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쳐!

by 감자발


“거 마늘 좀 주셔~”


“여보 너무 싱겁네. 소금 좀 주셔~”


“김치가 이게 뭐야~ 너무 익어서 못 먹겠네 새 김치 좀 주셔~”




장인어른의 너무 까다로운 입맛에 장모님의 저녁 시간은 그리 평온 하지가 않았다.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장인어른의 주문을 맞추다 보니 인내심은 어느덧 한계치에 다다르고.


어찌 되었던 입맛에 맞춰 간을 한 반찬과 함께 밥 한 공기를 비운 장인어른은 웬일이신지


직접 일어나셔서 소주와 유리 컵을 가져오신다.


유리컵에 한잔 가득 소주를 부으시고는




“여보 어제 요리한 닭발이나 함 꺼내보셔~ 술안주 하게...”




장모님이 다시 일어나셔서 냉장고를 뒤적이시더니,


용기 하나를 꺼내 던지듯 식탁 위에 놓으신다.


용기는 강화유리를 스치다가 장인어른 앞에 멈췄다.


한 번 더 ‘이거 주셔’ 했다가는 식탁 위에 강화 유리가 박살이 날 판. 일촉즉발의 상황!


그렇지만 역시 아랑곳하지 않는 우리 장인어른..




“뭐여 이게 닭발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장모님 다다다다다하셨다.




“그냥 좀 먹어. 아주 그냥 어지간히 귀찮게 해야지. 아주 종 부리듯 부려먹고!! 그냥 주는 대로 쳐드셔요~”




이에 질세라.




“이게 닭발이야?”


“그럼 그게 족발이냐? 참내 진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네~ 으이구~”


“그니까 이게 닭발이냐고~”




모두들 장인어른 앞에 놓은 용기로 눈을 향했다.


한동안의 정적 ~ 모두들 한바탕 배를 잡고 웃었다. 와하하하


그건 같은 용기에 같은 색깔에 닭발이 아닌 닭똥집!! 닭 근위 볶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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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이나 내놓고 소릴 치셔!!!!”




닭발이던 족발이던 직접 가져다 먹으라는 장모님.


직접 가져다 먹으려 해도 냉장고를 열면


검은 봉지에 정체 모를 음식들이 가득하고 잘못 열면 내용물이 다 쏟아져 나오는 그런 냉장고.


거기서 반찬을 찾기 싫은 장인어른.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건 딱 질색인 장인어른.


정리가 시급한 냉장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식탁 예절~


냉장고 하나, 김치냉장고 둘, 냉동고 하나, 장모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음식들의 위치.


덕분에 한바탕 웃었지만 꽁꽁 싸맨 냉장고 속의 정체불명의 검은 봉지들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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