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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밭 Mar 25. 2022

우한(武汉) 손님

불청객에 관한 짧은 이야기


청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를 '불청객'이라 한다.

그 불청객이, 말로만 듣던 그 손님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3~ 4년 전쯤 중국 우한(武汉)에서 태어난 이자는 전 세계를 돌다 기어이 우리 집에도 찾아오고야 말았다.

어제 왔는데, 눈치를 줘도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중국어로 씨부려보면 알아들으려나.. 


처음 이 바이러스 친구가 '우한 독감'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언젠가 왕관(코로나)을 뒤집어쓰고 세상을 제패하며 위세를 떨치게 된 이즈음까지 업무적(나는 인사업무를 주로 했었다)으로나 실 생활에서나 쉴 틈 주지 않고 괴롭히더니 이제는 우리 집에 가부좌를 틀었다. 그것도 내 사랑하는 둘째 아들 방에..


처음에는 모두들 이 친구를 '우한 독감'이라 불렀다. 당연하기도 한 것이, 우리는 전염병이 발생하면 '스페인 독감'처럼 처음 발흥한 지역명을 붙이는 관례가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한 독감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새인가 그 모양이 왕관을 닮았다 하여 '코로나'가 되었다. 고향부터, 개명의 이유까지 꽤나 정치적인 자라 썩 맘에 들지 않는다. 그자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오다니.. 불편한 맘 감출 수 없다.

더구나 이에 희생된 이들이 요 몇 년 사이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을 때면 더더욱.


남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이기에 '안쓰럽고', ' 안타까운' 것이다. 그런데 이 안쓰러움이 내 일이 되면 놀라움을 넘어선 '당황'이자 불운의 낭패이다. 시간은, 일상은 이 친구를 만나 당황하는 순간 멎어버린다. 국가 방역의 관리대상이 되어버리니까.


멀쩡하던, 쉼 없이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에서 경쟁자의 '뚝배기'를 깨던 호기로운 아이(둘째 아들)가 어제부터는 고열과 무기력으로 드러누워 있었다. 그 모습에 무언가 모를 만감이 교차했다. '요즘은 잠깐 감기처럼 왔다 간다'더라는 주변의 이야기에 과학적 이유를 덧 붙이며 작의적인 안심을 시도해 보아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와중에 아이에게 다가가면 감염되는 것이야 불 보듯 뻔한 것인데도 그 옆을 지키며 간호하는 아내의 모습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뭐랄까.. 모성의 대담함과 용기라든지 그런 것들 말이다.

혹시나 몰라 귀어 걸고 있는 내 마스크가 머쓱하다..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나이가 어려 백신 맞지 못한 우리 아이 몸속에 번듯한 항체나 심어 주고 얼른 썩 꺼졌으면 좋겠다. 어렵고 힘든 숙제 마치면 마당에, 들에,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었던 그때처럼..   


혹시나 하는 맘에 중국에서 온 이 친구에게 중국어 몇 마디 씨부려 본다. 


"客人,不能在这儿这样。 营业时间结束了,请回去吧。 吃饭了吗(니츠판러마)"

 ->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영업 마쳤으니, 돌아가 주십시오.  (2 18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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