 사실 이미 다른데서 쓰이고 있다. 유명한 역사적 건축물에 대형 프로젝터로 빔을 쏘는 형태로 공간 예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케팅적으로는 이런 방식도 가능하다. 센싱 기술이 워낙 급속 발전하기에 가능한 것인데, 버스 정류장이나 힙한 공간에 센서 & 프로젝터를 설치해서, 의류를 마커로 인식하여 해당 공간에 방문한 이의 옷에 프로젝션으로 증강 현실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아이돌팬이 특정한 옷을 입고 특정한 공간에 가면 아티스트가 남긴 영상메시지를 랜덤하게 볼 수 있는 형태라던가. 그런 경험을 휘발시켜도 좋고, 아니면 영상으로 쏴줘도 좋고. (우리 회사 사장님한테 해보자고 제안해봐야겠다. 다른 임원들이 날 싫어할 수도...)


#9. 내 사랑 존디어

존디어 전시장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존디어가 발전하면 농사가 농업타이쿤 게임처럼 될 것 같은 망상을 했다. 스마트팜과의 연결을 통해서.

신나게 돌아보고 사진 찍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손에 존디어 모자가 들려있다.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좀 있다 보니 외국인 할아버지가 그 모자 어디서 났냐고 간절하게 내게 질문해왔다. 숙소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 모자를 우리식으로 보면 OO비료, XX경운기 등의 텍스트가 써진 모자인가? 농촌 어르신들이 주로 쓰시는... 가족들이 몹시 싫어하겠으나, 학교 수업에서 존디어 설명할 때 이 모자를 쓰고 나타나야겠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니...)

농기구들을 VR로 구현한 체험 시설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없었다. 있었다면 뻔뻔하게 땅 파고, 파종하고, 비료주고, 재배하는 것까지 다 해볼 작심이었는데... (나같은 사람이 많았었나...)


#10. 기술 vs. 철학, 경험

대부분의 부스는 기술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근데 CES가 전문가들만의 박람회인가? 그리고 전문가 대상이라고 해서 기술 자체만 말 하는 게 맞을까?

SK가 멋있었다. 부스도 잘 꾸몄으나, SK 관계사를 하나로 연결해서, 그들이 어떤 철학을 갖고 사업하는가를 설파했다. 좀 더 쉽게 풀었으면 더 좋았겠으나, 그래도 참 멋있었다. 옆에서 어떤 한국 관람객이 “국뽕이 차오른다”고 크게 외치는데, “나도요”라고 속으로 대답했다.


기술이 아닌 경험으로 설명하는 기업들도 많았다. 그런데 아쉬운 면도 있다. 일례로 아마존은 그들이 가정을 더 안전하게, 친환경적으로, 더 화목하게 만들어준다는 등의 가치를 얘기하기 위해 집안의 공간을 다양하게 실제로 구현했는데, 그 많은 관람객들이 그런 공간을 차분하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은 절대 아니었다. 이케아 쇼룸보다도 아쉬웠다. (경험 디자이너의 지적질 본능이... 또는 아마존 프로젝트를 해보려는 야망이...) 


#11. 마케팅 격전지의 진정 승리자는?

니콘이다! 처음에는 니콘 전시관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니콘 가방이 즐비하다. 각 전시관 입구마다 니콘 가방이 잔뜩 걸려있고, 그 앞에 직원이 없다. 그러니 모두가 가방을 마구 가져간다. 어느 순간 내가 가는 지역마다 이 가방이 보인다.

가방을 20만개정도 만들었을까? 단가를 천원으로 잡으면 2억 원인데, 물론 주최 측에 가방을 나눠주는 공간에 관한 비용을 냈겠으나, 니콘의 마케팅은 대박이다. 이 가방을 한국까지 가져갈 생각이다. 내게 CES 2023은 니콘 가방으로 기억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메타버스, 이런 게 궁금하신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