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곡한 원주_뮤지엄 산 1

우리는 나란히 누워

by GIL

언제 가도 좋은 뮤지엄 산에 가기 위한 2박 3일의 긴 여정


8월 말, 바빴던 나만 빼고 온 가족이 정선 여행을 다녀온 게 너무 부러워서 나도 뒤늦은 여름휴가로 여행 계획을 긴급하게 짜보았다. 뮤지엄 산에서 열리는 안토니 곰리의 전시가 너무나 보고 싶었는데, 마침 가을이지 않나? 가을 하면 역시 강원도니까! (??)


일요일 오전, 엄마를 픽업해서 딸과 함께 3대가 함께 여행을 떠났다.


*Day 1_출렁다리

출렁다리에 갔다. 배가 고파서 간현 유원지의 금강산 식당에서 감자전과 산채비빔밥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날이 좋아서인지 북적북적 사람이 많기도 했다. 케이블카 티켓을 끊어서 할머니, 엄마(나), 딸, 셋이 나란히 케이블카에 탔다.

다리 밑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산이 아름답기만 하다. 산은 언제나 옳다.


내려서 데크길을 따라 걸었다. 조금 걸으면 엄마는 숨이 차시기 때문에 에너지 최대치 딸이 앞장서고, 나는 중간에, 그리고 할머니는 저 밑에서 따라오신다.

어느새 선선해진 가을바람이 코 끝을 스치는 오후, 숲, 너무 좋았다.


조금 올라가려는데 딸이 목마르다며 물을 찾기 시작하고... 어르고 달래서 조금 걸어보았으나 F1 지점에서는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목마르다고 왕짜증 내기 시작한 6세… 그리고 쉬야가 마렵다고 추가 난리법석까지 겹쳐져서 대혼돈의 하산길이었다.

다행히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화장실 찍고 자판기 생수를 입에 물리고 나니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것 참 기분 맞추기 어렵네. 다음엔 꼭 울렁 다리까지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했다.

꽤 고층인 12층이어서 바로 앞의 골프장의 분수도 보이고 저 멀리 숲이 보였다.

나는 또 그게 마냥 좋기만 하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산


짐을 풀고 티니핑을 하나 본 후에 휴게시설이 모여있는 빌리지도 갔다.

가서 킥보드도 타고, 비눗방울도 불고, 솜사탕까지 사 먹였더니 6세 어린이는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뛰어다닌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풍경 속에 뛰노는 어린이를 보는 것만큼 흐뭇한 일이 있을까.


치킨을 한 마리 사다가 숙소에 와서 먹는다. 한 마리가 많네 어쩌네 하다가도 다 먹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맥주는 간신히 참아보았다.


깊어가는 밤, 별, 풀벌레, 나란히 누운 할머니와 딸과 엄마



*Day2_봉평으로


엄마가 봉평 메밀꽃축제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축제는 이미 끝났지만 봉평에 가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 와중에도 매출 보고를 할 수밖에 없는 월요일 오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졸음쉼터에 잠시 멈춰서 매출 보고 하고 출발하려는데 추가질문 백만 개 하시는 상사 덕분에 태블릿 pc 열어 자료 찾아서 보내드리고 팀장님에게 더 이상 답변 못한다(니가 해라)고 톡 보내고 다시 떠나는 길.

아침부터 회사 일 하니까 참으로 기분이 거지 같았지만, 티니핑 노래 들으며 금세 극복! 해보려고 노력했다.

지나가는 길에 수많은 고개고개 산들이 나를 반겨주었고, 생각보다 먼 봉평 가는 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운전을 하였다.


드디어 봉평에 도착해 겨우겨우 주차하고 내렸다.


내리자마자 다 까먹고 다시 좋아지는 기분(망각의 동물이여)

소금을 흩뿌려놓은 허리춤의 산자락에 취해 기분 좋게 간식을 먹으며 걷는다.

조금 지기는 했지만 어떤 곳은 여전히 꽃이 만개해 있어서 우리는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며 꽃길을 걸었다.


메밀국수와 감자옹심이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다시 숙소를 향해 운전을 시작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긴장한 채, 점심으로 먹은 메밀이 소화되며 조금씩 졸려지는 나를 스스로 꾸짖으며 숙소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너무 졸려서 말차라떼를 사다가 드링킹 했다.

덜 달게로 주문했더니 참 맛이 없고 씁쓸하기만 했던 말차라떼였다.


다시 빌리지에서 비눗방울놀이를 하고, 놀이터에서도 조금 놀았다.

그리고 잔디밭에 의자를 펴고 6세 어린이가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린이가 도토리를 찾아서 줄을 세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머리 위에 참나무가 있었다. 다시 땅을 보니 도토리가 수도 없이 떨어져 있었고, 우리는 그 도토리를 주워다가 10개씩 열 꾸러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엄마와 할머니 나이를 지나 총 103개의 도토리를 줄 세운 후에 다람쥐들이 이곳에서 파티를 열기를 바라며 우리는 과자파티를 열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과자를 잔뜩 사다가 숙소로 돌아와 어린이가 티니핑을 보는 사이, 엄마는 다시 산책을 하러 빌리지로 돌아왔다.

조각이 있는 정원을 지나 뒷 산으로 간다.

하늘이 너무나 푸르러서 산과 하늘의 경계가 선명했다.


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흔들리고 미세하게 흔들리는 멀리 보이는 산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다 같이 컵라면을 먹고 티니핑 색칠공부를 한 후에 취침.

티니핑이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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