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동네 오르막길 끝자락과 골목이 이어지는 전봇대가 서 있는 그 자리에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면 편을 나누어 눈싸움을 할 준비를 한다.
골목 비탈길 작은집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경사진 언덕으로 슬금슬금 올라오는 상대편을 한쪽 눈으로 응시한다.
눈덩이에 맞지 않으려는 듯 아이들은 몸을 최대한 천천히 웅크리며 다가온다.
주변에 쌓인 눈을 모아 동그랗고 단단하게 눈덩이를 몇 개 만들어 둔다.
어느 정도 사정거리가 되자 만들어 놓은 눈덩이를 힘껏 던졌다.
날아간 눈덩이는 녀석의 머리 옆에 벽으로 꽂히고
녀석은 움찔했지만 다시 고개를 숙이며 조금씩 다가온다.
그런데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 다른 녀석도 두 손 가득 눈 뭉치를 품에 안고 언덕을 오른다.
남아 있는 눈덩이도 잘 조준해서 던졌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날아간다.
이래로는 안 되겠다 싶어 뒤로 냅다 후퇴한다.
주면을 살피니 시야에 철우 형이 보인다. 형 옆으로 가서 몸을 숨긴다.
-두 녀석이 이쪽으로 올라오고 있어. 형.
-알아. 나도 봤어.
-눈이나 얼른 뭉쳐.
-응.
털장갑 속에 눈이 들어와 빨갛게 손이 얼었지만 눈덩이를 만드는 일을 그만 둘 수는 없다.
녀석들이 우리를 맞추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꽁꽁 언 손으로 눈덩이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철우형이 외쳤다.
-돌을 넣어!
-뭐라고 형?
-돌을 넣으라고!
-어디다가? 눈덩이 속에 돌을 넣으라고?
-그래.
-맞으면 아프지 않을까?
-아프겠지 하지만 저기 좀 봐라~
철우 형 말을 듣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녀석들은 비탈길에 미끄럼 방지용으로 부수어 놓은 연탄재 덩어리를 이용해 눈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묵직한 눈덩이가 날아와서 콘크리트에 박혔는데 역시나 연탄재가 섞여 있었다.
-뭐야 이 녀석들이~
-돌 집어넣어. 너무 크지 않은 걸로~ 우리도 대비는 해야지!
-알겠어 형~
황당한 철우 형의 외침을 행동으로 옮겼다.
난 작은 돌을 넣어서 눈덩이를 만들었고 사정거리에 녀석들이 들어오면 날리기 시작했다.
돌의 무게 때문인지 눈덩이는 정확히 녀석들 중 한 명의 머리로 날아갔다.
녀석이 쓰고 있던 털 모자의 방울에 스쳐 지나갔다.
명중률이 꽤나 높아졌다. 하지만 겁이 났다.
‘얼굴이나 머리 쪽에 맞으면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철우형은 계속 돌을 주문했지만 나는 돌을 넣고 눈덩이를 만드는 걸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형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그냥 눈만 뭉치자!
-저 녀석들이 먼저 연탄재를 넣었잖아!
-그래도.
-바보 녀석! 알아서 해라!!
철우형은 토라진 듯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가지마 형~’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한 명이 뒤로 빠진 걸 본 녀석들은 달려들었다.
녀석들은 나에게 어마 무시한 연탄재 눈덩이 폭탄을 퍼부었고 얼굴을 제외한 온몸으로 눈덩이를 맞아야 했다.
그 녀석들도 양심은 있는지 얼굴 쪽으로 던지지는 않았다.
최전방에 내가 무너지자 우리 편은 순식간에 패하고 말았다.
그나마 형과 내가 앞에서 버틴 것이었는데 이제는 소용없었다.
녀석들 중 한 명이 나를 지나가자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야~ 연탄재는 아니잖아?
-돌은 괜찮고?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돌을 넣었지. 넣었어.이럴 줄 알았으면 더 큰 돌을 넣을걸..'