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의 최후

by 감자발

바쁘지 않은 시즌, 한가한 업무, 누구나 바라는 칼퇴근.

집으로 간다.

기쁨도 잠시. 지옥철 퇴근길이 나를 기다린다.

비집고 끼여서 퇴근을 하다 보면 계절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열기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가까스로 버티면 기어코 환승역에 다다른다.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오고 서로 본인이 타야 하는 열차의 승강장 번호를 보며 흩어진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을 이리저리 피해 도착한 승강장에서 마침 오는 열차를 타려 대기하고 있다.

3-4. 발아래는 승강장 번호가 쓰여있고 3번째 칸에 4번째 문이 열리면 난 재빠르게 열차 안을 스캔한다.

마침 서 있을 틈이 보이고 재빠르게 그 공간으로 이동한다.

가방 속에 넣어 두었던 휴대폰을 끄집어 내면서 옆에 있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그 여성은 매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보더니 빠르게 위, 아래를 스캔한다.

그러고는 기분 나쁜 듯 나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뭐지? 내가 뭔 잘못을 했나? 발을 밟았나? 기분 나쁜 터치가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이 없었는데...’


남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뭔가가 맘에 안 들었겠지 생각을 하다가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젊은 여성의 입장에서 머리 희끗한 중년의 아저씨가 옆으로 다가오는 게 싫었겠지...

아 자발이가 어쩌다 이런 취급을 당하는가? 찜찜한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지대로 마상을 입고 추억에 잠긴다.


-대학 강의실

잠깐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교재 밑에 쪽지가 있다.

펼쳐 보니 같은 과 여학생이 저녁때 시간이 되면 같이 술 한잔하자는 내용의 글이 쓰여있다.

아직 이성에 관심도 없을때고 때마침 선약도 있어서 단칼에 거절한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한테 호감이 있었다고...


-실습실 입구

지겨운 실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실습실 앞에 어디선가 본 듯한 여학생이 서있다.

어제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노래방엘 갔는데 그 친구 중에 한 명이 교양수업 같이 듣는 여학생들이라며

소개를 시켜준 여학생 중에 한 명이었다.

나는 영문을 모르고


"어 안녕~"

"안녕~"

"여긴 어쩐 일이야~? 다른과잖아"

"어 누굴 좀 기다리느라고..."

"누구? 내가 불러줄까?"

"어? 너... 태곤이한테 물어보니 여기 있을 거라고 해서~"

"날? 왜?"

"......"

"미안하지만 내가 볼 일이 있어서..."

"응 그래~ 뭐.. 내가 맘대로 기다린거지..."

"그래 담에 보자~"


태곤이가 나중에 그냥 돌려보냈다고 쌍욕을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학원

강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열심히 따라 하고 있는데 강사가 자꾸 묻는다.


"다 되신 거 맞죠~ 잘 안되신 분 어디 손을 들어 보세요~"


내 옆에 있던 짙은 화장의 그녀가 손을 든다.

강사가 그녀를 보더니 옆에 있던 나를 번갈아 본다.


"옆에 있는 학생이 잘 하니깐 좀 가르쳐 주면서 하지 그래~"

"네? 아.. 예~"


옆을 쳐다보니 짙은 화장의 그녀가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수업 들으랴 많이 느린 그녀 작업도 봐주랴 정신없이 수업 시간이 끝이 났다.

짙은 화장의 그녀가 말했다.


"오늘 도움 많이 주셨는데... 같이 밥이라도 드실래요?"

“괜찮습니다.”

“그럼 간단히 차라도 한잔하시겠어요~ 제가 너무 죄송해서요~”

"아니에요. 주제넘지만 그냥 얼른 집에 가셔서 오늘 배우신 거 연습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예...”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은 몹시 처량해 보였지만 어쩌랴 눈치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을...


-첫 직장 (지금의 아내와 생애 첫 연애 중)

유독 여성이 많은 첫 직장은 나를 맘에 들어 하는 여성 사원들이 많았다.

선배들도 소개해 주려고 혈안이었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고 계속 말을 했지만 그 후에도 계속 추파를 던졌다.

난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여자친구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내 PC 앞에 세워 두었다.

지나가다가 여자친구의 사진을 본 동료들은 더 이상은 여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

집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울컥한다.

나이 먹고 배 나오고 뚜껑 날아가니 젊은 여성들이 나를 무슨 변태 취급을 하고 있다.

너희들은 계속 20대, 30대인 줄 알아? 정말 웃기지도 않네~

집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니 시원하게 한 마디 해준다~


“별 미XX이 다 있네~ 참내~ 신경 꺼요!!”


KakaoTalk_20251126_22574980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