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일상의 아늑함 - 혼자라는 리듬에 대하여

by 감지




주말 평온함이 이렇게 설렐 수 있을까?

토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긴 하루를 채웠다.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속 부스스한 얼굴을 보며 양치를 하고,

눈곱만 대충 털어낸다.


잠이 덜 깬 나른함의 달달한 몽환을

세수로 지워버리는

그런 고의는 하고 싶지 않다.


원목 식탁 위에 커피를 내려 독서등을 켜고

은은한 백열 불빛 아래 책을 읽는다.

거실은 잔잔한 음악을 채운다.


밖은 동이 트기 전이다.

아침 풍경 보다 허기짐이 먼저 나를 찾는다.

간단히 식사를 준비한다.


작은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버튼을 누르자

날카로운 전자음과 함께

둔탁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프라이팬에서는 계란프라이가

'치익'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다.

반숙이 좋다.

하지만 겉은 약간 노릇하게.


새벽부터 책을 읽다 보면

날이 밝아올 무렵엔 나른함이 그 크기를 더해

졸음이 밀려온다.

곶감 하나에 이제는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

달달하다.


책 속 마음이 머무는 곳을 바라본다.

마쓰이에 마사시 作 소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이혼을 했다.

이렇게 혼자 사는 것은 마음이 편했다.

청소도 요리도 아내가 있다는 긴장감이 없으니

게으름 피울 수 있을 때는 자꾸 게으름 피우게 됐다.

(중략)

딱 하나, 청소기를 꼬박꼬박 돌리는 것만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린다.

다시 찾아드는 허기.

이젠 아침식사를 챙길 시간이다.


순백의 냉장고를 열어

옅은 갈색의 통밀빵과

단단한 듯 연약해보이는 달걀과

초록의 아보카도를 꺼낸다.


통밀빵은 팬에 구워 접시에 담는다.

위에 아보카도를 얹고,

반숙을 올려놓으면

소박하지만 단정한 한 끼.



책을 덮기 전

마지막 페이지에 먹먹함이 묻어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내 감정에 상관없이

무심한 여느 봄날.


오늘 계획은

아무 계획없이 집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것.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오늘 같은 오후"를 위해

냉장고에 꼭꼭 챙여 두었던 소고기를 꺼낸다.

백패킹 버너와 1인용 프라이팬을 꺼내 식탁에 차려놓고

고기를 굽는다.

거실 창문은 미리 활짝 열어 두었고,

맥주도 빼 놓을 수 없어 편의점에 다녀온다.

그 덕분에 오늘처음 외부 세계와 마주한다.


혼밥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집구석이라지만,

고기를 굽는 일은 혼자라면 조금 먹먹하다.

티브이를 켜 유튜브를 튼다.


작은 프라이팬에서

고기는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요렇게 뒤집고, 저렇게 뒤집으면

딱 먹기 좋게 익는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에

핑크 소금에 찍거나,

겨자를 얹는다.


젓가락을 들어 노릇하게 익은 고기를 바라보며

입에 넣으면 육즙이 사르르 번지며 야무지게 씹힌다.

식감이 흡족하다.

이럴 땐 투명 잔에 한껏 채워놓은

시원한 맥아 빛 맥주를 크게 세 모금.

꿀꺽, 꿀꺽, 꿀꺽 목젖이 함께 울렁인다.


그런데,

문득 스치는 허허함.


'친구라도 부를걸 그랬나.'

아니다, 그랬다면 판이 커졌을 것이다.

이 정도가 딱 좋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시간 뒤

집 앞 공원에서 눈부신 봄 햇살을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이내 식탁을 정돈한다.



아직 가시지 않은 봄날의 따스함과 맥주 두 캔의 취기가

나를 침대로 이끈다.

이불을 다리 사이에 감아 안는다.

포근하다.

얼마나 잠이 들었던 것일까.

깨어보니 어둠이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싶다.


붉은빛 홍초를 꺼내 컵에 조금 담고,

시원하고 투명한 생수로 잔을 채운다.


붉고 투명한 홍초물의 목 넘김은 상큼하고,

속은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노트북을 꺼내

하루의 일상을 천천히 써 내려간다.


오늘 나의 하루,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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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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