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은 소중한 모든 것들의 애틋하고 아련한 결합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걸었을 뿐인데 그저 기뻤던 그날,
따스한 햇볕 아래 어스름 보이는 나뭇잎 실루엣을 볼로 느끼며 눈 감던 집 마당 평상에서의 낮잠,
왠지 오래 함께일 것 같은 소녀를 처음 마주한 그 겨울 그리고 상큼하다 못해 아름다웠던 그 공기,
가슴 벅차오르던 그때마다의 격한 감동과 순간들..
신은 왜 우리에게 이러한 것들을 툭하고 내어주었을까?
내어달라 한 적 없어도 주어진 내 모든 것들, 내 격한 아름다움들 말이다.
그러다 언젠가의 일순간에 모든 것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겠지.
언젠가의 마지막 눈 감음은 엄마의 손길이며 햇살의 살랑거림과 평생을 함께한, 그때의 그 예상이 맞았던 소녀의 손을 놓게 하겠지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이 뜻밖의 여정의 이유일까..
있다가 없어져야, 아니 그 사라짐 너머를 지금은 볼 수 없기에 솟아나는 이 애틋함..
그 때문일까?
뚜벅이며, 두리번거리며 생의 길목에서 오늘도 고개 갸웃갸웃하며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