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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밭 Dec 24. 2021

자각몽(自覺夢)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언제인지   없는 때에 아내가 새로  아이폰 '떨틴(13)' 손으로 만지작 리며 "여기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하고 내게 물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새하얀 배경에 회색  양복 입은 사람들이(중절모  백인도 있었다) 지나가고 있었고 바닥을 보니  깊이를 가늠할  없는 새하얀 빛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 지금은  속이니까 이따 깨서 알려줄게."라고 말했다.

아내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아니.. 지금, '나'한테 알려줘.."

눈은 분명 나를 향하고 있는데, 그 눈의 초점은 나를 넘어 저 멀리를 바라보는 듯했다.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며 제자리에 섰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언제나처럼 나는 그 꿈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누구였을까? 꿈속의 그 여자..


아주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컬러였고, 대체로 나는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끔 꿈인지를 자각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런 꿈들이 무섭다.


꿈꾸는 동안 그것이 꿈인 것을 자각하면 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서있다가 훌쩍 뛰어올라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남태평양 어느 섬 이름 모를 해안에서 한가로이 거닐 수도 있다.

나는 잠들기 전 조금 집중하면 원하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이게 늘 되는 것은 아니라서 또 아쉽다.


매일 밤 꾸는 '꿈'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꿈을 말하자면 '장자와 나비' 일화가 꽤 잘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어느 날 장자가 잠에 들어 꿈을 꿨는데 그 꿈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

나비는 자신이 장자였는지를 까맣게 잊었다.

꿈에서 깨어나니 다시 장자가 되었는데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아님 나비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 없었다.



메타버스(metaverse).. 조물주가 인간에게 허락한 '다중 현실'..

한 번뿐인 우리 삶의 여정에 다양함을 더해주는 조물주의 선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몸과 정신을 재충전하는 동안 AR 안경 쓰고 날마다 테마가 바뀌는 메타버스 세상을 체험하는 셈이니까.


꿈은 어려움이 가득한 현실에서의 작은 도피처이자 매일 겪는 색다른 경험이다. 가끔은 꿈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힌트가 번뜩 떠오를 때도 있다.


조물주의 이 선물 잘 활용해 보려고, 갑갑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좀 벗어나 보려고..

오늘도 나는 잠들기 전 내 바람이 눈앞에 펼쳐지도록 몹시 집중하여 되뇐다.

'이루어져라... 얍!'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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