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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림 Apr 22. 2023

미술사 왜 배워야 하나요

죽순을 위하여

선생님 미술사 왜 배워야 하는데요? 그거 꼭 해야 해요?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맞아요. 저도 궁금했어요. 진짜로요. 역사하면 인명, 지명, 년도, 사건의 전후 결과...... 거미줄같이 연개 되어있으니 어렵고, 외울 것이 많다 생각되기 쉽죠. 저만 그런가요?:) 그런데다 ‘미술’의 역사라니 대입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요. 굳이 배워야 할까 싶어요. 안 그래도 해야 할 게 많은데......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백하건대 머리론 알았지만(샘이지만)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제가 먼저 그 필요성을 모르면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아주 쪼금 느껴가는 중이에요.


며칠 전 한 수강생이 물어봤어요. ‘샘, 미술사 왜 배워야 하는데요? 저는 이 그림 별론데~ 안 배워도 되잖아요!’ 솔직하죠? 질문을 받고 순간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답변해야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거든요. 그리고 말해줬어요.


“미술사는 러브레터야, 편지야 편지. 옛날에는 지금처럼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 편지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었지. 그럼 사람들이 글자 대신 뭘 사용해서 소식을 전달했을까? “


”음, 그림이요 그림! “


“맞아. 그림으로 소식을 주고받았어.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을 편지같이 사용해서 주고받았어. 우리가 글자를 사용한 건 얼마 안돼. 00 이가 종이에 엄마랑 하트 그렸어. 00 이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거야? “


”엄마 사랑해요! “


“ㅎㅎ 맞아.  옛날 사람들도 00 이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글이 아닌 그림으로 그렸어. ’ 자연이 참 아름다워, 전쟁이 났으니 조심해, 나 요즘 사랑에 빠졌어 ‘같은 소식들을 그림으로 담았어.


그래서 옛날 그림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면(미술사를 알게 되면) 똑똑해진다! 일단 시험을 잘 보게 되고(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쌓여), 친구랑 사이가 좋아지고(나 자신과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어), 발표를 잘하게 되고(내 생각을 어떻게 이미지와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그림도 잘 그리게(그림의 언어를 읽은 눈이 생겨) 된다니까. ( 제발 하나라도 걸려라......)“


“오! “


“ㅋㅋㅋㅋ. (휴......)“




 한 초등학생 친구와 수업 중 대화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가끔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까 곤혹스러운 질문을 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왜?라는 질문이 있다는 건 제 수업이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에게 자극이 되기에 오는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때마다 연령별에 맞춰 미술사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사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지금 당장은 안 보여요. 하지만 곧 있을 아이들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고 물을 붓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 죽순‘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죽순에 물을 준다고 하루 이틀 혹은 몇 달 사이에 싹이 나지 않습니다. 보기에 변화가 없으니 뿌리부터 죽었는가, 내가 한 행동이 헛된 일이었는지 낙심하기 쉽습니다.


죽순


그렇게 한 해 두 해 넘기고 5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뿌리를 깊이 내려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던 죽순이 몰아쳐 자라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수십 센티 - 일 미터씩 자라 며칠 사이 고개를 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랍니다.


제가 그 필요성을 몰랐을 땐 미술사 교육 굳이 해야 하나 생각했었습니다. 어려워하고 머리 아파하는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어릴 적 제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미술사란 물을 붓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죽순처럼 언젠가 빛을 발할 날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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