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밭 Jan 31. 2022

불면(不眠)의 앙금

마음속 들판에 하염없이 바람이 분다

바쁘게 살아가던 시절, 잠을 쪼개어 '성과'라는 것으로 바꿔먹던 시절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잠을 많이 잘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정말이지 원 없이 자리라.'


잠을 넉넉히 잘 수 있는 때를  맞이하게는 되었으나, 막상 또 마음 같이 그렇지만은 않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두어 시간 만에 깼다.


불면(不眠)의 앙금..  그 앙금이 또 떠올라,  침대 맡에 앉아 있는 참이다.


'앙금'이라...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개운치 아니한 감정'이다.


개운치 않으니 이것이 내 불면의 원인인 게다.




나에게는 마치 질병처럼 치유되지 아니하는 존재가 그 앙금이다.

언젠가 '악연(惡緣)'이라는 글의 주제가 되었던 그이, 그리고 그와 함께 지낸 시간과 그로 인해 파생된  많은 사건들..

이제의 내가 그 앙금에 뒤척여도, 그 시간들을 괴롭게 곱씹어도 바뀌는 것은 없다.

떠올려 머릿속에서 재구성해보고, 잘 못되기 시작한 부분으로 시간을 되돌려 복기(復棋) 해 본다고 한들 나아지는 것 하나 없이 내 소중한 수면시간이 고통스러운 불면의 시간으로 변하게 될 뿐이다.




다시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다.

머릿속에 펼쳐진 너른 들판에 차고 거센 바람이 하염없이  분다.

잦아들 기미는 아직인 듯 하고..

아무래도 그 바람 지날 때까지 한동안 이렇게 서 있어야 할 모양이다..


//Fine//

작가의 이전글 자각몽(自覺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