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워 본 일이 있는가?
고등교육받으라고 부모님이 학교 보내주셨는데, 친구 코에서 나오는 연기가 신기하여 내 코에서도 연기나게 한지가 어언 25년이 넘었다.
그동안 1년 중 365일간 '간헐적' 금연을 시도(아침에 결심, 저녁에 타협) 한 적도 있고, 강제로 한 2년 안 피운 적(국방부에 처음 속해 피우면 잘리던 그 시절)도 있고, 오지에 부임하여 전자담배 충전액을 못 사 차일피일 미루다 한 3년 금연한 때도 있었다.
요즘은 전기 채워 피우는 걸 물고 있다.
어쨌거나 아직 중독 중..
한 3년 전, 대륙에서 역병이 생겨났다. 그 소식이 귓가에 맴돌기에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주변 사람 모두와 TV 속 타인 들, 그리고 내 코와 입이 마스크로 가려졌다.
그리고 나는 그때 '부대 방역담당자'가 되었다. 뭐 아무튼 귀찮음 1이 추가되었다.
'낙타와 접촉하지 말 것'이라는 놀라운 지침에도 그저 스쳐 지나간 메르스 때처럼, 뭐가 신종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새로 나온 독감이라는 신종플루 때처럼 그저 한 때 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 시간, 나는 격리되어 있다.. 착잡하다.. 착잡하긴 하나 놀랍지는 않다. 벌써 몇 번 째인지 알고 싶지도 않은 지경에 와 버렸으니까.
경우의 수가 아주 많았는데, 대략 정리해 보면.. 옆에 누가 걸린 경우, 어디에서 대량으로 확진되었는데 내 옆 누가 그곳에 다녀와 아픈 경우, 아들이 아픈 경우, 아들 친구가 걸렸는데 아들이 아픈 듯한 경우, 아들이 아파 간호하던 아내가 아픈 경우, 내가 걸린 경우, 아들이 아플 때 안 아팠던 또 다른 아들이 아픈 경우.. 그리고 지금은 나도 아프고 아들도 아픈 경우.. 이번엔 내 평생 처음 걸려 본 A형 독감과 같이 왔다. 뭐 그러한 상태..
어쨌거나 아직 감염 중..
기왕 군대생활하는 거 잘하고 싶기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잘한다~ 잘한다~' 립서비스도 해 주고 해서 진짜 잘해 보려고 20년 가까이 달려왔다. 뛰다 보니 다른 길로 접어들어 이 길에는 골인지점이 없음을 알게 될 즈음 문득 섰다가 요즘은 주변 둘러보며 산책 겸 걷고 있다.
그 '잘한다~ 잘한다~'가 '자~알~ 한다~ 자~알~ 한다~' 였던 걸까..
군대 우스개로, 육군교도소에 수감된 수감자 양반들도 진급 발표일이 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혹시 내 이름 없는가?'하고 묻는다 한다. 창피하다만 뭐 그런 이유로..
어쨌거나 아직 집착 중..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오늘에서 또 다른 오늘로 그저 아무것도 아닌 날들의 연속이라 여겨지는 때도 만나고, 대낮처럼 하얀 날도 만나고, 눈 돌리면 봄 바다에 빛나는 윤슬에 홀릴 때도 있고, 밤에 쓴 편지 아침에 부쳐 몹시 창피한 날도, 하늘의 귀여움을 받지 못해 슬픔에 부둥켜안는 날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러다 넋 놓으면 먼지 터럭처럼 달라붙는 것들이 있다.
담배도, 역병도, 집착도.. 술자리와 그 단짝인 과음도, MZ 식 표현으로 '이불 킥'이라는 '부끄러운 후회'도..
돌아보면 뭐 하나 제대로인 것 없는 내 몸뚱이에 무엇이 이리 덕지덕지인지 모를 일이다.
무겁고, 성가신 이 모든 '생의 부산물'들을 떨어내려 고민하고 궁리하다가 '고민을 궁리하는 업보' 1이 추가되었다. 언제쯤.. 언제쯤..
아..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이 부분은 말머리처럼 턱을 쭉 빼고 노래로 불러야 맛이 날 듯하다 * 알 수 없는 인생 / 이문세 / 2006)하며 뮤지컬 걸음새로 한 바퀴 돌아야 답을 알게 되려나..
오늘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생을 또 생경한 눈빛으로 마주하여..
어찌할 재간도 없으면서 쓸 데 없는 궁리하며 콜록 콜록 몇 자 적어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