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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태 Nov 23. 2019

험난한 포틀랜드 힙스터가 되기 위한 여정

힘들어도 할까 말까 할 땐 꼭 하자

여행은 사서 하는 고생이라던데 너무 춥잖아


이렇게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 중에 하나 고른다. 명심하자, 장갑을 꼭 끼고 타자. 


 할까 말까 할 땐 하는 편이 좋다. 최소한 후회가 남지는 않으니까.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빌릴지 말지 고민했다. 하루 종일 버스 패스를 써도 무난히 다닐 수 있는 동네지만. 그래도 포틀랜드에 왔잖아. 포틀랜드에 왔으니까 자전거를 꼭 타보고 싶다. 한국에서도 안 타본 따릉이인데, 앱도 깔고 카드도 설치해서 자전거를 탔다. 서울에서 열심히 따릉이를 끌고 다니던 외국인들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근처 주차되어 있는 랙에서 자전거를 타려고 버튼을 눌렀지만, 입력이 잘 안되고... 결국 세 대를 시도하다가 늦게 출발했다. 어쨌든 자전거를 타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추위. 알고 보니 나 빼고 다 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었다. 


고생은 몸과 마음으로 남는다 


나이키 로고가 들어간 주황색 자전거가 참 이쁘다


너무 춥다 그래서 이미 몸에 남았다. 이제는 마음으로 남을 게 필요한데. 망설였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빌린 것. 그것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자동차도 천천히 달리고 여유가 있는 동네에 속하는 편이라서 크게 운전이 어렵지가 않았다. 뭔가 뿌듯 뿌듯한 마음이 좋다. 쫄보지만 쫄지 않았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 태국에서의 스쿠터가 그랬다면(두 번째 갔을 때는 면허까지 따 갈 정도로 열심히 달렸다), 포틀랜드에서의 바이크타운 경험은 꽤나 괜찮다. 하지만 오늘은 꼭 장갑을 살 것이다. 장갑을 끼기 전 까지는 절대 달리지 않을 듯. 


한국에서 하던 제일 좋아하는 리추얼을 매일 하기


@Stumptown Coffee Roasters


서울에서 보낸 일상 중 가장 좋아하는 일상은 토요일 아침에 수영을 끝내고 돌아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일이었다. 그런 일상의 일을 매일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찜해둔 카페에서 라테와 베이커리를 시킨다. 그리고 천천히 마신다. 인스타그램에도 올리고 이것저것 뒤적뒤적거리다가 노트를 꺼내서 쓴다.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여행 때 느끼는 감정은 평소와는 많이 다르다. 그 감정들이 너무 소중하다. 모든 감정과 경험은 영감이 되어 남는다. 여행 때의 증발 속도는 너무 빨라서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다. 


매일매일 주말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이제 글을 다 써도 겨우 오전 9시 밖에 안됬다. 얼리버드의 천국.


여행 때 어디를 가는 것보다 그저 가만히 멍 때리는 게 너무나 좋다. 여행까지 와서 굳이 글을 쓰냐고 물어본다면, 이 만큼 큰 행복도 없다고 해서 글을 쓴다고 답하리.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것을 여행 와서 매일 한다면, 행복은 매일매일 가득할 것이다. 일상에서나 여행에서나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 어쨌든 하루에 행복 한 가지는 안고 시작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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