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작년 여름 즈음 있었던 일이다. 내가 가꾸는 꽃밭 라인을 따라 잡초들이 줄지어 피어 있었다. 토끼풀, 강아지풀, 질경이와 이름 모를 풀들이 한 대 섞여 있었다. 그게 너무 예뻐 보여서 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아직 꽃밭이 풍성하지 않아 그 잡초들이 이제 곧 다가올 장마의 피해도 어느 정도는 방어해 줄 터였다. 잡초들도 예쁘게 났다며 같이 꽃밭을 가꾸는 H와 이야기를 나눈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민둥산이 되어버린 그곳을 발견했다. 나와 H는 너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 마주 보았다. H는 “사람들이 생각이 다 달라~.“라고 말하며 허망하게 웃고 있는 나를 위해 옆쪽의 잡초를 삽으로 퍼서 그대로 흙이 헤집어진 곳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그전처럼 예쁜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빈자리는 금세 채워졌다. 그게 뭐라고.
그리고 며칠 후 또다시 휑하게 변해버린 그곳을 발견하고 H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가끔 잡초를 뽑아주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손길이 아닐까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나중에 그 분이 잡초를 뽑는 현장을 목격하고 ”잡초도 예뻐서 그냥 놔둔 거에요~.“ 하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 후 그곳은 나의 의지로 잡초를 채워 넣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예쁘게 회복이 되었다. 때로는 선심(善心)이 상대에게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나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잡초를 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잡초를 뽑는 행위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꽃밭을 가꾸다 보면 적절한 장소에 터를 잡아 자라는 잡초는 내가 가꾸는 꽃을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거든다. 미물(微物)도 시선을 바꾸어 보면 때론 소중한 존재로 거듭난다. 잡초들 사이로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자연 발아된 꽃들은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의 양분을 빼앗아 가는 잡초는 꾸준히 뽑아주어야 하는데 꽃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으면 단순노동의 무아지경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불편한 심기가 사그라들고 어수선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잡초는 사람들에게 흔히 생명력이 강하고 쓸모없는 풀이라고 여겨진다. 온갖 풍파를 겪는 인생에 빗대어 ‘잡초 같은 인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잡종, 잡념처럼 보통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잡초(雜草). ‘雜’ 자를 찾아보니 ‘섞이다’라는 뜻과 함께 ‘어수선하다’라는 뜻도 있다.
나는 꽃밭에서 잡초를 뽑으며
마음의 어수선함을
뽑아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나의 마음을 가다듬어 주는 잡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