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리를 찾아
아침부터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와 뮤지엄 산으로 향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 있는데 아차차… 번호표가 있었네.
뒤늦게 번호표 17번을 뽑아 들고 30분 정도 기다려서 표를 끊는데 미취학 어린이는 오후 4시 45분 타임에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므로 할머니와 엄마가 번갈아 어린이와 놀아주기로 하고 들어간다.
기다리면서 단체 관광객들 사이에서 기가 다 빨려버려 너무 피곤했으나, 입장을 하고 공원으로 나가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이 나왔다. 문 밖을 나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파란 하늘과 우고 론디노네의 수도승
패랭이 꽃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뮤지엄의 입구, archway와 뮤지엄 건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파란 하늘 밑의 건물, 물,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
눈꽃 빙수가 먹고 싶은 6세 어린이를 위해 재빠르게 빙수를 오더하고 나는 곰리관으로 떠났다. 총총총
시간 때문에 헐레벌떡 달려간 <ground>는 너무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하늘의 구멍으로 시시각각 빛이 이동하고, 뚫린 입구 너머로 푸르른 산이 나를 맞이했다.
여러 자세로 앉거나 눕거나 서있는 황동색의 조각들을 보며 자연 속에서 지금, 여기 살아있는 나의 존재를 다시금 느낀다. 조각 작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나와 공유하고 있다.
자연이라는 공간 안에 놓인 나를 느낀다.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다시 잠깐의 어둠을 지나 밖으로 나와서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아치웨이를 지나 다시 카페로 돌아갔다. 다음 타임은 할머니께서 관람하셔야 하기 때문에 빠른 바통 터치가 필요하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딸과 둘이 앉아서 종이접기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어떤 것을 해도 한 폭의 그림 같았던 날씨. 날씨가 다 한 오늘.
할머니가 관람을 마칠 시간에 맞춰서 입구 쪽으로 나가다가 아무래도 전시를 덜 본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물어보니, 본관에 전시가 더 있다고 한다. 이젠 다리가 아프고 배도 너무 고팠으나, 다시 돌아가서 전시를 마저 보기로 했다.
선으로 된 사람의 형체, 공간을 가득 메운 둥근 형태의 철제 작품 사이를 걸었다. 돌아와서 전시를 마저 보기를 참 잘했다.
그리고 정말, 날이, 다했다.
근처 생선구이 맛집을 찾아서 생선구이를 와구와구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날씨 요정이었나 생각했던 짧은 2박 3일의 휴가
아쉬움을 담아 서울에서 열리는 곰리 전시도 가봐야겠다 생각하며 오랜만에 만난 큰 어린이(첫째)를 꼭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