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몰려다니는 같은 과 동기 중에 재현이와 나는 제일 돈이 없었다.
친구들과 몰려가 술을 진탕 마시고 N분의 1로 술값을 계산할 때가 되면 우리는
아무 쓸모도 없는... 전철을 탈 때 쓰이는 종이로 된 정액권을 탁자에 던지곤 하였다.
-야~ 가진 건 이게 다야~
-이 자식들 또 정액권이야~ 대단들 하다 정말!! 캬~
동기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우리를 ‘빈대’, ‘거지’, ‘진드기’라며 놀렸지만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집도 같은 방향이었다.
같은 역에서 내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는 10분, 재현이는 15분을 걸어야 했다.
그날도 하굣길에 우리는 같은 전철을 탔다.
전철이 움직였고 나는 재현이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이런저런 학교 이야기를 했다.
한참을 깔깔거리던 녀석이 말했다.
-야 임마~ 어차피 큰 소리로 떠들 거면 귀에다 이야기하지 말고 그냥 말해!!
사람들 다 쳐다보는 거 안 보여? 귀가 다 따갑구먼~
-그런가~ 하하 미안.
그 시절 내 목소리가 다시 생각 해보아도 작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옆에서 신문을 한참 뒤적거리며 보시던 아저씨가 다시 접어서 선반 위에 올리셨다.
-저... 아저씨~ 다 보신 건가요?
아저씨가 끄덕이시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반 위로 손을 가져갔다.
귀한 스포츠 신문이었다.
연재만화와 각종 연예 기사로 신문이 가득했다.
정확히 신문을 반으로 나눠서 같이 보며 그 시절 기사에 몰두했다.
웃고 떠들며 온갖 민폐를 부리다가 어느덧 내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던 재현이가 말했다.
-핫도그 콜?
-나 돈 없는데~
-언제는 니가 샀냐?
-그래 원한다면 먹어 주마!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핫도그 집에서 핫도그를 사준다는 말이었다.
그 방향은 우리 집 방향이 아니고 재현이 집 방향이었다.
결국 핫도그를 얻어먹기 위해서는 재현이 집 방향으로 5분을 가야 했고
재현이는 그 짧은 5분이라도 같이 걷고 싶어서 핫도그를 사준다고 한 것이었다.
돈이 없어서 매일 술값조차 각자 계산을 못 하던 녀석이 얼마나 같이 걷고 싶었으면
이런 제안을 했을까 생각했지만 아무려면 어떠한가! 맛있게 먹으면 장땡이다!
-안녕하십니까? 2개만 주세요 설탕 듬뿍 묻혀서~
인사를 하고 주문을 했다.
아주머니가 핫도그 2개를 설탕 용기에 넣고 돌리셨다.
하얗게 설탕으로 코팅된 튀김 옷 위에다가 시뻘건 케첩으로 지그재그 낙서를 하시고
우리에게 주시면 재현이는 천 원짜리 지폐를 아주머니께 건넸다.
입에 넣고 깨물자 단맛, 시큼한 맛, 튀긴 맛이 내 혀를 자극했다.
500원의 행복이었다.
입속에 가득 들어간 큰 덩어리를 우물거리며 재현을 보며 말했다.
-오케이 잘 먹을게~ 갈게 내일 보자~
-응! 그래 내일 보자!
핫도그의 대가는 거기까지였다.
나는 쩝쩝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가끔 같이 하교를 하는 날이면 재현이는 핫도그를 사주었다.
나는 핫도그가 먹고 싶었고 재현이는 5분이라도 더 걷고 싶었다.
나중에 술자리에서 동기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한마디씩 했다.
-이야~ 재현이한테 얻어먹다니...
-정말 대단하다~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빼먹는구나!!
-으하하 재현이가 자발이를 많이 좋아하네~
-거지들끼리 멜로 찍냐?
한참을 듣고 있던 재현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말이야 자발이는....
촉촉해 !! 이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