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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밭 Feb 17. 2023

도서 인플루언서의 에세이 리뷰

출처 : 채널북스 작가님(에세이 '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을 읽고)

네이버 인플루언서이자 브런치에서도 도서 리뷰어로 활동중이신 '채널북스'님이 제 책 '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을 리뷰해 주신 내용이 너무 좋아 함께 나눕니다.

꼼꼼히 읽어 주시고, 저도 미쳐 발견 못한 부분까지 세심히 리뷰해 주심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하 채널북스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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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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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었던 어떤 책에서 저자는 '마흔이 되면 인생에 지진이 한 번 일어난다'라고 했다. 그래서 '사춘기'말고 '사십춘기'라는 말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확실히 40이라는 나이는 살아가는 데 있어 한 번쯤 점검이 필요한 체크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굳이 의도적으로 체크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뒤를 돌아보게 되는 나이가 마흔이 아닐까 싶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이 책 [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은 바로 그런 시점에 쓰인 책이다.

연료 충전과 점검을 위한 시간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마흔이란 나이는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도 마흔이 넘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본문의 내용 중에 비행기 연료 주입구에 다는 'Remove before Flight' 태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군인이라서 나오는 경험담인데, 마흔이라는 나이를 잘 비유한 것 같다. 다시 날아오르기 전에 연료 충전과 점검이 필요한 시점. 바로 마흔이다.

저자는 40여 년을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지나간 시간을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자신을 '시간 부적응자'라고 표현하고,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죽음'이라는 시점을 생각해 보게 되는 나이가 마흔인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여전히 연약한 자신의 자아를 '마흔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마 많은 40대들이 공감할 단어가 아닐까 싶다.

마흔을 '불혹(不惑)'이라고 부른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미혹되지 않는 나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공자는 마흔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런데 우리의 나이 40은 오히려 흔들리는 나이다. 인생에 지진이 일어난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찾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을 찾는 여행의 수단으로 쓰고 또 썼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마흔 즈음, 돌아보고 둘러보아도 어디로 가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가야 할 곳을 모를 때, 그때가 여행의 시작이라던가.. 그렇게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찾고 싶어졌다. 찾고 싶어서, 나를 찾아보고 싶어서 한자 두자 쓰기 시작했다. 알 때까지 써보기로 했다.

제법 썼는데 사실,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계속 쓴다."

[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 중에서

저자는 이렇게 자신을 찾는 과정을 '읽고 쓰는' 일에서 찾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그 길을 찾으려면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읽기를 계속하면 어느 순간 쌓이고 쌓은 이야기들이 글로 터져 나온다.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저자가 찾아낸 인생의 여러 갈래 길 중에 하나가 이 책 [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새어 나온 글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살아온 이야기가 있다. 산다는 게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삶의 순간순간이 모여 그 사람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의 한순간도 소홀히 살 수가 없다. 이 순간도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늦은 밤 활자로 새겨진 낱말이며 글 한 줄 한 줄 머릿속에 담는다.

오늘 담은 것이 내일의 나에게 무엇을 남기게 될지 그것이 당장 어떤 의미 인지보다 이 찰나의 감흥이 이 행위의 이유일 테다.

사라질 것이 아니면 담지 않는다.

담아도 사라지니 내일은 또 내일의 내가 산다.

그럼에도 우직하게 한 줄 한 줄 담아내는 것은 그것이 오늘의 내가 숨 쉬고 있음의 보증이기 때문이다.

밤은 깊고, 나는 살아 숨 쉬고, 책 내음은 달다."

[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 중에서

책을 읽다 보니,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가족과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인 것 같다. 지난 인생을 뒤돌아보면 추억과 행복이 있고, 신앙심을 가지고 자신의 새해 소원으로 랜덤박스 행운을 기도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있다. 가족을 손 위에 쥔 두부 한 모처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살아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만하면 참 잘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 '두부 한 모'라는 표현은 저자가 무언가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글인데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서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당신의 손 위에 너무도 소중한 두부 한 모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남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손을 꽉 쥐어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두부는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 사라져 버릴 것이다."

[불면 혹하는 나이 마흔] 중에서

저자의 경우에는 '가족'을 보며 소중한 두부 한 모를 생각했다. 아마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이렇게 소중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소중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깨어질까 부서질까 더 신경 쓰고 더 노력하고 더 아껴야 한다. 그러면 내 손 위의 그 두부 한 모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문득 나도 내 인생을 갑자기 뒤돌아 보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지? 하는 생각으로 인생을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매일매일 삶과 죽음의 동전 던지기 같은 우리 인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이다. '죽음'이라는 동전의 뒷면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인생은 Carry on 계속되고, 그 인생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전적으로 내가 해 나갈 일이다. 눈앞의 행복을 주워 담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만인 게 아닐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에세이의 형태이다. 저자가 자신의 생활과 삶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아주 편하고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다. 그래서 그런지 읽기도 편하다. 게다가 저자의 글솜씨가 좋아서인지 문체도 재미있고 유머와 위트가 실려 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많이 읽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진리이다.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좋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