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산수유 여행
오래전부터 친구들과 구례 하동을 놀러 가자고 얘기만 하다가 봄을 맞이하여 호기롭게 기차표를 예매했다.
산수유가 피는 봄!
첫째 날
새벽같이 서울역에 모여 맥모닝을 사서 7시 기차를 탄다. 봄이다.
친구가 코스를 다 짜와서 그냥 그대로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차부터 빌려서 부부식당으로 갔다. 10시 조금 넘어 도착했으나 이미 식당은 만석, 대기를 걸고 함께 동네 산책. 성당도 구경하고 뒷산에도 오른다. 3인 사진을 찍기 시작
내려와서 밥을 먹었다. 남도의 맛이란... 모든 반찬이 다 맛있다. 파무침, 노각, 어묵조림, 수제비는 말할 것도 없고, 다슬기 무침은 쫄면이 생각나는 쫄쫄한 맛이었다. 다슬기 쫄면이 있다면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다방커피를 뽑아 나온다.
배 두드리며 나와서 목월빵집으로 갔다. 이곳도 대기 지옥이었으나 무사히 들어가서 각종 빵을 사 왔고, 걸어가면서 시나몬롤 뜯어먹는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나몬과 버터의 향.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빵.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친구의 일정표 덕에 바로 무우루라는 찻집에 갔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는데 우와~~ 매화가 피고 고양이가 땅에 누워서 햇볕을 쬐고, 저 높이 앞치마가 널려있는 풍경이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아직 바람이 조금 차갑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들어가니 따뜻하고 조용한 봄이었다. 계속 어디선가 나오는 고양이들. 사람들과 너무 잘 지내는 아이들이었고, 어떤 아저씨께서 내 친구들과 달리 고양이와 너무 잘 놀아주셔서 "단골이신가 봐~" 했더니 사장님이 "저희 아버지세요" 하신다. 하하하.
사성암에 가려고 주차장에 갔는데 주차 공간이 없어서 한참 멀리 대고 걸어갔다. 걸으면서 풍경을 본다. 곳곳이 봄이다. 봄 햇살에 피어나는 꽃망울들이 너무도 기특하다.
사성암행 마을버스를 오래 기다렸다가 탔는데, 마을버스를 어트렉션처럼 운전해 주시는 기사님 덕분에 마을버스 안은 하하 호호 웃음꽃이 만발한다. 암벽에 기대어 세워진 절과 산 아래로 보이는 섬진강의 풍경이 내 곁에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소원바위도 만져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겨있는 걸까. 소원을 비는 것은 그 자체로 소원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바닥돌을 까는 것 같다 생각한다.
하산하여 도착한 소품샵 바꿈살이
주로 태국에서 가져오신 것 같은 물건들인데 주인분의 심미안이 상당히 고차원적이어서 인상 깊다. 김밥도 말 수 있을 것 같은 식탁 매트를 4개 사서 나온다.
그리고 드디어 숙소로 간다. 이곳도 그저 친구가 예약한 대로 따라간다. 넓고 마당에 장작도 피워놓을 수 있어서 밤에 불멍을 하기로 했다. 누워있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으나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바로 화엄사로 향했다. 늦은 오후임에도 사람이 많았고, 천황문과 두 개의 석탑을 지나 대웅전을 본다. 홍매화가 핀 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절, 홍매화, 산, 노을. 내려오면서 극락버거를 사고 치킨을 주문한다. 부처님 계신 곳에서 치킨을 주문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죄스러워 나오는 길에 주문했다. 그래서 늦게 도착함.
편의점에서 맥주와 막걸리, 쥐포와 라면을 야무지게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사 온 음식들을 먹고 불을 때러 나갔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고 우리 앞에는 불이, 그리고 쥐포와 막걸리가 있었다. 불이 꺼지지 않게 조심하며 장작을 얹는다. 밤이 새까맣고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다.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안고프다. 찬구들은 아침으로 어제 사놓은 빵을 먹고, 한 친구가 일을 해야 해서 일하는 사이에 나는 동네 산책을 나갔다. 동네에 멋진 한옥들이 많아서 산책할만했으나 커피 맛집이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숙소에 아무 구례 드립커피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ㅠ
체크아웃을 하고 산수유 마을로 간다. 한국 산수유의 70%가 구례에 있다고 하더니 정말 굽이굽이 노란 물결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우리도 노란 한복, 아니 노란 스카프라도 메고 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데크 길을 걷고 돌담길을 걸었다. 계곡이 흐르는 산수유마을. 아름다운 곳.
구례 오일장에는 싱싱한 과일과 제철 음식들, 그리고 뻥튀기가 있어서 너무나 사고 싶었으나 마음만 간직한 채, 점심으로 생선구이를 먹고 뻥튀기를 사서 차를 마시러 갔다. 내가 마신 건 코히 호지차였는데 그냥 호지차를 먹을 걸 하고 생각했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은 곳.
서울로 올라오기 전 마지막 코스로 대나무 숲길에 갔다. 입구에 섬진강의 뜻을 설명한 만화가 있기에 보았다. 섬진강은 두꺼비가 우는 나루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왜구들이 약탈을 너무 많이 해서 두꺼비 소리로 왜구들을 쫒았다고 한다. 또 고운 모래 때문에 사금 채취로 식민 시대에 수탈당하고 유실된 강변을 메꾸기 위해 김수곤 님이 대나무를 심었고, 그게 지금의 대나무 숲길이라고 한다. 우리 근대사의 슬픈 역사를 껴안고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옆에 지나가는 해병대 아저씨의 전우의 시체를 들으며, 뻥튀기를 먹으며 대나무 숲길을 걸었다.
멀리 강, 그리고 대나무 사이 우리.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