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계셨다.
여러 가지 일을 하시지만 그분의 주요 임무는 청소였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어르신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나는 오며 가며 인사를 했다.
인사를 계속하니 어르신도 먼저 안부를 묻기 시작하셨다.
서로 통성명까지 하게 되었고 친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현장에서 조회를 하고 각자의 부서로 흩어지기 전
갑자기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자발아~ 어이~
어르신이 나를 향해 오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를 향해 오시는 어르신의 길을 터주느라 동료들은 홍해가 갈라지 듯 두 갈래로 벌어졌다.
나도 따라서 가까이 다가가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막대사탕을 꺼내서 주시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어 그래~ 니 묵으라~
얼떨결에 대답을 했고 할아버지는 본인 할 일 하러 가셨다.
동료들은 이 광경에 적잖이 놀랐고 저 할아버지랑 무슨 관계냐고 계속 물었다.
난 그냥 서로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라고 답할 뿐 긴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어르신은 나를 유독 챙기셨다. 사탕이며 과자며 한두 개씩 챙겨 주셨다.
-아이~ 그만하세요~ 제가 챙겨드려도 모자랄 판에 매번 죄송하게...
회사에서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집에서는 아드님이 바빠 만나기도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도 다행히 아드님과 같이 사시는 모양이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퇴근하는데 뒤에서 어르신이 부르셨다.
-자발아 이거 타고 가~
아드님이 승용차를 갖고 마중을 왔는데 같이 타고 가라는 말씀이셨다.
-방향도 다른데 그냥 들어가세요~ 버스 타고 가면 됩니다.
-어허~ 타고 가라니까~
기어코 차에 올라 어르신의 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20분 이상 가서 나를 내려 주었다.
아드님으로 보이는 분이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버지 잘 챙겨 주신다고... 늘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고급스러운 수첩, 볼펜을 건넸다.
-아~ 제가 뭐 한 것도 없는데요. 뭘 이런 것까지... 아무튼 주시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저 말동무나 해 드렸는데...’
어르신이 나를 보통 맘에 들어 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나는 행복한 상상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저런 분들이 회사 명예 회장이라서 초고속 승진을 시켜주시거나
어마어마한 포상을 해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물론 현실에서 그럴 일은 없었다. 하하하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이 찾아오셔서
-자발아 나 그만둔다. 잘 지내라~
-예? 왜 갑자기요?
-뭐 내가 별 수가 있나~ 관두라면 관두는 거지...
‘왜요? 명예회장님!! 저 진급 시켜주시고 가셔야죠’
마음속 상상은 하늘로 훨훨 날아갔다.
쓸쓸한 인사를 하고 가시는 어르신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회사를 늘 청소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갑자기 안 계시니 허전했다.
-자발씨 어르신 그만두셔서 심심하겠네~ 엄청 친했잖아?
-아 네.
그렇게 그만두신 몇 달 뒤에 전화가 왔다.
어르신이었다.
한번 얼굴 보고 밥 한 끼 먹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알겠다고 다시 연락드린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회사가 너무 바쁜 시즌이라 연락을 드리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몇 달이 흐르고 몇 년이 흘렀다.
갑자기 궁금해진 나는 수소문을 해 어르신의 안부를 물어봤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이미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했다.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키지도 못했는데...
만감이 교차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자발아~ 여기 막대 사탕 먹어라~
지금도 웃으며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오히려 제가 너무 감사했습니다. 어르신!!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